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행복의 정복

대빈창 2012. 11. 16. 04:32

 

책이름 : 행복의 정복

지은이 : 버트런드 러셀

옮긴이 : 이순희

펴낸곳 : 사회평론

 

두 살 때 어머니, 네 살 때 아버지를 여윈 천애의 고아가 된 소년. 할머니 댁에 들어갔으나, 할아버지마저 2년 후에 세상을 떠났다. 할머니는 종교를 강요하는 공교육에 반발해 손자를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러셀 가문은 급진적이고 자유주의적인 가풍을 500년이나 이어오고 있었다. 청교도인 할머니는 손자를 가정교사로 키웠다. 외로운 소년은 18세가 되어서야 케임브리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그 대학의 강사가 된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반전운동에 참여, 6개월간의 옥고를 치렀다. 이 사건은 러셀이 대학을 떠나 저술활동에만 전념하게 만들었다. 러셀은 40여권의 저서를 남긴 철학자, 수학자, 사회사상가이면서 19세기 전반의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이 책은 ‘행복이 당신을 떠난 이유’와 ‘행복으로 가는 길’ 2부로 구성되었다. 러셀은 1부에서 자기 안에 매몰되고, 이유 없이 불행하다는 생각, 극심한 경쟁, 권태감, 질투의 감정, 불합리한 죄의식, 타인을 향한 원망, 세상에 대한 부적응 등 개인적 기질이 불행을 자초한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2부에서 행복으로 가기 위해서는 열정, 사랑, 일, 폭넓은 관심,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러셀은 행복을 정복하기 위해서 사회적 맥락을 점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 땅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점령하고 있는 ‘행복론’에 대한 대부분의 책들은 행복을 개인이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로 반쪽만의 진실을 얘기할 뿐이다. 일례로 경제학의 ‘행복’에 대한 정의는 ‘인간의 만족에 효용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효용이 가장 커질 때 행복’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효용을 키우기 위해서는 소득을 늘려야한다. 소득을 얻기 위해서는 노동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인간의 노동은 늘어날수록 만족이 줄어든다. 여기서 경제학에서 말하는 행복 추구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책날개의 저자의 약력을 보면 러셀은 스스로를 ‘무정부주의자, 좌파, 회의적 무신론자’로 불렀다. 그렇다. 나는 이 구절을 읽어 나가면서 고개를 주억거렸다. ‘혼란한 사회를 바로 잡아 질서를 세우는 일에 생애를 바쳤던 정치가들... (       ) 그 분야에서 가장 탁월한 우리 시대의 정치가로는 레닌을 들 수 있다.(231쪽)’. 하지만 나는 이 구절에서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 ‘공업사회는 농경사회에 비해서, 평범한 사람들의 행복한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인 우정과 협력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훨씬 많다.(165 ~ 166쪽) ’ 러셀이 이 책을 쓴 해가 1930년으로 벌써 80년이 넘었다. 러셀의 시대적 한계였다. 공업사회, 즉 근대화, 산업화를 넘어 세계화의 막바지로 치달은 인류는 화석연료의 과도한 약탈로 인한 지구온난화로 기후이상을 불러와 생존자체를 걱정하게 되었다. 전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도시로 집결된 현재 우정과 협력은커녕 계급모순의 격화와 인구과밀화로 도시적 삶 자체가 고통스럽다. 우정과 협력의 복원은 농경사회, 즉 농촌공동체로 돌아가는 삶일 것이다. 이 땅에서는 제2의 보나르도운동이 서서히 진행 중이다. 그러기에 행복은 그냥 ‘기쁘고 넉넉하고 푸근한 마음의 상태’를 이르는 것이다. 나는 작은 섬에서 되도록 에너지를 아끼고, 쓰레기를 발생시키지 않는 삶을 추구한다. 그러기에 많은 돈이 필요하지 않다. 거창하게 말하면 자발적 가난을 추구하는 생태주의적 삶이고, 작게는 단순소박함에서 행복을 찾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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