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아나키즘

대빈창 2013. 1. 31. 07:00

 

 

책이름 : 아나키즘

지은이 : 하승우

펴낸곳 : 책세상

 

 

책세상 출판사가 개념사 시리즈를 펴냈다. 이름하여 Vita Activa(비타 악티바)는 라틴어로 ‘실천하는 삶’이란 뜻이다.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핵심어의 개념 형성과정과 역사를 추적하고, 오늘날의 실천적 의미를 풀어내려는 시도다. 필자는 30 ~ 40대의 진보성향의 소장학자들이다. 30권으로 완간을 할 예정이다. 나는 시리즈물에서 우선 두 권의 책을 손에 넣었다. 아나키즘과 생태주의다. 우선 이 책을 펼쳤다. 책은 모두 5장으로 구성되었다.

소유란 도둑질이다 - 프루동 / 국가는 악이다 - 바쿠닌 / 모든 것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다 - 크로포트킨 / 작은 공동체야말로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사회적 조건 - 북친 / 직접 행동만이 혁명을 실천한다 - 신채호 / 농학 기술을 평범한 농민의 언어로 농민들에게 전달하는데 온 힘을 쏟다 - 유자명

제3장 ‘아나키스트의 목소리 - 책으로 만나는 아나키즘’에 등장하는 아나키스트들이다. 아나키즘의 어원은 그리스어 ‘아나르코스’로 ‘선장이 없는 배의 선원’이라는 뜻이다. ‘아나키즘’은 흔히 무정부주의자, 테러리스트, 개인주의자 등으로 정의된다. 19C말 서양사상이 밀물처럼 일본에 수입될 때 ‘아나키즘’은 무정부주의자로 번역되었다. 오해를 부르기 쉬웠지만 이 말은 이미 대중화되었다. 하지만 ’아나키즘은 국가만이 아니라 시장의 폭력에 맞서고 여성을 억압하는 가부장제와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주의에도 반대한다.(12쪽)‘ 그러므로 반강권주의(反强權主義)가 정확한 표현이다. 아나키스트가 거부하는 것은 강권으로 민중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정부다. 프랑스의 아나키스트 포르(S. Faure)는 아나키스트를 이렇게 규정했다. ’권위를 부정하고 그에 맞서 싸우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나키스트다‘라고. 그럼 아나키스트들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직접행동(direct action)'이다. 2011년의 월가 점령시위와 2008년 촛불집회를 아나키스트적 직접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전위적인 지도부 없이 시위대가 자발적으로 모였다가 흩어진 민주적인 운동이었다.

생존자체가 벼랑 끝에 놓인 위험사회인 이 땅에서 ‘지역 공동체’와 ‘소농 공동체’를 강조하는 아나키즘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석유 고갈이라는 피크 오일과 지구 온난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는 식량 위기로 인한 기아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더군다나 이 땅의 식량자급율은 한심하게도 27%다. 그중 쌀을 제외하면 주요 곡물의 자급율은 5% 이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꼬리에 불붙은 소처럼 FTA를 밀어붙이고 그 전과를 자랑(?)하고 있다. 이 같은 위기의 대안을 국가가 제시할 수 없다. 아니 섶에 불을 지고 들어가듯 무모한 신자유주의 정책이 난무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자살이라는 벼랑으로 내몰았다. 작은 공동체만이 지역에서 먹거리와 에너지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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