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톨스토이 단편선

대빈창 2012. 3. 30. 01:48

  

 

책이름 : 톨스토이 단편선/톨스토이 단편선 2

지은이 : L. N 톨스토이

옮긴이 : 권희정·김은경

펴낸곳 : 도서출판 인디북

 

1권 - 사람은 무엇을 사는가/버려 둔 불꽃이 집을 태운다/두 노인/사랑이 있는 곳에 신이 있다/바보 이반의 이야기/작은 악마와 빵 조각/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달걀만한 낟알/대자(代子)/빈 북/수라트 찻집/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2권 - 세 은사/뉘우친 죄인/아시리아의 왕 에사르하돈/노동, 죽음 그리고 병/세 가지 물음/악은 부추기지만 선은 견딘다/어린 소녀가 어른보다 현명하다/일리야스/부유한 사람들과의 대화/ 빛이 있는 동안 빛 속을 걸어가라/신은 진실을 알지만 기다린다/카프카스의 포로/곰사냥

 두 권에 실린 25편의 글을 읽었다. 출판사는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철학이 담긴 단편모음집이라 책을 소개했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옳지 않다. ‘빈 북’과 ‘세 은사’는 볼가강 지역에 전해오는 민화이고, ‘수라트의 찻집’과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는 베르나르뎅 드 상피에르와 기드 모파상의 작품을 톨스토이가 번안한 것이다. 그리고 ‘노동, 죽음 그리고 병’은 남미 인디언에 전해지는 전설이며, ‘부유한 사람들 간의 대화’와 ‘빛이 있는 동안 빛 속을 걸어가라’는 초기 그리그도 시대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두 권의 책에 실린 글들 중 토스토이의 작품은 모두 18편이 된다. 실린 글들은 서너 쪽에서 중편소설 분량까지 다양하다.

톨스토이가 누구던가.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와 더불어 러시아의 3대 문호이다. 대표작으로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리나’, ‘부활’을 손꼽는다. 나의 무지는 도대체 깊이가 얼마 만큼인가. 가난한 소농의 막내아들인 나는 유일하게 형제들 중 대학물을 먹었다.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것은 문학에 뜻을 두었다기보다, 입시에서 국어과목만 만점을 받아 선택할 만큼 나는 단순하고 무모하다. 어느 글에선가 밝혔듯이 대학에 들어가서도 책을 멀리하고, 술독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책을 가까이하고부터 이제는 손에 책이 없으면 허전할 만큼 활자중독자가 되었다. 25년 된 일이다. 시대상황에 따른 책무로서 나의 독서 분야는 사회과학서적에 국한되었다.

너무 에둘렀다. 인류의 고전이라는 톨스토이의 명작을 나는 여적 손에 잡지 못했다. 톨스토이는 내게 대문호보다 위대한 아나키스트로 먼저 다가왔다. 자유, 평등, 박애, 청빈, 금욕, 비폭력, 무저항 등. 톨스토이 사상의 핵심은 병역 거부와 국가주의에 대한 절대적 반대다. 그러기에 국가를 폭력기구라 단언하며, ‘통치 활동의 본질을 따르자면 정부는 폭력행위를 일삼을 수밖에 없고, 늘 성스러움과는 정반대되는 사람들(뻔뻔스럽고 파렴치하며 삐뚤어진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MB정권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직시한 말이다. 촛불집회 현장의 콘테이너 명박산성과 용산참사 희생자들을 테러리스트로 매도하고, 4대강을 파 헤쳐 이 땅의 금수강산을 작살내놓고 녹색성장이라 부르며, 생물권 보전지역인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해안을 발파했다. MB정권은 국가의 본령에 충실하다.

마지막으로 ‘바보 이반의 이야기’에 눈길이 한 번 더 간다. 귀족들의 무위도식과 탐욕을 비판하고, 농민들의 성실함을 찬양한 사회소설이다. 이반의 왕국에는 딱 한가지 특별한 관습이 있다. '손이 걸치고 딱딱한 사람은 누구든지 식탁에 앉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다른 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바보 이반의 삶을 닮아야겠다. 단순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서해의 작은 섬 주문도의 순박한 농민들과 남은 생의 고락을 함께 하겠다고 다짐한다. 이 섬에 뼈를 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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