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나는 배낭여행을 통해 얻은 단상 부스러기들을 어줍잖게 한 기관지에 투고했다. 활자화된 글을 다시 읽어보면서 무엇인가 빼먹은 것 같은 찜찜한 구석이 있었다. 그것은 우리 국토에 산재한 문화유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지 못한 내가 어정쩡한 '답사기’나마 엮을 수 있게 도움을 준 책들을 글 말미에서 언급하지 않은 것이다. 이 분야의 알맹이없는 껍질뿐인 나의 지식으로 이글도 어줍잖은 답사기에서 한발짝도 벗어날 수 없었다. 글을 이어가면서 도움이 된 책들을 먼저 열거하는 것이 도리인 것 같다. 한국의 지명유래2, 한국의 전설기행, 전나무숲 지나 피안의 세계가.., 전북, 트레블, 자연사기행, 절을 찾아서, 나의문화유산답사기1·2, 마을로 간 미륵1, 역사와 만나는 문학기행, 다시 현실과 전통의 지평에서, 장승, 경기남부와 남한강, 사찰 그속에 깃든 의미, 명찰순례2, 내가 읽은 책과 세상 등이다. 또한 행간마다 숨겨진 나의 사고와 인식에 영향을 미친 글이 무수히 많은 것이 당연했다.
파랑새를 찾아 동아새국어사전을 펼치니 생물학적 형태를 설명한 뒤에 길조를 상징한다고 덧붙였다. 나는 파랑새를 길조보다 희원대상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희원주체에 따라 그 대상이 인간적, 설화적 그리고 역사적으로 분류될 수 있다. 배낭에 자투리 시간을 메워줄 읽은거리로 실천문학 겨울호와 큰 맘먹고 장만한 스포츠카 모형의 올림푸스Ⅱ 자동 카메라를 쟁였다. 영등포역광장. 어둠이 묻어있는 날선 바람이 음울한 도시의 거리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영등포발 전라선 무궁화호. 답사를 떠나는 하행선 열차에 소선생과 함께 탔다. 나의 답사여정은 묘하게 소선생과 인연이 닿았다. 지리산자락 답사 때 나는 익산 미륵사지와 구례 화엄사를 소선생가족과 함께 했다. 소선생은 지난 주말 익산집에 다녀왔지만 처가에 초상이 나 예정에 없던 남행길에 올랐다. 그의 목적지는 논산이었고, 나는 전주였다. 예상외로 도로가 한산해 공항에 도착했으나 아직도 해는 중천이었다. 소선생과 나는 시간을 죽이려고 공항동 족발집 골목으로 향했다. 소주 3병. 알코올 기운이 열차의 스팀 도움을 받아 빠른 속도로 세포를 자극했다. 10호차인 소선생도 달아오른 얼굴로 내가 있는 6호차로 건너왔다. 우리는 갈증을 귤과 이온음료로 달랬다.
빠른 속도로 검은 장막이 사위를 덮어갔다. 낮의 잔영은 서산 하늘선을 둘러싼 주황색의 후광으로 남았다. 날씨가 흐린탓도 있지만 수도권의 스모그로 산뜻한 파스텔조가 아닌 탁한 유화였다. 산은 거대한 저탄장처럼 보였고 그나마 한줄기 하늘선의 주황색 띠마저도 공장에서 배출된 검은 연기가 그앞을 흐르면서 점차 검은 실루엣으로 번져갔다. 어느덧 열차는 끝없는 암흑공간을 내달리고 승객들은 하나둘 편한자세로 상체를 뒤로 젖혔다. 나는 배낭속의 문학계간지를 펴 들었다. 논산역을 알리는 구내방송이 들렸고 소선생의 얼굴이 보였다.
p. s 활자화된 지 15년이 지난 글을 뒤적여 다시 올렸다. 이미지는 구글에서 빌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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