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강아지풀
지은이 : 박용래
펴낸곳 : 민음사
시집의 초판은 1975년도에 펴냈다. 1부 ‘싸락눈’에 24편, 2부 ‘낙차’에 22편, 3부 ‘겨울산’에 23편, 모두 67편이 실렸다. 해설로 송재영의 ‘동화 혹은 자기 소멸’이 말미를 장식했다. 이 시집은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를 잡으면서 이면우 시인이 박용래 전집을 100번이나 읽자, 시가 찾아왔다는 말을 어디선가 귀동냥하고 온라인 서적 가트에 던져 넣었다. 시간은 흐르고 강화도에 나가면서, 지루하기만한 배 시간을 죽이려 륙색에 시집을 쟁였다.
시인 박용래는 1925년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1980년 죽을 때까지 대전을 중심으로 시인의 삶을 살았다. 시인은 시와 술로 점철된 삶을 살았다. 하루라도 술을 마시지 않은 날이 드물었고, 술만 마셨다하면 어김없이 훌쩍거리며 울어 ‘눈물의 시인’으로 불렸다. 1984년 대전 보문산 사정공원에 시비가 세워졌다. 시비에 새긴 ‘저녁 눈(36쪽)’의 전문이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말집 호롱불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조랑말 발굽 밑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여물 써는 소리에 붐비다
늦은 저녁때 오는 눈발은 변두리 빈터만 다니며 붐비다
박용래는 말을 아껴 시어에 군더더기가 없다. 10행 내외의 단시(短詩)로 유년의 회상, 한국 농촌의 서정성, 애틋한 정한(情恨)을 토로했다. 시인은 도시적 감각이 담긴 시를 단 한편도 안 썼다. 현대사회의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물질을 외면하고, 향토적인 서정을 노래했다. 이에 해설을 쓴 이는 ‘천부적으로 타고난 문명의 비적응성’ 때문이라고 평했다. 나는 이 시집에서 ‘겨울밤(12쪽)’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 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이 시는 시인의 가슴 아프고 슬픈 사연을 지닌 고향집 추억이 녹아있는 시편이다. 어릴 적부터 몸이 허약한 시인을 업어 키웠던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옆가르마, 홍래 누이(46쪽)’는 시집가서 1년도 못되어 세상을 떠났다. 누나와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고향집을 노래한 서정시로 애틋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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