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자발적 가난의 행복

대빈창 2013. 10. 10. 07:37

 

 

책이름 : 자발적 가난의 행복

지은이 : 강제윤

펴낸곳 : 생각을담는집

 

‘자발적 가난’은 E. F. 슈마허를 비롯한 동서고금 현인(賢人)들의 덜 풍요로운 삶이 주는 더 큰 행복에 대한 주옥같은 잠언·격언·경구를 모은 아포리즘 모음집이다. 이에 비해 ‘자발적 가난의 행복’은 섬 유랑자 강제윤 시인의 자발적 가난에서 오는 행복에 대한 단상을 모은 산문집이다. 책은 2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는 서울 생활을 청산하고 고향 보길도에서 돌집 민박 ‘동천다려’를 짓고 생활한 8년여의 시간이 담겼다. 진돗개 봉순이와 흑염소가 새끼를 낳고, 부상당한 새끼 염소에게 젖병을 물리고, 메주를 쑤며, 동치미를 담그고, 돌배로 가양주를 담고, 죽순과 유자로 차를 만들고, 마른 김으로 김국을 끊였다. 2부는 다시 유랑을 시작하며 4개월을 보낸 청도 한옥학교의 삶이 담겼다. 비구니 승가대학 운문사와 임당고택과 석빙고, 창녕의 가야고분과 경주의 황룡사, 임진왜란때 귀화한 왜장 김충선 장군이 정착한 가창 우록마을, 밀양 친일 작곡가 박시춘 생가를 답사하고, 오일장 국밥과 옻막걸리의 맛에 빠지고, 유기견을 구해 새 주인을 찾아주었다.

‘가난하게 사는 것이야말로 나눔 이전의 나눔이며 가장 큰 나눔의 실천입니다.(127쪽)’ 시인의 자발적 가난에 대한 생각이다. 오늘날 기아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인류가 너무 많다. 가난하여 먹을 식량이 없고, 옷이 없어 헐벗고, 집이 없어 노숙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역사 이래 가장 풍족하다는 21C다. 원인은 물질 부족이 아니다. 여기서 더 많이 나누기 위해 더 많이 생산해야 된다는 논리는 거짓이다. 그것은 자본주의 체제는 물신을 숭배하는 사회체제이기 때문이다. 대중매체는 끊임없이 가난은 죄악이고, 부는 선이라고 떠들어대며 사람들을 세뇌시켰다. 부자들은 탐욕의 화신으로 전락했다. 많은 사람들은 부자가 되기 위해 남을 짓밟고, 남의 몫을 빼앗았다. 부자가 되는 것은 죄악이다. 그러기에 시인의 말대로 ‘모두가 가난해지려고 노력할 때, 이 세계의 가난은 끝나게 될 것이다.(127쪽)’

나는 글을 읽어나가다 여기서 가슴이 아렸다.

“이제 우리도 시안을 준비해야 쓰것네.(142쪽)”

섬 노인네들의 탄식이다. 여기서 시안은 0.15g만으로 사람이 죽는 맹독의 청산가리를 말한다. 노인들은 육십이 넘으면 스스로 청산가리나 농약을 준비했다. 자신으로 인해 고통당할 자녀와 이웃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섬 노인들은 자연사보다 자살이 많다. 사회적 안전망이 부실한 대한민국의 사회적 약자인 노인들의 죽음을 대하는 모습이다.

근래들어 부쩍 시인의 책 출간이 잣다. - 부처가 있어도 부처가 오지 않는 나라 / 섬을 걷다 / 올레, 사랑을 만나다 /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 자발적 가난의 행복 / 어머니전 /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 /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통영은 맛있다 - 가 줄지어 쏟아졌다. 손이 가지 못한 책들은 책장 한구석에 기분 좋게 모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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