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회의주의자 사전
지은이 : 로버트 T. 캐롤
옮긴이 : 한기찬
펴낸곳 : 잎파랑
외계인 피랍 / 고대 우주인 / 51 기지 / 아틀란티스 / 아즈텍 UFO 소동 / 가축 훼손 / 농지의 원형 패턴 / 도곤족과 시리우스 / 비행접시 / 멘 인 블랙 / 나즈카 무늬 / 노아의 방주 / 피라미디오시 / 라엘, 라엘리안 / 로스웰 / 시친, 제차리아 / 미확인 비행물체 / 유란시아 서
미확인비행물체에 관련된 항목은 모두 18개다. 지은이는 폴 칼츠의 말을 끌어와 UFO학의 기만과 망상의 황당함을 비꼬았다. “(지금)은 우주시대의 신화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천사 대신 외계 생물체가 있는 셈이다. 그것은 창조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 올림포스 산의 제신들이, 몽상 속에서 우리를 다른 세계로 데려가는 우주여행자로 변형된 것이다."
이 책은 침술에서 좀비까지 모두 422개 항목으로 구성되었다. ‘회의론’을 검색한다. “인간의 인식은 주관적·상대적이라고 보아서 진리의 절대성을 의심하고 궁극적인 판단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정의한다. 저자 로버트 토트 캐롤은 ‘세계에 드리운 미혹과 망상, 비의와 미신, 기만과 사이비’에 대해 회의주의자의 냉철한 시선으로 가차 없이 분석한다. 대상은 대체의학, 외계인과 미확인 비행물체, 논리와 인식, 초자연, 과학, 뉴에이지, 미확인 동물학, 사이비 과학, 초과학 등.
그레이엄 헨콕의 ‘신의 거울’, ‘신의 지문’, 에리히 폰 대니켄의 ‘미래의 수수께끼’, 랜드·로스 폴렘 아스의 ’문명의 종말‘. 내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고대문명론에 관한 사이비 과학 책들이다. 그렇다. 이 책들은 현실의 벽에 가로막혀 힘들 때마다 손에 잡은 것으로 기억된다. 일종의 책갈피 속으로 도피였다. 언제인가 내 집에 들른 후배는 이 두꺼운 책을 보고 ’회의주의자‘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노동현장 출신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후배는 ’회의‘에 대한 철학적 정의를 떠올렸을 뿐이다. 여기서 ’회의‘는 인류사에 등장한 유사·사이비·의사 과학에 대해 냉철한 논거를 바탕으로 거짓과 오류를 벗겨 낸다는 의미다.
이 책은 싼 맛에 구입했다. 싼 게 비지떡인가. 50% 할인된 가격이었다. 800여 쪽에 가까운 부피를 자랑하는 책을 단돈 1만5천원에 손에 넣었다. 판형이 신국판이라 두께가 대단하다. 열흘간 이 책을 잡으면서 독서대가 망가졌다. 부피를 못 이기고 압축 받침대에 박힌 나사못이 헐거워졌다. 싼 책값을 벌창하게 되었다. 새 독서대를 구입할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런 사전류는 A4 국배판으로 판형을 키워야 제대로다. 그리고 책을 두 권으로 나누고 양장본으로 펴내야 독자가 글을 읽거나 찾아보기 쉽다. 독자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 한마디로 조잡스럽다. 출판사가 낯설다. 판권 계약이나 제대로 맺었는지 의문이다. 편집 체계가 가나다순이 아니라 ABC 순으로 배열되었다. 애써 항목을 찾으려면 뒤의 찾아보기를 들출 수밖에 없다. 번거롭기 그지없다. 지은이의 서문이 없고, 편집자의 ‘책을 펴내며’가 서두를 장식했다.
책씻이를 하니 한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나는 TV 앞에 넋을 놓는 스타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요일 아침 ‘신비한 TV 서프라이즈’는 꼭 본다. 아직 초과학의 미망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도대체 저 많은 소재를 어디서 구할까하는 것이 의문이었다. 바로 이 책이 답이었다. 나는 책을 읽어 나가다 이 항목에서 나도 모르게 픽!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로르샤흐 잉크얼룩 테스트 - 10가지 추상 도안에 대한 피험자의 해석을 정서적이고 지적인 작용과 종합의 척도로 분석하는, 개성의 심리 투영 시험. 20대 초반. 읍내 군민체육관에서 징병검사가 있었다. 수백 명 중에서 단 4명이 선발되었다. 정신에 문제가 있다는 한마디로 정신이상자들이었다. 잉크 얼룩이 나타내는 동물의 형상을 사지선다 중에서 찾아 답을 적는 문항이었다. 나는 착실히 생각나는 대로 답을 적어 나갔다. 결과는 정신이상자였다. 누굴 놀리는 것인가. 아무 형상이 아니었다가 답이었다. 반공이 국시인 나라는 군에 입대할 청년들을 선발하면서 까다로운 정신분석 시험을 치렀다. 나는 졸지에 또라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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