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小農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대빈창 2013. 9. 16. 07:27

 

 

책이름 : 小農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지은이 : 쓰노 유킨도

옮긴이 : 성삼경

펴낸곳 : 녹색평론사

 

10여년 만에 문고판 크기의 작은 책을 다시 펴들었다. 재생용지를 사용한 책은 초판본이 2003년에 출간되었다. 흰색의 책술은 표지처럼 단풍 든 나뭇잎 색을 띠고 있었다. 글은 지은이의 소년시절에 겪은 체험담으로 시작된다. 때는 태평양전쟁 말기였다. 소년은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에서 조국이 승리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소농인 할아버지는 일본은 반드시 패전한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20년 전에 선물로 받은 미국산 전정(剪定) 가위가 아직도 새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땅의 사람인 할아버지는 오랜 경험과 지혜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저자는 22살 때까지 후쿠온지(福音寺)라는 약 30호 정도가 논농사를 주로 하는 농촌마을에서 자랐다.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았고, 세월은 흘러 마을 농지의 반은 주택지로 변했다. 나는 들녘 한가운데 농촌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한강 하류 선상지에 펼쳐진 김포반도는 드넓은 들녘에 마을이 점점이 박혔다. 근대화라는 미명아래 아파트가 벌판을 먹어 들어오면서 서울과 인천의 변두리로 편입되었다.  절정이 ‘한강신도시’였다. 반세기 만에 푸른 벌판을 콘크리트 숲이 점령했다.

‘우엉·시금치는 저쪽 고개(주고쿠 산맥)의 눈이 약간 남아있을 무렵 심는다. 조·수수는 후박나무 꽃이 필 때, 팥은 자귀나무 꽃이 필 때, 참깨는 모심기를 일찍 끝낸 여자 다리의 흙을 씻지 않은 채 -모심기 끝날 무렵 - 파종한다(185쪽)’ 현지 노부인의 작물 파종시기에 대한 가르침이다. 지은이는 휴일을 이용해 작은 산자락을 개간해 농원을 마련했다. 나무를 베고 그루터기를 뽑고 괭이질를 하면서 10년을 괴롭혀 온 요통이 씻은 듯 나았다. 지은이는 무농약 무비료 소농집약으로 농원을 일구면서 지금이야말로 농업이 재미있을 수 있다면서 끝을 맺었다.

이 땅은 농정이 사라진 지 오래다. 정부의 영농규모화, 기업농 육성은 경쟁력 없는 소농을 퇴출시키고 농업을 산업화했다. 1970년대초 전체 인구의 50%였던 농가 인구 비율은 2010년대 7% 이하로 급락했다. 그리고 농경지의 1/4이 사라졌다. 경상가격 기준으로 지난 40여년간 농가소득은 120배 증가하였으나, 농가부채는 무려 1,600배 이상 증가했다. 농기업들이 종자에서 식탁까지 점령하면서 70%를 넘던 곡물자급율이 고작 20%를 간신히 넘겼다. 이제 한국은 주요 수입곡물(소맥, 대두, 옥수수)의 60%를 4대 곡물메이저(Cargill, ADM, BUNGE, LDC)로 부터 수입하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것은 농업도 아닌 소농이다. 그것은 좁은 농지를 애써 경작하며 땅을 지켜 온 소농이 가장 효율적으로 땅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은 농지의 영속성을 보장하고, 잉여 노동력의 활용과 환경을 보전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농업은 완전 기계화되었고 석유와 화학비료 없이는 농사를 지을 수조차 없다. 이런 농법은 과거와 미래의 자산을 강탈해 현재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다. 한국의 에너지 해외 의존도는 세계 최대로 97%에 달한다. 1년 석유 소비량을 드럼통으로 환산하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648회 왕복할 분량이다. 에너지와 식량 위기에서 인류가 희망을 걸 수 있은 곳은 농업뿐이다. 사람은 먹어야 살 수 있다. 따라서 순환농사인 소농이 새로운 문명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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