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대빈창 2014. 10. 24. 07:39

 

 

책이름 :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지은이 : 다카기 진자부로

옮긴이 : 김원식

펴낸곳 : 녹색평론사

 

「원자력 신화로부터의 해방」, 「시민과학자로 살다」, 「지금 자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녹색평론사에서 출간된 다카기 지자부로의 저서다. 모두 아나키스트 김원식이 옮겼다. 나는 2007년부터 리뷰를 긁적였다. 「해방」은 오래전에 잡았던 책을 후쿠시마 사태 이후 다시 잡으면서, 「시민과학자」는 개정판을 잡고 독서 리뷰에 손댔다. 이 책은 2006년 1월 출간되자마자 손에 잡았다. 고인에 대한 추모의 마음 때문인 지, 편집광적 기질인지 다시 책을 펴들었다. 나는 다카기 진자부로하면 이 땅에서 윤구병 농부철학자가 떠오른다. 먹물 근성에 찌든 지식인의 편한 삶을 버리고, 민중의 고단한 땅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농민들의 나리타 공항건설 반대 산리즈카(三里塚) 투쟁에 참여하여 국가폭력을 보며 고뇌에 빠졌다. 그리고 국가권력이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벗어나 민중에 편에 서려 교수직을 사퇴했다. 이후 ‘원자력자료정보실’을 창설하고 원전반대운동을 펼치며 ‘시민과학자’로 평생의 삶을 살다 2000년 10월 영면했다.

이 책은 2부로 구성되었다. 1부는 작가 최성각이 표사에서 말했듯이 서구 자연관의 형성과정에 대한 ‘이야기 과학사’다. 플라톤, 헤시오도스, 이오니아 자연철학, 아리스토텔레스, 코페르니쿠스, 조르다노 부르노, 갈릴레오, 뉴턴, 아인슈타인 등. 서구의 자연관은 한마디로 인간중심주의다. 그것은 ‘인간이 더 많이 자연을 제어·지배·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으로서 향상시키고 자유를 확대’(20쪽) 시킨다는 합리주의적인 사상으로 ‘자연의 정복자로서 날카로운 칼로 자연을 난도질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흡사 보상행위인양 마치 자연미를 찬양하는 것 같은 문화'(14쪽)를 발달시켰다.

2부는 자연관의 전환을 역설했다. 그것은 ‘자연이라는 거대한 전체가 있어, 그것을 구성하는 모든 것이 공생함으로써 그 전체가 성립되고, 인간은 자연의 한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다.’(258쪽)는 사상이다. 오늘날 인류는 가공할 발전을 이룬 과학기술을 앞세워 자연을 벗어난 신물질을 만들어, 온갖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인간이 화학적으로 조작한 신물질은 쓰레기로 화하여 이제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의 멸종을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생산한 모든 물질은 자연의 도움을 받아야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의 사상이나 행동의 전환에는 상당한 물질적인 근거가 필요하고, 또 생활스타일이라는 것과도 밀접’(110쪽)하게 관련된다. 그것은 비핵(非核) 운동에서 아오테아로아(뉴질랜드), 바누아투, 페라우 등 선주민들이 가장 앞장서서 싸우고 있는 것이 입증한다. 도대체 누가 미개인이고, 문명인이란 말인가. 돈 몇 푼에 팔려 서로 핵폐기장을 유치하려고 안달하며 고향을 죽음의 황무지로 만드는 돈벌레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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