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식의 역습

대빈창 2012. 8. 30. 05:15

 

 

 

책이름 : 지식의 역습

지은이 : 웬델 베리

옮긴이 : 안진이

펴낸곳 : 청림출판

 

미국의 농부철학자이자 생태사상가인 웬델 베리가 이 땅에 소개된 것은 녹색평론을 통해서였다. ‘91년 녹색평론의 창간호에 웬델 베리의 ’나는 왜 컴퓨터를 안 살 것인가‘라는 글이 실렸다. 녹색평론사가 펴낸 문고판 ’삶은 기적이다‘를 통해 저자를 처음 만났다. 벌써 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웬델 베리는 1934년생으로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30대 초반에 켄터키의 고향 마을 헨리 카운티로 돌아왔다. 그는 고향에서 40년째 기계가 아닌 가축으로 농사를 짓는 전통적인 농법으로 자급자족의 삶을 살고 있다. 그러기에 환경생태에 관한 그의 글은 진정성이 살아있다. 이 책은 17개의 장이 4부에 나뉘어 실렸는데, 저자의 에세이 외에도 미국 민주당의원 대니얼 케미스의 ’민주주의를 성공으로 이끄는 요인‘과 목장주로 환경운동가인 코트니 화이트의 글 ’일하는 야생 지대 : 토지 건강 운동을 촉구하며‘가 실렸다.

현대 산업사회의 오만한 과학은 거대권력과 결합해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아래 인류가 살아갈 하나뿐인 지구의 생태계를 못 쓰게 만들었다. 현대사회의 과학과 기술과 산업은 항상 긍정적인 어조로 우리를 유혹했다. 인간은 현명하기 때문에 아주 잘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웬델 베리는 ‘인류의 지적 능력에 관한 믿음은 원초적인 미신에 불과‘하다고 일갈한다. 한마디로 우리가 마실 물탱크에 스스로 오줌을 누는 격이다. 연료비와 유지비가 적게 든다는 경제적 이유로 핵발전소를 지었다. 그런데 1년 전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 폭발하면서 지구 전체가 방사능 피폭이라는 공포에 휩싸였다. 후쿠시마 사태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런데 이 땅에서는 ’원전르네상스‘라고 호들갑이다. 모르는 것인가 무모한 것인가. ’핵 마피아‘들은 40년 수명이 다한 고리1호기의 가동을 연장시켰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천문학적인 고준위핵폐기물 처리비용은 가동이 멈추면 싼 에너지였다는 그들의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천만한 줄타기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자들의 행태다.

이뿐만이 아니다. 농업용지 확보라는 미명아래 가장 생산성이 높은 갯벌을 막았다. 일명 미래도시라는 새만금이다. 그 드넓은 바다를 무슨 수로 메꾸려는 지 모르겠다. 이 땅의 모든 산들을 깔아뭉개야만 가능할 것이다. 미래의 물 부족을 대비(?)하겠다고 4대강 사업을 벌여, 온 국토를 난개발화 했다. 준설로 깊어진 강물을 보면서도 농부들은 거북등처럼 쩍쩍 갈라지는 논바닥에 한숨을 내쉬어야만 했다. 삼세번 만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했다고 큰소리치며 경기장을 짓겠다고 원시림을 작살내는 계획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 모든 것이 발전과 번영이라는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벌이는 짓들이다. 웬델 베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여섯 살 난 아기가 자동차를 몰고, 원숭이의 손에 쥐여진 권총‘이다. 저자가 역설하는 ’무지의 길‘이란 겸손의 길이고, 무제한적 욕망의 추구를 넘어 인류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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