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침묵의 봄

대빈창 2012. 7. 5. 06:00

 

책이름 : 침묵의 봄

지은이 : 레이첼 카슨

옮긴이 : 김은령

펴낸곳 : 에코리브르

 

‘오래된 미래’, ‘월든’, ‘모래 군(郡)의 열두달’, ‘작은 것이 아름답다’ 그리고 ‘침묵의 봄’. 내가 자의적으로 선정한 환경생태 5대 필독서다. 올해로 ‘침묵의 봄’은 발간 50주년을 맞았다. 세상에 얼굴을 내민 지 반세기가 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는 책은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났다. 아둔하고 어리석은 나는 지천명(知天命)이라는 ‘하늘의 뜻’을 안다는 나이가 되어서야 책을 잡았다. 이 책은 20세기 가장 큰 영향을 미쳤고, 앞으로도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읽히는 최고의 고전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를 바꾼 책으로서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 다윈의 ‘종의 기원’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생태학 시대의 어머니’라는 자랑스런 칭호를 저자에게 선사한 책은 살충제에 오염되고 나무가 시들고 새가 오지 않는 ‘침묵의 봄’을 경고하여 시대를 크게 변화시켰다. 멀게는 1970년‘지구의 날’(4월 22일) 제정과 가깝게는 1992년 ‘리우데자네이루 선언’을 이끌어내어 ‘지속가능한 개발’을 이 시대의 화두로 만들었다. 즉 이 책의 발간으로 환경을 이슈로 한 시민운동을 촉발시킨 도화선이 된 것이다.

 나는 가난한 소작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 시절 시골아이들이 대게 그렇듯이 나는 학교가 파하거나, 공휴일이면 김포 들녘의 뙤약볕 아래서 농사일을 거들어야만 했다. 그때는 왜 그렇게 농약살포를 자주 했을까. 한해에 모내기를 하고 추수를 하기까지 예닐곱번 농약을 뿌렸다. 이화명충, 도열병, 문고병, 멸구, 흰잎마름병, 백낙 등. 어릴 적 농약 살포는 수동식 분무기였다. 그늘하나 없는 땡볕아래 논두렁에서 분무기를 노 젓듯이 밀고 당기는 노동은 어린이에게 오죽 힘이 부쳤을까. 요령이 생겼다. 힘껏 압축을 할수록 그만큼 쉬는 시간이 늘었다. 나는 욕심을 내 한껏 뻑뻑해진 손잡이를 이를 악물고 밀었다. 일이 터졌다. 호스의 약한 부분이 터져 농약물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독한 농약을 뒤집어 쓴 벼포기들은 말라 죽었다. 고교에 진학하면서 농약살포는 고성능 분무기가 대세였다. 나도 머리통이 커져 농약을 살포하는 노즐을 쥐게 되었다. 농약중독 예방으로 마스크를 쓰고, 방제복을 입고, 바람을 등지고 한낮의 무더위를 피하라는 소리에 나는 코웃음 쳤다. 당나귀 뭐 빼고 뭐 빼면 남는 것이 없듯이, 농약안전 살포요령을 지키다가는 몇날이고 병해충 방제는 물 건너 간 꼴이 되었다. 세 집이 품앗이로 농약을 살포하려면 이슬이 마르면서 농약을 살포하기 시작해 긴 여름해가 뉘엿뉘엿해야 일이 끝났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마스크와 방제복이라니. ‘바람을 등져라’는 어림없는 소리다. 논배미마다 왕복을 하며 농약을 살포하는데 어찌 맞바람을 피할 수 있단 말인가.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하루종일 농약을 뿌리고 집에 돌아와 등목을 하면 사타구니가 쓰라려 견딜 수가 없었다. 농약은 ‘파단’이었다.

지금 시대의 인간들은 지구 역사상 탄생에서 죽음까지 전 생애동안 화학물질과 접촉하며 살게 되었다. 이 책은 중독성 강한 화학물질인 살충제와 제초제의 남용으로 인한 자연의 죽음을 고발한다. 몸의 이를 박멸하기 위해 DDT를 마구 몸에 뿌렸듯이, 겁 없이 아니, 일을 마치기 위해 어쩔 수없이 온 몸에 농약 칠갑을 한 나의 몸은 얼마나 화학물질이 쌓였을까. ‘인체, 화학물질로 오염되다’를 찾아 펼친다. 내셔널지오그래픽 한국판 2006년 6월호에 ‘우리 몸 속의 화학물질’이라는 특별기사가 실렸다. 여기서 필자 데이비드 유잉 덩컨은 혈액과 소변을 채취하여 체내에 쌓인 이물질을 검사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덩컨의 체내에서 미 중서부의 옥수수밭에 버금갈 정도의 다양한 농약이 검출되었다. 하지만 그의 몸에 축적된 화학물질은 미국인 평균보다 높지않다. 아마! 내 몸을 검사하면 까무러칠 정도의 중금속과 오염물질, 화학물질이 검출될 것이다.

레이첼 카슨의 우려대로 봄을 알리는 철새의 울음을 들을 수 없는 지역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니, 우려를 넘어 책이 나온 지 반세기만에 지구 생물의 여섯 번째 대멸종 이라는 두려운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지구온난화, 남북극 빙하의 붕괴, 생물 다양성의 감소, 열대우림의 파괴, 중금속과 화학물질의 증가 등. 유사 이래 이 땅에서 생태가치를 내세운 녹색당이 처음 총선에 출마했다. 그 결과는? 득표율 0.48%, 지지자 10만3천명. 대한민국의 환경의식은 ‘자연을 통제한다’라는 네안데르탈인의 생물학과 철학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했다. ‘통섭’의 에드워드 윌슨은 자신이 살아갈 환경을 파괴하는 유일한 동물인 인간‘을 이렇게 비꼬았다. ’돈 벌자고 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저녁밥을 지으려 루브르 박물관과 그림들을 태우는 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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