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대빈창 2014. 6. 16. 07:39

 

 

책이름 :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지은이 : 임길택

펴낸곳 : 보리

 

빗물에 패인 자국 따라 / 까만 물 흐르는 길을 /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골목길 돌고 돌아 산과 맞닿는 곳 / 앉은뱅이 두 칸 방 우리 집까지 / 하느님도 걸어오실까요

한밤중, / 라면 두 개 싸들고 / 막장까지 가야 하는 아버지 길에 / 하느님은 정말로 함께 하실까요

 

책의 마지막은 임길택 선생의 시비 사진이 실렸다. 태백산 두리봉 어우실의 시비글씨가 삐뚤빼뚤하다. 초등학교 1년생의 글씨다. 선생은 안타깝게 마흔여섯이라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나셨다. 열네 해 동안 강원도 탄광촌과 산골에서 초등 교사 생활을 하신 선생은 평생을 가난하고 소박하게 사셨다.

책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 ‘내가 만난 아이들’은 탄광촌 아이들로 오영심, 금주, 고혜숙, 영근, 옥희와 복녀, 이영미, 박성미, 곽명희, 복자, 경영, 혜원이가 나온다. 아픈 사연을 간직한 아이들이지만 세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진짜 지식을 몸으로 배우면서 아이들은 자랐다. 2부 ‘교사로 누린 행복’은 산골학교 박상철 큰 선생님, 어버이날 마을 큰잔치로 화한 봄 소풍, 막장에서 만난 광부의 고된 삶, 뙤약볕 아래 피사리 하는 제자 영미 등. 선생은 스스로 제 삶을 책임질 줄 알고 남들에게 눈물 안 흘리게 하는 사람으로 커나가도록 아이들 공부에 애썼다. 3부 ‘다시 하늘로 땅으로’는 정선 두메산골에서 만난 평남 성천이 고향인 떠돌이 김응서 할아버지. 밭의 알곡을 탐내는 멧비둘기를 쫒느라 온갖 잡동사니를 밭가에 꽂아 얻은 별명 비둘기 할아버지. 손모내기, 옥수수밭 김매기, 산나물 뜯기 등 산골 농사일을 힘겹게 배운 아내의 산골 그리움. 아이들과 함께 목욕을 하다 떠올린 돌아가신 아버지. 동시집 「탄광마을 아이들」, 동화책 「산골마을 아이들」에 얽힌 얘기와 현덕 동화집 「너하고 안 놀아」, 권정생 산문집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느낀 생각 등. 4부 ‘민들레반 아이들’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3년 동안의 일기로 거창초등학교 특수 학습반 아이들을 가르친 기록이다. 손톱이 길어 때가 까맣게 낀 정신지체아들의 손톱을 하나하나 깎아주는 선생의 아이들과 키를 맞추는 자상함이 새삼스럽다. 작가의 말 앞부분이다.

 

나는 누가 울 때, 왜 우는지 궁금합니다. / 아이가 울 땐 더욱 그렇습니다. / 아이를 울게 하는 것처럼 나쁜 일이 이 세상엔 없을 거라 여깁니다. / 짐승이나 나무, 풀 같은 것들이 우는 까닭도 알고 싶은데, / 만일 그날이 나에게 온다면 , 나는 부끄러움도 잊고 덩실덩실 춤을 출 것입니다. /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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