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시민과학자로 살다

대빈창 2013. 11. 15. 05:10

 

 

책이름 : 시민과학자로 살다

지은이 : 다카기 진자부로

옮긴이 : 김원식

펴낸곳 : 녹색평론사

 

해마다 12월 초에 시상되는 노벨상에 전 세계는 열광한다. 그런데 그 하루 전날 스웨덴 의회에서 수여하는 ‘또 하나의 노벨상’이 있다. 독일계 스웨덴인 야코프 폰 윅스쿨이 제정한 인권과 환경보호 및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한 공로자에게 주는 ‘바른 생활상’이다. 대안노벨상으로 불리는 이 상의 1997년 수상자는 일본의 ‘시민과학자’ 다카기 진자부로다. 나리타공항 건설에 반대하는 산리즈카 투쟁에서 농민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다키기 진자부로는 현실에 눈을 떴다. 그는 체제내의 과학을 거부하고, 교수직을 그만 두었다. 그리고 1975년 9월 탈핵, 탈원전 운동을 연계하기 위한 공동의 자료실 기구를 만들었다. 원자력자료정보실로 다카기는 무급 상근자로 일하며 국제 연대와 운동에 앞장섰다. 온몸을 불태우는 열정으로 그는 건강을 헤쳐 이른 나이인 62살에 암으로 타계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병상에서 그가 ‘시민과학자’로서의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원전시스템의 위험성을 마지막으로 경고했다. 이 책은 그가 남긴 마지막 ‘원자력 유서’였다. “원자력이란 일단 켜면 절대로 끌 수 없는 불과 같고, 화장실 없는 맨션과 같다.”고. 그는 2000년 10월에 영면에 들어갔다. 세계는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사태가 터졌다. 불(핵연료)를 끄려고 엄청난 양의 물(바닷물)을 쏟아 부었지만 허사였다. 임시저장고에 보관했던 사용 후 핵연료에서 막대한 방사능이 모든 생명의 삶터인 지구를 오염시켰다. 아니 아직도 방사능 누출은 현재진형형이다. 

“일본 정부나 도쿄전력의 발표는 못 믿겠다. 원자력자료정보실을 보라.” 일본의 깨어있는 시민들의 요구였다. 2년6개월이 지난 지금, 후쿠시마 사태는 끝났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사태 수습은커녕 인류가 받을 피해는 이제 시작되었다.

녹색평론사는 ‘이제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민과학자로 살다’ 고인의 저서 3권을 출간했다. 모두 아나키스트 김원식이 옮겼다. 책 말미의 ‘옮긴이의 말’에 아나키스트와 故 다카기 박사의 돈독한 우정에 얽힌 얘기가 실렸는데 나는 고인의 소박한 삶에 가슴이 뭉클했다. ‘아침이 되자 그는 빵을 굽고 국을 끊여 밥상을 차렸고, 식사가 끝나자 자신의 식기를 싱크대에서 말끔히 씻어두었다.(243쪽)’ 허름한 침대와 탁자, 의자가 소박하게 놓여있는 방. 다카기는 서른이 넘을 때까지 냉장고를 사용하지 않았고, 냉방장치가 없는 방에서 선풍기만 틀어놓고 땀을 흘리면서 일을 했다. 다림질도 하지 않은 허름한 겉옷이나 셔츠를 입었고, 넥타이는 매지 않았다. 산리즈카 투쟁 때 맺은 농민들과의 인연으로 해마다 농사일을 도우러 원자력정보자료실 직원들이 그곳에 갔다. 농민들은 수확한 농작물을 해마다 보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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