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유령
지은이 : 강희진
펴낸곳 : 은행나무
제1회(2005년) 김별아 - 미실
제2회(2006년) 박현욱 - 아내가 결혼했다
제3회(2007년) 신경진 - 슬롯
제4회(2008년) 백영옥 - 스타일
제5회(2009년) 정유정 - 내 심장을 쏴라
제6회(2010년) 임성순 - 컨설턴트
제7회(2011년) 강희진 - 유령
제8회(2012년) 전민식 - 개를 산책시키는 남자
1억원 고료의 세계문학상 역대 수상자와 수상작들이다. 내 책장 한 편에는 수상작들이 가지런히 순서대로 꽂혀 있다. 그런대 제7회에서 멈추었다. 그렇다. 나는 년초에 수상작이 발표되고 4월경에 단행본으로 출간되면 어김없이 책을 손에 넣었다. 이 책은 작년에 구입하였는데 해가 지나도록 묵혔다. 새로운 수상작이 서점에 깔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묵은 소설을 펼쳤다. 이상문학상과 마찬가지로 세계문학상 작품집도 내 손에서 떠나보내기로 작정했다. 도시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소설들이, 외딴섬에서 자발적으로 가난한 삶을 지향하는 나에게 낯설어지기 시작했다.
‘유령’은 영혼이 없는 빈 껍데기다. 현재 이 땅에는 2만 명이 넘는 탈북자가 소외감과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유령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 소설은 남한에서 소외된 채 비참하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북한에서 하림으로 남한에서 주철로 개명했다. 룸살롱 삐끼이자 단역배우로 PC방에서 한 달을 게임에 빠져있는 폐인으로 게임중독자다. 소설 속의 탈북자들은 남한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비루한 삶을 살아간다. 교회 일을 보는 정주 아줌마, 과일 행상 무산 아저씨, 정신미숙아인 아들 무진, 대딸방의 핸플녀로 키스방에서 몸을 파는 딸녀인 엄지와 싸구려 누느모델 인희 등. ‘세상에서 가장 편한 동네, 노동 강도가 제로에 가까운 나라에서 살다가 세상에서 최고로 살기 힘든 동네, 유엔에서 노동 강도가 최고라고 꼽은 나라로 이사를 왔으니 더 말할 것도 없다.(168쪽)’ 즉 삶이라 말할 수 없는 악전고투로 장기까지 밀매할 수밖에 없다. 백석공원 ‘모닥불’ 시비 앞에 사람의 눈알이 제사상으로 차려지고, 손가락이 잘린 채 탈북자의 시체가 발견되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죽은 자는 조선노동당원 출신이라 떠벌이던 회령아저씨였다. 주인공은 범인으로 온라인 게임에서 무자비하게 도륙을 일삼는 ‘피멍’을 점찍는다.
소설을 읽어 나가다보면 바탕색이 짙은 책술이 띄엄띄엄 나타난다. 온라인 게임 ‘리니지’의 상황전개를 서술한 쪽이다. 주인공은 현실에서 백수로 폐인이지만, 온라인에서는 영웅 쿠사나기다. 2004년 온라인 게임 ‘리니지 2’에서 ‘바츠’ 서버를 장악하고 있던 ‘DK 혈맹’의 독재에 대항해 전 서버 이용자들이 단합하여 온라인 게임 내 전쟁을 벌였다. 일명 ‘바츠 해방전쟁’이다. PC 온라인게임 최초의 사이버 민중봉기로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었다. 작가는 주인공을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민중을 착취하는 지배세력에 대항하는 ‘뫼비우스의 띠’ 혈맹을 이끄는 전사 쿠사나기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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