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대빈창 2014. 5. 15. 08:00

 

 

책이름 : 바보 이반의 산 이야기

지은이 : 최성현

그린이 : 이우만

펴낸곳 : 도솔

 

이곳은 땅을 갈지 않고, 될 수 있는 대로 풀과 나무도 그대로 두고 씨앗을 뿌리는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곳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냥 내버려 둔 땅 같지만 곳곳에 여러 가지 씨앗을 뿌리고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고 있습니다.

자연에 적게 손을 대는 게 이 농장의 방식입니다. 재배를 최소로 줄이고 절로 나는 것으로 먹을거리를 해결해 가려고 하는 게 우리의 목표입니다.

이 농장의 이러한 시도가 지켜지도록 여기서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손대지 말아 주셔요.

- 바보 이반 농장

 

저자가 살고 있는 산골 외딴집 출입구의 알림판이다. 재배가 아닌 채집을 추구하는 농원에 모르는 이들이 와서 마구 캐고 뜯고 따서 할 수없이 세운 부탁의 말이다. 농장 이름이 톨스토이 소설에 나오는 ‘바보 이반’이다. 톨스토이의 인생관과 도덕관이 진솔하게 드러난 작품으로 귀족들의 무위도식과 탐욕을 비판하고, 농민들의 성실함을 찬양한 사회소설이다. 이반의 왕국은 특별한 관습이 있다. '손이 걸치고 딱딱한 사람은 누구든지 식탁에 앉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반드시 다른 이들이 남긴 음식을 먹어야 한다.' 저자는 이반의 발뒤꿈치만이라도 따라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뜻으로 지었다.

이 땅에서 대우받는 지식인의 편한 삶을 버리고, 저자가 산속으로 들어가게 된 데는 단 한권의 책이면 충분했다. 자연주의자들의 길잡이 후쿠오카 마사노부의 「짚 한 오라기의 혁명」이었다. 우연히 잡은 이 책으로 저자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저자는 세상 모든 생물과 공존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 천등산 박달재  산속에서 조그만 논과 밭을 자연농법으로 가꾸며 20여년째 산에서 혼자 살고 있다.(추천의 글을 쓴 판화가 이철수도 박달재 인근 마을에서 우렁이농법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 책은 그 산에서 만난 풀과 나무, 곤충, 산새, 야생동물, 민물생물 들에 대한 생명 이야기다.

‘해가 뜨기 시작하는 것을 가장 먼저 아는 것은 나무다. (······) 먼동이 트는 기색이 조금만 있어도 그것을 예민하게 감지해 낸다. 그리고 기쁨으로 가볍게 몸을 떤다. 해를 향한 나무의 그 떨림이 새를 깨운다고 한다. 그 떨림이 얼마나 조심스럽고 고요하고 또 기쁨에 차 있는지는 새소리를 들으면 알 수 있다. 나무의 기쁜 마음이 전해졌는지 새들의 노래 또한 더없이 밝다.’(212 ~ 213쪽) 그렇다. 나의 망막을 덮었던 눈꺼풀을 들어 올리는 자명종은 경쾌하게 재잘거리는 참새소리다. 산자락에 앉아 바다를 내려다보는 집은 북향이다. 해가 떠올라 섬의 가운데를 차지한 봉구산을 넘어서야 집에 아침햇살이 뿌려졌다. 뒷울안의 한 귀퉁이를 감나무, 사철나무, 명자나무가 차지했다. 참새들의 아침 놀이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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