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나무를 심은 사람
지은이 : 장 지오노
새긴이 : 마이클 매커디
옮긴이 : 김영온
펴낸곳 : 두레
우공이산(愚公移山). 마지막 책장을 덮자 가장 먼저 떠오른 한자성어다. 신영복 서화에세이 ‘처음처럼’을 꺼내든다. 아흔이 넘은 노인 우공(愚公)은 태항산과 왕옥산 사이의 좁은 터에 살았다. 우공은 세 아들과 손자들을 데리고 두 산을 옮기기로 했다. 판 흙과 돌을 삼태기로 발해(渤海)까지 갖다 버렸다. 발해까지는 왕복 꼬박 1년이 걸렸다. 지수(智叟)라는 사람이 ‘죽을 날이 멀지 않는 노인이 망령 들었다’고 비웃었다. 이에 우공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죽으면 아들이 하고, 아들이 죽으면 손자가 하고, 자자손손 계속하면 산은 유한하고 자손은 무한하니, 언젠가 저 두 산은 평평해 질 날이 올 것이요.’
주인공 엘레아르 부피에는 쉰다섯 이다. 아내와 아들을 잃고 혼자 사는 노인으로 척박한 황무지에 끈질긴 노력으로 도토리를 묻고, 자작나무와 너도밤나무 묘목을 심는다. 양차대전으로 세상은 사람이 사람을 살육하는 아수라지옥이지만, 노인은 고결하고 거룩한 생각으로 굽힘없이 목표를 추구해 나갔다. 세월이 흘러 부피에는 요양원에서 눈을 감았지만 황무지는 울창한 숲으로 바뀌었고, 사람들은 행복과 희망을 꿈꾸며 삶터를 새로 일구었다. 황무지에 숲이 살아나자, 땅과 물이 살아나고, 사람들이 모여 들어 다시 마을을 형성했다.
장 지오노는 이 소설의 배경인 프랑스 남부 오뜨 프로방스의 마노스끄에서 1895년에 태어났다. 가난한 집안의 외아들로 학업을 포기하고 16살부터 은행원으로 일했다. 작가는 독학으로 문학을 공부했다. 이 작품은 1953년에 처음 발표된 뒤 현재 13개 언어로 번역되어 널리 읽히고 있다. 소설은 나보다 나이가 열 살이나 더 먹었다. 그런데 지천명이 되어서야 나는 얇은 부피의 이 책을 잡았다. 그리고 화가 프레데릭 바크의 애니메이션을 찾았다. 소설은 단편소설 분량 밖에 안 된다. 짧기에 책은 얇을 수밖에 없고 또한 낮은 소리로 웅얼거린다. 하지만 그 울림은 대하소설보다 더 웅장하다. 그것은 독자의 영혼에 호소하기 때문이다. 신음하는 지구의 자연환경을 구하기 위해 우리는 이 책을 읽고 ‘저마다 한 그루의 나무를 심을 수 있을 것이다.‘
‘나무를 심은 사람’으로 나는 위대한 두 여성을 알고 있다. 먼저, '사막에 숲을 만든 여인. 인위쩐(殷玉珍)‘. 중국 네이멍구 징베이탕은 황사의 발원지로 사방 수십 킬로미터가 끝없는 사막이었다. 자신의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인위쩐은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없이 친척들이 준 양 한 마리를 팔아 나무 600그루를 사는 것으로 나무심기를 시작했다. 20년 뒤 사막에는 1400만평의 숲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옛 사막으로 살기위해 몰려왔다. 둘째, ’나무의 어머니, 왕가리 마타이‘. 마타이는 1977년 환경단체 ’그린벨트 운동‘을 창설하여 아프리카 전역에 나무심기 운동을 이끌었다. 이 운동은 아프리카의 무분별한 벌목으로 훼손된 밀림을 되살리고, 가난한 여성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했다. 아프리카 각지에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은 환경운동으로 마타이는 2004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2011년 향년 71세로 눈을 감은 왕가리 마타이는 살아생전 이렇게 말했다. ’나무는 행동의 상징이다. 내일 당장 변화가 오지 않더라도 약간의 차이는 분명 생긴다. 작은 차이의 첫 걸음은 나무를 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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