책이름 : 피터 드러커 자서전
지은이 : 피터 드러커
옮긴이 : 이동현
펴낸곳 : 한국경제신문
이 책은 2005년 10월에 제1판 1쇄가 발행되었다. 저자는 2005년 11월 11일에 타계했다. ‘비즈니스맨의 영원한 멘토’,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피터 드러커. 이 땅의 천민자본주의 나팔수인 유력한 경제신문사 는 애도의 슬픔을 담아 서둘러 이 책을 펴냈을까. 나는 8쇄로 발행된 2008년도 판을 구입했다. 아니다. 나는 풀평연에서 발행하는 웹진에서 저자를 처음 알았다. 풀꽃평화연구소장이자 작가인 최성각은 ‘독서잡설’이라는 서평을 무크 형식으로 지금도 싣고 있다. 그 서평을 묶은 책이 1년여 전에 ‘동녘’에서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에는 1979년 갑인출판사에서 발간된‘피터 드러커’의 ‘방관자의 시대’중 한 단락을 ‘실현 불가능한 대의(大義)에 헌신했던 위대한 괴짜들’이라는 제목으로 서평을 실었다. 바로 2부 ‘명멸하는 시대의 사람들’에 실린 ‘폴라니 가(家) - 새로운 사회를 꿈꾸던 가족’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1979년에 ‘방관자의 시대’로 첫 출간되었으나, 절판된 것을 2005년에 우연의 일치인지 저자가 죽은 해에 개정판이 새로운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다. 나는 웹진의 서평을 읽고 이 책의 개정판을 구입했고, 서평 모음집을 손에 넣었다. 게으르게 '나는 오늘도 책을 읽었다'는 책장에 고이 모셔진 채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은 통상의 자서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뒤집어 놓는다. 우리가 알고 있는 자서전은 연대순에 따라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는 형식으로 꾸며지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느 자서전과 확연히 다른 형식을 취한다. 저자의 삶에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인물들 수십명이 3부에 나뉘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전기적 요소가 강한 단편이나 중편모음집이 연상될 지경이다. 나에게 제일 인상 깊었던 인물들은 1부의 인물들과 2부의 ‘폴라니 가(家) - 사람들’이다. 1부 '사라진 제국 아틀란티스’에는 인간의 예의를 알려 준 할머니, 교육의 길을 제시한 노처녀 자매 선생님, 현실과 거리가 먼 괴짜 부부, 정신분석학 프로이트, 양심으로 요직을 스스로 걷어 찬 사회주의자 트라우네크 백작이 주인공으로 출현한다.
‘폴라니 家’사람들은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초월하는 제3의 사회’를 꿈꾸었다. 이 책에는 4남1녀의 형제들 중 4남인 ‘오스트리아 이코노미스트’의 부편집장 ‘카를 폴라니’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당시 폴라니는 엄청난 금액의 월급을 받았다. 폐차장과 쓰레기 처리장을 지나는 카를의 낡은 5층 아파트로 크리스마스 디너에 저자는 초대된다. 폴라니의 가족은 헝가리 남작의 딸인 늙은 장모, 아내와 8살의 어린 딸 4가족이었다. 여기서 저자는 인생 최악의 식사를 하게 된다. 제대로 삶아지지도 않은 감자가 전부였다. 이 가족의 생활비는 보통사람이 아무리 절약해도 살아갈 수 없는, 폴라니의 월급의 1만분의 1도 안되었다. 참을 수 없었던 저자가 입을 열었을 때, 가족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월급으로 받은 수표를 자기를 위해 쓰다니요. 지금 헝가리에는 피난민이 가득합니다. 카를의 월급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우리 가족이 필요한 것은 별도로 치는 것이 존중하는 인간에 대한 당연한 도리입니다.“ 가장 뛰어나고 가장 특이한 가족이었던 폴라니 가(家)의 4남1녀의 교육은 제도권이 아니었다. 각자 고성(古城)에 유폐되어 세속의 위선과 부패에서 완전히 격리되어, 가정교사에 의해 ‘각기 다른 개성을 가진 독특한 인간’으로 자라났다. 이반 일리치의 ‘학교 없는 사회’가 떠오른다. 700쪽 분량의 적지않은 부피지만, 약삭빠르고 이기적인 자본주의적 인간군상이 아닌,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제국과 미국의 대공황시기 정의와 진실이 몸에 밴, 지금 시대상으로 보면 괴짜와 골통들의 삶을 만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책읽기였다. 좋은 책을 만났다는 흡족함에 가슴 한구석이 뻐근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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