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한티재 하늘

대빈창 2014. 1. 8. 02:55

책이름 : 한티재 하늘 1·2

지은이 : 권정생

펴낸곳 : 지식산업사

 

갑오농민전쟁, 토지, 혼불, 임꺽정, 장길산, 객주, 지리산, 녹두장군, 타오르는 강, 태백산맥, 한강, 아리랑 등. 얼핏 떠 오른 대하장편소설이다. 하지만 나는 한 권도 잡지 못했다. 아니다. 나의 조급성은 진득함을 요구하는 책읽기를 이겨낼 수 없다는 지레짐작으로 아예 잡질 않았다. 고작 권운상의 ‘녹슬은 해방구’를 유일하게 손에 넣었을 뿐이다. 그런데 너무 아쉽다. 이 소설은 원래 7권으로 기획되었으나, 2권으로 중동무이되었다. 권정생 선생이 집필을 잇지 못하고 병마와 싸우다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소설의 배경은 1895년에서 1937년까지 동학혁명, 을미사변, 항일의병 등 굵직한 사건들이 연속되는 파란만장한 세월 속에서 경북 내륙 안동, 청송, 영양, 봉화에서 살았던 민중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증언이다. 등장인물이 무려 130여명에 달했다.

오월이는 딸 달옥이를 종에서 벗어나게 했다. 진눈깨비 내리는 낙동강변. 모녀가 빨래하러 나와 어미는 딸을 도망치게 했다. 그리고 어미는 모녀의 신발을 가지런히 놓고 스스로 얼음구덩이 속으로 빠졌다. 모녀의 자살로 위장했다.(1권 122 ~ 123쪽)

분옥이는 시집살이 1년 만에 문둥병으로 소박을 맞고 계산골 막장 흙담집에 칩거한다. 병이 옮을까봐 형제들의 방문도 매몰차게 거절하고 외딴집의 홀로 된 삶을 이어나갔다.(1권 158 ~ 165쪽)

장터 각설이 동준이는 문둥이 분옥이가 애처로워 부부가 되었다. 동준이 어미는 병이 들어 뱃속에 애기가 든 몸으로 시집과 친정에서 쫓겨났다. 어미는 아들을 낳고 죽었다. 각설이 아비가 주워 키웠다. 아이가 열 살 때 아비마저 죽었다. 동준이는 그때부터 장터 떠돌이로 컸다(2권 9 ~ 10쪽)

도박으로 빚을 진 남편 장득이와 시동생 수득이는 일본으로 징용갔다. 이순이는 어린 자식 다섯을 먹여 살리려 밀주를 담가 꼭지네 주막에 팔았다. 일본 순사에게 발각되어 오십원의 벌금에 처해졌다. 돈 없는 이순이는 어쩔 수 없이 외팔이 등짐장수한테 몸을 팔았다. 그런데 애가 들어섰다.(2권 214 ~ 224쪽)

한티재는 안동 시내에서 대구 방면 국도의 첫 번째 고개다. 정원이가 지아비를 고문 후유증으로 잃고 어린 삼남매 이석, 이순, 이금을 끌고 순흥 가래골에서 섶밭밑 친정 어머니 수동댁을 찾아 넘던 고개다. 달옥이가 딸을 종살이에서 벗어나게 하려고 얼음구덩이에 스스로 빠져 죽는 어미 오월이를 한티재 고개를 넘으면서 눈물범벅으로 바라보았다. 노름빚에 쫓겨 장득이가 야반도주로 넘은 고개로 아내 이순이는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이 고개를 넘었다. 문노인 손자 서억이가 의병으로 죽은 아비 길수의 무덤을 찾아 이석이와 일월산을 향하던 중 넘던 고개였다. 또한 장터 각설이 동준이가 문둥병 문옥이를 데리고 영양 다래골로 찾아 들어갈 때 넘던 고개이기도 했다.

 

소설 - 몽실언니, 초가집이 있던 마을, 점득이네, 한티재 하늘

산문집 - 우리들의 하느님, 빌뱅이 언덕

동시집 - 어머니 사시는 그 나라에는

 

내가 갖고 있는 권정생 선생의 저서다. 선생은 1937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나, 2007년 70세로 유명을 달리 하셨다. 경북 안동의 작은 교회 종지기로 평생을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셨다. 이름 높은 동화작가였지만 손수 지은 5평짜리 오두막에서 검소한 삶을 사셨다. 선생은 미리 써둔 유언장에서 이렇게 부탁했다.

“하느님께 기도해 주세요. 제발 이 세상 너무도 아름다운 세상에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일은 없게 해 달라고요. ······ 제 예금통장 다 정리되면 나머지는 북쪽 굶주리는 아이들에게 보내주세요. 제발 그만 싸우고, 그만 미워하고 따듯하게 통일이 되어 함께 살도록 해 주십시오. 중동, 아프리카, 그리고 티베트 아이들은 앞으로 어떻게 하지요. 기도 많이 해 주세요. 안녕히 계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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