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그리스인 조르바
지은이 : 니코스 카잔차키스
옮긴이 : 이윤기
펴낸곳 : 열린책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니코스 카잔차키스가 생전에 마련한 묘비명이다. 그의 묘지는 고향 크레타 이라클리온의 메갈로카스트로(大城郭)의 한 모서리에 있다. 피라미드 꼴 기단위에 수수한 나무십자가가 서있다. 그리스 현대문학의 대표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1883년 크레타에서 태어나 1957년 74세를 일기로 생을 마쳤다. 그는 호메로스와 베르그송, 니체를 거쳐 붓다, 조르바에게 사상적 영향을 받았다. 대표작인 ‘그리스인 조르바’는 실제 인물로 호쾌하고 농탕한 자유인 조르바의 투쟁하는 영혼을 풍부한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소설은 30대의 그리스 지식인 오그레가 화자로서 65살의 기행인물인 조르바의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을 동경한다. 폭풍이 거센 새벽 피레에프스 항구의 한 술집에서 주인공이 자유인 알렉시스 조르바를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둘은 크레타로 건너가 갈탄 탄광사업을 벌인다. 철탑과 케이블을 세워 목재사업을 시작하려다 부실공사로 사업이 망한 몇 달간의 이야기가 소설의 전부다. 주인공은 조르바와 헤어져 제 갈 길을 간다. 그후 주인공과 조르바는 몇 번 편지를 주고받고, 마지막은 조르바의 죽음이었다.
주인공이 찬사해마지않는 조르바는 ‘내가 오랫동안 찾아 다녔으나 만날 수 없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있는 가슴과 커다랗고 푸짐한 언어를 쏟아내는 입과 위대한 야성의 영혼을 가진 사나이, 아직 모태(母胎)인 대지에서 탯줄이 떨어지지 않은 사나이였다.(22쪽)’ 그는 물레를 돌리는데 거추장스럽다고 손가락을 도끼로 자르고, 여자를 만족시켜주기 위해 섹스에 몰입하는 마초이며, 만나는 여자의 치모를 모아 베개를 만들고, 왕따 수도승을 꼬여 수도원에 불을 지르게 만들었다.
이 단락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어딘가에 인용되었던 글인데 기억이 분명치가 않다. 주인공이 자연의 법칙을 어긴데서 온 실수를 후회하는 장면이다. ‘나비는 번데기에다가 구멍을 뚫고 나올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 나는 잠시 기다렸지만 오래 걸릴 것 같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입김으로 데워 주었다. 열심히 데워 준 덕분에 기적은 생명보다 빠른 속도로 내 눈앞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집이 열리면서 나비가 천천히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날개를 뒤로 접으며 구겨지는 나비를 본 순간의 공포는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엾은 나비는 그 날개를 펴려고 파르르 몸을 떨었다. 나는 내 입김으로 나비를 도우려고 했으나 허사였다. 번데기에서 나와 날개를 펴는 것은 태양 아래서 천천히 진행되어야 했다. 그러나 때늦은 다음이었다. 내 입김은 때가 되기도 전에 나비를 날개가 쭈그러진 채 집을 나서게 한 것이었다. 나비는 필사적으로 몸을 떨었으나 몇 초 뒤 내 손바닥 위에서 죽어 갔다.(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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