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대빈창 2014. 10. 2. 07:25

 

 

책이름 : 이인문의 강산무진도

지은이 : 오주석

펴낸곳 : 신구문화사

 

오주석 선생을 처음 접한 것은 98년 돌베개에서 간행한 ‘진경시대’였다. 최완수를 정점으로 하는 일명 간송학파라 불리는 일군의 학자들 글모음집이었다. ‘단원 김홍도의 생애와 예술’이라는 글을 접하고 나는 선생의 책을 기다렸다. ‘한국의 美’.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1’. 거기까지였다. 2005년 불치의 병에 걸린 선생은 곡기를 끊고 생을 마쳤다. 지천명이었다. 이후 유고간행위원회에서 펴낸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2’, ‘그림 속에 노닐다’, ‘오주석이 사랑한 그림’을 아껴가며 읽었다. 그리고 선생의 유고를 모아 역사연구소에서 펴낸 이인문의 강산무진도를 해석한 이 책을 사후 10여 년 만에 펼쳤다.

내가 강산무진도를 처음 접한 것은 부끄럽게 2006년 출판된 김훈의 소설집 ‘강산무진(江山無盡)’을 통해서였다. 양장본 소설집의 표지 그림이 강산무진도의 부분이었다. 저자가 조선후기 최대 걸작의 하나로 세계회화사에 빛나는 인류의 문화유산이라고 극찬한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정조대 화원화가 이인문(李寅文, 1745 ~1821)의 산수화다. 단원 김홍도와 동감내기로 조선후기 화단에서 명성이 드높았던 고송유수관도인(古松流水舘道人) 이인문은 폭 44㎝, 길이 856㎝의 거대한 횡권에 대자연의 가을 풍경과 인간사를 담았다.

아둔한 나는 횡권(두루마기) 그림으로 일본 덴리대 도서관의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추사의 세한도를 우선 떠올렸다. 하지만 크기로 따지자면 몽유도원도는 38.6㎝ X 106㎝이고, 세한도는 23㎝ X 69.2㎝, 10m 가 넘는 두루마리는 우선 이상적이 역관으로 북경에 갔을 때 청나라 문인들에게 받은 송시(頌詩)와 찬문(贊文)이었다. 오히려 강산무진도에 영향을 준 현재 심사정의 두루마기 그림 촉잔도권(蜀棧圖卷)의 길이가 818cm 였다. 촉잔도는 산길의 험난함을 묘사한 이백(701 ~ 762)의 고시(古詩) ‘촉도난(蜀道難)’을 그림으로 옮긴 것이다.

이 두루마기 그림의 주인이 추사 김정희였던 것을 화면에 찍힌 여섯 과의 도서로 알 수 있다. 이 걸작은 1908년 10월 이왕가박물관에서 일본인 거간 청목문칠로부터 사들였다. 현재 우리가 부르는 「江山無盡圖」라는 명칭은 원작위에 쓰여 진 것이 아니다. 표구 겉면 제첨에 27.6㎝ X 3.4㎝ 크기의 선지 위에 근래의 것으로 보이는 묵서(墨書)로 “이인문필(李寅文筆)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라 썼다. 옛 그림에서 준법은 ‘산과 돌의 형태와 질감을 표현해내는 것이지만, 다만 형사적(形似的) 측면의 효과에 머무를 뿐만 아니라 산수로부터 느껴지는 내면적 의취까지도 표현해 내는 데 묘미가 있는 것’(274쪽)이다. 그러기에 준법은 '산수화의 영혼'이라고 불렀다.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우리 회화의 준법에 대하여 좀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었다. 저자의 꼼꼼하고 세세한 부분도면에 대한 설명이 크게 도움이 되었다. ‘강산무진도는 준법의 전시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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