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소로우의 강

대빈창 2014. 8. 20. 05:20

 

 

책이름 : 소로우의 강

지은이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옮긴이 : 윤규상

펴낸곳 : 갈라파고스

 

「월든」, 「시민의 불복종」, 「소로우의 강」.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3권의 책 중 호숫가의 실천적 자연주의자 삶을 그린 책은 오래전에 잡았고, 국가권력의 폭력을 고발한 에세이를 표제로 삼은 책은 해를 넘긴 채 책장만 지켰다. 그리고 3개월 전 병원에 입원하여 1/3쯤 읽었던 책을 이제 책씻이했다. 14. 05. 12. 책술에 찍힌 붉은 잉크 숫자가 선명하다. 숫자 앞에 대형서적의 상징인 새 그림을 새겼다. 서점에서 책을 집어 든 지가 10여년이 넘었다. 그동안 나는 온라인 서적에서 책을 구입했다. 나의 부탁으로 작은 형이 병문안오면서 퇴근길에 사 온 두 권의 책 중 하나였다. 500여 쪽이 넘는 다소 부피가 있는 책은 8장으로 구성되었는데, 각주가 장마다 끝에 붙어 읽어나가기가 불편했다. 보통 띠지는 앞뒷장을 감싸는데, 이 책의 띠지는 앞표지를 세로로 길게 가렸고, 너울거리는 푸른 강물에 반짝이는 햇살을 담아 신선했다.

이 책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1817 ~ 1862년)의 첫 작품으로 형 존과 함께 1839년 8월 31일 토요일부터 금요일까지 1주일간 여행한 보고서다. ‘나는 콩코드 강둑 위에 서서 모든 진보의 상징인 강물의 흐름을 바라보며, 우주와 시간과 모든 피조물이 따르는 같은 법칙에 대해 생각해보곤 했다. (······) 드디어 나는 이 강이 나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든 그 물결의 가슴팍 위에 띄워 보낼 결심을 했다.’(20쪽) 강으로 여행을 떠난 까닭을 이렇게 말했다. 형제는 스스로 만든 보트 ‘머스케타퀴드호’로 콩코드 강과 메리맥 강을 거슬러 올라갔다. 잠자리는 날이 저물면 강변 언덕 적당한 곳에 텐트를 쳤다. 그리고 월든 호숫가처럼 꼬박꼬박 일기를 썼다. 여행은 늦여름에서 계절이 바뀌어 초가을로 접어들며 끝을 맺었다. 소로우에게 있어 자연은 단순한 관찰의 대상이 아니었다. 세상 만물에 신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범신론적 초월주의는 이 책 곳곳의 문장에서 드러난다. 그에게 자연은 풀 한 포기 하나라도 ‘더불어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애정과 경의의 존재였다.

1842년 형 존이 어이없게 돌발적이고 고통스럽게 죽은 후 소로우는 그 여행에 대한 보고서를 10년 후에 책으로 펴냈다. 소로우는 1862년 44세의 아까운 나이에 폐렴으로 죽었다. 그는 눈을 감으면서 누이 소피아에게 이 책의 마지막 장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소로우는 “이제야 멋진 항해가 시작되는군”하고 중얼거리며 편안히 숨을 거두었다.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 나무줄기에는 녹이 슬고 닳다가 봄철에 큰물이 질 때 결국 쓸려 나간 우리 배의 사슬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503쪽) 여기서 나무줄기는 야생 사과나무다. 「시민의 불복종」에 실린 6개 이야기 가운데 마지막 글이 ’야생사과‘다. 어떤 연관이 숨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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