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메나리아리랑

대빈창 2014. 3. 24. 03:43

 

 

책이름 : 메나리 아리랑

지은이 : 안용산

펴낸곳 : 실천문학사

 

일제강점기·해방정국 ; 임화, 오장환, 이용악, 백석, 이육사

1960 ~ 70년대 ; 김수영, 신동문, 신동엽

1970년대 ; 신경림, 정회성, 이시영, 김준태

1980년대 ; 박영근, 박노해, 백무산, 김남주, 김용택, 고재종

1990년대 ; 유용주, 공광규, 서정홍, 박형진, 이중기, 송경동

 

이 땅 현대문학사의 노동·농민시인을 거칠게 나열했다. 책읽기를 즐겨했지만 시집과는 거리가 멀었던 나의 독서여정에서 그나마 몇 편의 시로 인연을 맺었던 시인들이다. 근래 어느 시집을 잡다가 해설에 실린 1980 ~ 90년대의 농민시집 일곱 권을 손에 넣었다. 실천문학의 시집이 네 권이었다. 그렇다. 혁명과 시의 시대인 80년대 내내 노동과 농촌의 삶의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를 올곧게 담아낸 출판사였다. 창비에서 펴낸 하종오의 ‘벼는 벼끼리 피는 피끼리’를 제외하고 모두 생소한 시인이었다. 95년 초판시집이 여적 살아 나의 손에 들어온 것이 대견했다. 그랬구나. 시집 한 권이 4,000원이다. 속면지에 전산용지가 붙었다. 이 시집은 경주시 성동동의 새벌책방에 얼굴을 내밀었으나 찾는 이가 없었다. 18년이 지나 서해의 외딴 섬에 택배로 우송되었다. 

 

늙은이들만 서성이는 마을 / 서성이는 저놈(까마귀, 33쪽)

농사를 포기하고 모두 대처로 떠난 / 들녘에서 보았네(농촌일기, 60쪽)

사람이 농사를 포기하고 / 사람이 사람을 포지할지라도(심청전, 62쪽)

사태로다 사태져 고향 떠난 사람 어디 한둘인가(도라지, 70쪽)

끝내 버릴 수 없는 논밭마저 넘기고 / 헐값으로 떠난던 날(들꽃이 피면, 72쪽)

한번 떠난 사람은 / 돌아오지 않는 천박한 땅(감자꽃으로 부르는 사랑아, 95쪽)

모두 대처로 떠난 / 그리운 친구 돌아올까(망초꽃, 133쪽)

 

이 땅의 산업화, 근대화란 한마디로 고향 농촌의 등골을 빼먹은 것과 진배없다. 저곡가 정책으로 농촌을 떠나 도시 변두리로 편입된 서민의 노동력을 값싸게 쥐어 짠 결과가 압축적 고도성장인 ‘한강의 기적’ 이다. 이 시집은 고향의 고달픈 현실을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농촌·농민에 대한 분노와 좌절을 노래했다. ‘메나리’는 강원도, 경상도에서 김매기할 때 부르는 노동요를 이른다. 시집은 5부에 나뉘어 정확히 100편이 실렸다. 발문으로 시인 권선옥의 '삶터에서 부르짖는 메나리아리랑'이 마무리를 맡았다. 2부에 실린 24편의 연작시 부제가 '메나리아리랑' 이다.

'책을 되새김질하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4.03.30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  (0) 2014.03.27
당신 생각을 켜놓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0) 2014.03.20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0) 2014.03.17
은빛 물고기  (0) 2014.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