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하철을 탄 개미

대빈창 2013. 1. 14. 02:35

 

 

책이름 : 지하철을 탄 개미

지은이 : 김곰치

펴낸곳 : 산지니

 

원폭 피해 2세 환우의 죽음 / 은평 뉴타운 재개발사업 한양주택 마을 / 태안 앞바다 대형 유조선 기름유출사건 / 탈북 청소년들의 쉼터 다리공동체 / 결핵환자 300명이 투병하는 국립 마산병원 / 부산의료원의 죽음 이별 도우미 호스피스 / 국가인권위윈회 1인 시위 캐디 / 부산역 광장 노숙인 / 미군기지 확장 저지투쟁 평택 대추리

선천성 면역 글로블린 결핍증을 앓아 32kg의 가냘픈 몸무게로 ‘나는 아프다’며 반핵, 인권, 평화 운동을 불꽃처럼 펼치다 급작스럽고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김형율(35세). 뉴타운이라는 재개발 광풍으로 ‘정든 집’을 강제로 빼앗긴 강북 한양주택 사람들. 1만톤의 기름 폭탄을 뒤집어 써 생계가 끊긴 굴 채취 어부들의 자살이 잇따른 태안 바닷가 사람들. 절망 속에 피어나는 탈북 청소년의 쉼터 경기 안산의 ‘다리 공동체’. 매년 3천명이 결핵으로 죽고, 3만5천명의 신규 결핵환자가 발생하는 ‘사회적 책임’을 내 팽개친 경제대국 대한민국. 삶의 마지막을 고통 없는 죽음으로 안내하는 아름다운 봉사활동 호스피스. 자연연령 42세라는 이유로 해고당한 골프장의 캐디. 빈곤과 가정 파탄 끝에 죽음을 기다리는 공인된 대한민국의 공인된 방식 노숙인. 일제 강점기 비행장 건설, 1952년 미군기지 확장 그리고 갯벌을 막은 너른 들을 강제로 미군기지에 뺏긴 평택 대추리 농민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1·4부는 산문으로 13편이 실렸고, 2·3부는 르포로 12편의 글에 모두 9개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글은 전적으로 ‘약자에 대한 사랑, 생명에 대한 옹호’에 받쳐졌다. 이 책에 실린 르포들은 저자가 직접 발로 뛰고 살피고 기록한 글들이다. 작가는 ‘시사문제에 있어 감정적 자아를 드러내는 데는 르포르타주가 보다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이 르포·산문집은 ‘발바닥 내 발바닥’이후 6년 만이다. 나는 앞의 글 리뷰에서 녹색평론의 발행인이자 편집인인 김종철의 추천 평을 인용하여 작가에 대한 애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세계화의 지배논리를 뿌리로부터 거부하는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는 새로운 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전범이다. 그 가능성을 우리의 소설가 김곰치에게서 여러 해 동안 보아왔다.' 작가는 ‘엄마와 함께 칼국수를’(1999), ‘빛’(2008) 두 권의 장편소설을 펴냈다. 나는 두 권의 르포·산문집만 잡았다. 표제는 어느 등산객의 바지에 묻어 지하철에 들어 온 개미의 우왕좌왕하는 꼬락서니에 인간의 삶을 비유한 산문 꼭지에서 빌려왔다.

작가의 소설 ‘빛’과 이 책은 부산 지역 출판사인 ‘산지니’에서 출간되었다. 또한 ‘발바닥 내 발바닥’도 녹색평론이 대구에 있을 때 출판되었다. 작가의 4권이 책 중 3권이 열악한 지역출판사에서 간행되었다. ‘문득 맑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 본 작가가 이 땅의 삐뚤어진 문학권력에 대한 대응이었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2007년 태안 만리포 앞바다에 대형 유조선에서 1만 톤의 기름이 유출되었다. 그 기름을 닦겠다고 100만 명의 자원봉사자가 바닷가에서 한 겨울에 기름걸레질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세계 최대의 방조제 새만금 완공에 누구보다 환호하던 사람들이었다. 이런 사실을 어떻게 이해하여야 하는가. 국가주의· 애국주의의 포로가 된 사람들의 어리석은 ‘바다 사랑’이었다. 십여 년이 지나도 바다 밑과 갯벌에 스며 든 기름은 계속 배어나올 것이다. 맨손 굴 양식으로 쌀을 팔던 바닷가 어민들은 절망감에 세상을 등졌다. 책을 덮으면서 나는 관광버스를 대절하여 떠들썩하게 바닷가 기름을 닦으러 떠났던 그때 그 사람들을 떠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