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3

대빈창 2012. 10. 17. 06:31

 

 

 

책이름 :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3

지은이 : 안인희

펴낸곳 : 웅진 지식하우스

 

 

5년 전 나는 동서양 신화읽기에 빠져 들었다.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정재서의 동양신화, 조현설의 우리 신화, 박종욱의 라틴아메리카 신화 그리고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까지. 그런데 북유럽 신화 3권이 작년 말에 출간된 것을 나는 뒤늦게 알았다. 운 좋게 주민자치센터 구입도서 목록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5년 전의 1·2권이 북유럽 신화의 신들의 이야기라면, 이번 3권은 북유럽 신화의 영웅들의 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헤라클레스, 페르세우스, 테세우스 같은 오딘의 피를 이어받은 뵐중 가문의 영웅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하늘아래 새로운 이야기가 없다’는 말은 신화에도 해당되었다. 책을 열자마자 나타나는 핀란드 왕의 아들 슬락피트, 에길, 뵐룬트 삼형제가 각자 제짝인 처녀신 발퀴레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이 너무 낯익은 것이 아닌가. 하늘을 날 때 입는 날개옷을 감추고 발퀴레 셋은 호숫가에서 목욕을 하며 휴식을 취했다. 왕자 삼형제는 날개옷을 감춰, 하늘로 돌아가지 못한 발퀴레들을 아내로 삼았다. 여덟 번째 겨울이 왔을때 발퀴레들은 숨겨진 날개옷을 찾아 하늘로 날아 올라갔다. 우리의 옛 이야기 ‘나무꾼과 선녀’와 너무 흡사하지 않은가. 나무꾼 대신 왕자들은 사냥꾼이었을 뿐 목욕중인 선녀와 발퀴레의 날개옷을 감추고, 나중에 아내가 옷을 찾아 하늘로 되돌아가는 것까지 신기할 정도로 이야기 전개가 흡사하다. 또한 지구르트가 브륀힐트를 만나는 이야기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이야기의 원형이다. 브륀힐트는 오딘신의 결정을 어긴 벌로 잠드는 가시에 찔려 깊은 잠에 빠져 들었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도 물레 바늘에 찔려 100년 동안 잠에 빠져 들었지 않은가. 그리고 트리스탄을 구하기 위해 카헤딘은 이졸데를 배에 태우고 오지만 돛대 색깔을 보고 절망한 트리스탄은 목숨을 버린다. 너무 낯익지 않은가. 돛대 색깔과 억울한 죽음.

책은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영웅, 반지를 탐하다’는 게르만 신화의 영웅들인 지구르트와 베오울프가 등장하고, 2부, ‘영웅, 성배를 꿈꾸다’에 기독교 기사 영웅들이 주인공이다. 북유럽 신화의 영웅 이야기는 중세 기사문학의 뿌리가 되는데, 약자를 보호하고 상대에게 관용을 베푸는 기사의 태도는 서양에서 하나의 이상이 되어 사회적 관례로 남았다.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들인 프리드리히, 지구르트, 베오울프, 트리스탄은 용을 죽이고 영웅이 되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용은 동양에서 신령스러운 기운을 뿜어내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길상적 이미지의 상상적 동물이다. 하지만 서양 신화에서 용은 포악한 이미지로 사람들에게 공포의 대상일 뿐이었다.

북유럽 신화의 보물, 모험, 내기, 맹세, 예언, 몰락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 전개는 오늘날 문화산업의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즉 컴퓨터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으로 변주되어 IT시대의 오늘날 우리에게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게임 ‘라그나로크’, 영화 ‘반지의 제왕’, ‘토르’, 애니메이션 ‘베오울프‘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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