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대빈창 2012. 1. 30. 06:01

 

 

 

책이름 :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지은이 : 최형선

 펴낸곳 : 부키

 

치타 / 줄기러기 / 낙타 / 일본원숭이 / 박쥐 / 캥거루 / 코끼리 / 고래

 

책에 등장하는 여덟 종의 동물이다. 부제  - 살아남은 동물들의 비밀 - 이 암시하듯 진화에 성공한 동물들의 가벼운 전기였다. 치타는 100m를 3초에 주파하는 달리기 선수로, 사바나 세계에 살아남았다. 치타는 몸의 사소한 부분도 달리기 모드에 모든 것을 걸었다. 치타의 얼굴에 세로로 두 줄의 까만 줄이 그어졌다. 야구선수의 검은 패치처럼 빛을 흡수해 눈부심을 막아주었다. 줄기러기는 에베레스트를 우회하지 않고 9,000m 상공을 직접 넘었다. 줄기러기는 체온을 관리하고, 바람을 이용하여 산소부족을 해결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류는 생태공동체의 삶을 일본원숭이에서 본받을 수 있을까. 공동육아를 하고, 공동의 관심사를 찾아내고, 서로 배려하는 일본원숭이 사회 문화는 인간보다 오히려 한수 위였다. 박쥐는 진정한 기회주의자였다. 5천만년 전, 지구상에 나타난 박쥐는 몸 크기에 걸맞지 않게 야생에서 30년을 장수했다. 1,000종이 넘는 박쥐가 번성하고 있다.

캥거루는 현재 69종으로 오스트레일리아와 뉴기니에서 살아남았다. 환경조건이 열악한 호주사막은 유대류가 태반포유류보다 생태적응에 유리했다. 코끼리는 육상생물 중에 가장 몸집이 큰 고등생물이다. 코끼리 진화의 핵심은 거대한 체중을 이겨내는 유연성이었다. 큰 수컷의 몸무게는 7.5톤에  이르지만 발자국을 크게 남기지 않고 사뿐히 걸었다. 코끼리는 사바나 생태계에서 영향력이 아주 큰 동물이었다. 생태계는 상호의존 체계로 코끼리가 멸종하면 폭포효과로 다른 종들이 도미노로 멸종할 수 있다. 고래는 원래 발굽동물이었다. 5천만년부터 바다로 진화를 시작했다. 흰긴수염고래는 지구 역사를 통틀어 가장 덩치가 컸다. 큰 놈은 무려 길이가 30m에, 몸무게는 200톤이 넘었다. 육상 생활이 불가능한 체중은 바다에서 부력으로 가능했다.

낙타는 왜 사막으로 들어갔을까. 낙타는 4,500만년전 지구상에 나타나 북아메리카에서 번성했다. 낙타는 아메리카 들소, 마스토돈과의 경쟁에서 밀렸다. 180만년전 빙하기 때 베링 육교를 건너 서아시아와 아프리카로 진출했다. 사바나를 버리고 사막으로 들어갔다. 포식자도 없고, 먹이확보 경쟁도 치열하지 않은 사막은 안전했다. 낙타는 온 몸을 땡볕과 건조한 사막기후를 이겨내기 위해 진화를 거듭했다. 오늘날의 낙타는 혹 속의 지방을 분해하여 영양분으로 삼았다. 발바닥은 지방으로 된 쿠션으로 변했다. 모래바람이 불면 코를 닫고, 귓속 털로 모래의 침입을 막았다. 낙타는 체온이 41℃ 이상 되어야 땀을 흘렸다. 한달 가까이, 겨울에는 몇 달 동안 물 없이도 살 수 있었다. 하루에 200ℓ까지 물을 먹었고, 몸 구석구석에 저장했다. 지구 최강의 사막 생존 능력이었다.

저자는 "인간은 두뇌가 발달했고, 몸집에 비해 크고 정교한 뇌를 갖게 되었다. 인간의 극심한 경쟁 환경은 앞으로도 지능 발달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질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 또한 생존의 원리에 근거한 자연선택"(251쪽)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속한 종으로서 호모 사피엔스에 아주 비관적이다. 인류는 화석연료로 얻은 산업문명의 탐욕적 풍요를 통제하지 못하고 진화를 거스르는 지배종이 되었다. 지구라는 유기적 생태계에서 인류는 진화의 모든 질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여 수많은 생물종을 멸종시켰다. 스스로 변화시킨 환경으로 호모 사피엔스는 미래 위기종으로 전락했다. 인류는 환경에 적응하는 존재가 아니었다.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갈 수 없는 황무지로 변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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