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천재토끼 차상문

대빈창 2014. 7. 16. 07:17

 

 

책이름 : 천재토끼 차상문

지은이 : 김남일

펴낸곳 : 문학동네

 

고문기술자 이근안, 부천서성고문사건 문귀동, 구로인권위원회 권인숙, 국과수, 김기설 유서대필사건, 전민련 강기훈, 서강대 총장 박홍, 국민방위군사건, 해병대전우회, 고엽제전우회, 음지에서 일하며 양지를 지향하는 안기부, 뉴라이트, 관변단체, 화려한 외출, 의문사 조선대교지편집장 이철규, 종속이론, 문익환, 안병무, 김지하, 백낙청, 김종철, 박노해, 문부식, 진중권, 연세대 이한열, 최루탄, 화염병, 6월 국민대항쟁,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멕시코 사파티스타반군 지도자 마르코스 부사령관, 팔레스타인 인티파타, 노엄 촘스키, 박노자. 미문화원점거농성사건, 건대항쟁, 애학투(전국반외세반독재애국학생투쟁연합) 등.

80년대는 민주화 투쟁이 일상적이었다. 소설을 읽어나가다 떠올린 사건과 인물들이다. 소설은 IQ 200의 천재 수학자 차상문의 일대기다. 고문기술자 대공 수사관 차준수는 좌익 지식인 유진명을 고문하고, 여동생인 초등학교 여선생 유진숙을 강간한다. 폭력으로 잉태된 생명체가 토끼 영장류 차상문이다. 차준수는 시골에 은거한 유진숙을 찾아 첩으로 삼고 아들 하나를 더 두는데 차상무다. 차준수는 조직에서 밀려나 원양어선 선장으로 기항지에서 선원들에게 비참하게 살해된다. 주인공 차상문은 버클리대를 졸업하고 역사상 최연소 버클리대 수학과 교수가 되지만 사표를 내고 몬태나 숲에 은거한다. 주인공은 귀국하여 서울대 수학과 교수로 재직하다 제자가 국가폭력에 희생당하자 사직한다. 국가폭력, 가부장제 폭력의 대명사인 아버지 차준수를 닮은 동생 차상무는 불가리아 출신 이주 노동자인 어린 무용수를 성노리개로 삼는다. 주인공은 유나바머가 연상되는 우편폭탄 투쟁을 전개한다. 마지막은 차상문이 어머니가 강간당했던 바닷가 초등학교 뒷산 동굴을 틀어막고 절명한다.

이야기 전개가 낯익다. 작가도 말했듯이 인간중심주의 문명에 일침을 가한 우편물 폭탄 테러리스트 유나바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25세에 버클리대 수학 교수가 된 천재 시어도어 존 카진스키는 인간과 자연을 파괴하는 산업문명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그는 18년 동안 우편물 폭탄으로 3명을 죽이고 23명을 부상시켰다. 그는 FBI와 협상을 벌여 『산업사회와 그 미래』 선언문을 미국 양대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지에 싣게 만들었다. 1996년 유나바머는 동생의 제보로 은거하고 있던 몬태나 숲 오두막에서 체포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소설가는 민중·노동문학 작가로서 80년대를 치열하게 건너왔다. 작가가 14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소설은 극악스러울 정도로 모진 이 땅의 현대사를 조명하고 더 나아가 인류 문명을 위협하는 생태계 파괴를 근본주의자의 시선으로 바라 보았다. 되돌아보니 작가의 소설을 잡은 기억이 없다. 고작 80년대말 달동네 약수동 변두리 서점에서 ‘소설 창작의 길잡이’를 손에 넣은 것이 유일했다. 풀빛 출판사로 기억된다. 표지 바탕은 녹색이었고, 표제는 눈에 띠게 노란 틀에 검정 글씨였다. 밖에 부슬비가 내렸고, 서점 주인은 미끄러워 불편한 투명비닐로 곱게 포장한 책을 내게 건네며 말했다. “ 이렇게 포장하면 비에 젖을 염려가 전혀 없죠.” 나는 광주항쟁 세대답게 작가가 낯익었다. 하지만 소설은 처음 접했다. 이 소설은 제3회(2012년) 권정생 창작기금 수상작이다. 내 손에 책이 들려 진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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