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어머니전
지은이 : 강제윤
그린이 : 박진강
펴낸곳 : 호미
진도 - 진도, 남도석성, 관매도 / 제주 - 동문시장, 서귀포, 오조리 해안 / 인천 - 대청도, 백아도, 아차도, 지도, 신도 / 영광 - 낙월도, 안마도 / 통영 - 지도, 두미도, 연화도 / 완도 - 보길도, 청산도 / 여수 - 금오도, 거문도, 손죽도 / 보령 - 삽시도, 효자도, 육도, 월도 / 고흥 - 득량도, 거금도, 우도, 화도 / 서산 - 웅도 / 사천 - 마도 / 신안 - 가거도 / 거제 - 화도 / 목포
시인의 발길이 머문 항구와 포구와 섬이다. 여기서 보령의 삽시도와 영광의 안마도는 꼭지가 2개다. 이 책에 실린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모두 36개다. 우리나라의 섬은 4,400여개다. 사람이 사는 섬은 모두 500여개다. 시인은 2006년 한국의 사람 사는 섬을 모두 돌아보는 서원을 세우고 섬 순례에 올랐다. 8년이 흘렀다. 그동안 시인은 300여개의 섬을 걷고 기록했다. 그 기록이 ‘섬을 걷다’, ‘그 별이 나에게 길을 물었다’, ‘걷고 싶은 우리 섬’으로 우리를 찾았다.
‘자기 고향은 잊어버리고 자식들의 고향이 된 어머니. 세상 모든 어머니는 누구나 자식들의 고향이다.’(39쪽)
‘간난신고를 견디며 목숨을 부지하고 살아 온 이유도 자식을 위해서였는데, 이제 목숨을 버리는 이유도 자식을 위해서다. 어머니, 그 이름이 한없이 따뜻하면서도 잔혹하다.’(119쪽)
‘부모 형제가 살지 않는 고향은 더는 고향이 아니다. 장소가 고향이 아니다. 사람이 고향이다. 어머니와 형제들이 고향이다.’(189쪽)
이 책은 섬 여행자인 시인이 포구와 섬에서 만난 수많은 어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성도 이름도 없어요. 누구 즈그 어메라고 부르고. 아무 것이네 하고. 성도 이름도 없이 살아요.“(229쪽) 표지그림 주인공인 마지막 꼭지의 통영 연화도의 윤필순(82才) 할머니의 이 땅 어미로서의 삶에 대한 회한이다. 모든 그림은 화가 박진강이 그렸다. 표지 그림의 할머니가 어머니와 너무 닮으셨다. 늙을수록 화사한 색의 입성을 입어야한다며 누이가 사다 준 빨간 윗도리와 사시사철 숫없는 머리에 뒤집어 쓴 수건. 책을 덮고 나는 어머니를 서른일곱번째 이야기로 덧붙였다.
여든셋 되신 어머니는 평생 서울에 두 번 나드리를 하셨다. 둘 다 막내아들 때문이었다. 아버지의 반대로 대학 진학이 좌절된 나는 울분을 술과 주먹질로 풀었다. 그리고 그해 겨울 끝내 일이 터졌다. 강남성심병원에서 수술을 받으면서 나는 어머니의 병간호를 받았다. 퇴원을 며칠 앞 둔 어느 날 어머니와 나는 1층 로비에서 정담을 나누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에구, 저 사람은 굉장히 덥겠다. 저 좁은데서 웅크리고 커피를 빼 주려면”
자판기 앞에 나래비를 선 사람들이 차례로 커피가 담긴 종이컵을 뽑아 로비 의자에 앉은 것을 지켜보던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었다.
화공약품 공장의 현장 노동자로 이제 일이 손에 배기 시작했다. 모래바람으로 찬 대기가 온통 부였다. 아침 첫차로 공단을 벗어났다. 졸업식 날이었다. 김포 집에 들러 반년 만에 뵙는 어머니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어머니는 얼굴에 홍조까지 띠고 계셨다. 언제 적 옷이었던가. 한복을 차려 입으셨다. 영등포에서 전철에 올랐다.
“응, 차장 오면 건네 줄려고.”
어머니 표는 왜 손에 쥐고 계세요. 라는 나의 물음에 어머니의 대답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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