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고양이의 마술
지은이 : 최종천
펴낸곳 : 실천문학사
공장장만 빼고는 일하는 사람 모두 장가를 못 간 / 노총각들이어서 그런지 고양이 사랑이 엄청 크다. / 자본주의가 결혼하라고 할 때까지 / 부지런히 돈을 모으는 상중이가 당번이다. / 밥을 주면 수컷이 양보한다. / 공장장은 한때 사업을 하다 안되어 / 이혼을 했다고 하지만, / 내가 보기엔 자본주의가 헤어지라고 하여 / 헤어진 것이 틀림없다.
표제작 ‘고양이의 마술’(14 ~ 15쪽)의 부분이다. 시인 최종천은 ‘진짜 노동자’다. 1954년생인 시인은 중학을 마치고 상경하여 밑바닥 룸펜 노동자로 일찌감치 생활전선에 뛰어들었다. 스무살 무렵 시작한 용접공을 30년째 지금껏 일하고 있다. 1986년 ‘세계의 문학’, 1988년 ‘현대시학’으로 문단에 발을 들였다. 이 시집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으로 제5회 오장환문학상 수상작이다. 15편씩 4부에 나뉘어 60편이 실렸다. 해설은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살아 있는 노동’과 여성의 시간」 이다. 2002년 신동엽창작상을 안겨 준 첫 시집 ‘눈물은 푸르다’와 ‘나의 밥그릇이 빛난다’가 전부다. 시력 25년이 넘었는데 시집이 고작 세권 뿐이다. 시인은 일이 없는 날 책을 읽고 시를 쓴다.
단언하건대 예술이란 / 자연을 고장 내놓은 것들이다. / 나의 시는 예술이기를 포기한다.
‘나의 시’(98 ~ 99쪽)의 끝부분이다. 시인은 자본주의 문화와 예술을 생산적인 노동과 대비시켜 근본적인 비판을 전개한다. 천민자본주의의 예술이란 ‘실재를 왜곡하고 노동하는 삶을 교묘하게 억누르는 계급체계를 유지하는 기능’임을 시인은 폭로한다. 그러므로 "예술은 쓰레기"다.
강한 사람은 더욱 강하고 약한 사람은 더욱 약하고 / 가난한 사람들은 가난과 함께 도태되어간다 / 내가 노동을 하여 만드는 모든 것들이 / 우리를 도태시키고 착취하고 경쟁하게 하고 (‘슬픈 운명의 노래’ 중에서, 116쪽)
자연의 진화에서 인간의 출현은 사실상, / 무질서의 시작에 불과하다. 자연은 진화한 것이 아니라 / 퇴화를 해온 것이다(‘틈새’ 중에서, 93쪽)
그대들은 스스로 가난한 삶을 통하여 이 세계를 가난하게 만들지 않는 한, 극단적으로 착취당해야 할 것이다. 노동의 피조물인 인간은 노동과 함께 사라질 것이다. 인간은 멸망하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낭비하는 재앙의 존재이다.(‘시인의 말’ 중에서,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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