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사자클럽 잔혹사

대빈창 2015. 4. 30. 06:30

 

 

책이름 : 사자클럽 잔혹사

지은이 : 이시백

펴낸곳 : 실천문학사

 

890만번 주사위 던지기(2006년, 삶이 보이는 창)

누가 말을 죽였을까(2008년, 삶이 보이는 창)

종을 훔치다(2010년, 검둥소)

갈보 콩(2010년, 실천문학사)

나는 꽃 도둑이다(2013년, 한겨레출판)

사자클럽 잔혹사(2013년, 실천문학사)

 

내가 읽은 이시백의 소설들이다. 나의 소설읽기는 편집증적 강도가 세다. 작가 이시백을 발견하고 그동안 연례행사로 잡았던 중단편소설을 대상으로 한 <이상문학상 작품집>과 장편소설에 수여한 <세계문학상>에서 손을 떼었다. 그리고 권정생창작기금 수상작을 대신 손에 넣었다. 이 정도면 가히 이시백 마니아라 할 만하다. 작가가 70세대라면 나는 80세대다. 흔히 ‘7080세대’라 뭉뚱그려 말하지 않는가. 물론 같은 연배의 작가는 많다. 하지만 이시백은 산업화의 주역이자 베이비붐 세대인 7080세대를 정감어린 추억이 아닌, 환멸어린 시선으로, 병적으로 왜곡된 성장기로 그렸다.

주인공 영탁(작가의 본명이 영덕)은 국어 문제 하나를 틀려, 입을 벌린 사자상이 정문에 버틴 똥통학교에 들어간다. 군사독재가 내면화된 황량한 학교는 교사와 선배의 무자비한 체벌이 횡행했다. 학내, 교외 구분 없이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생활에서 영탁은 동급생인 응규, 관식, 성제등과 어울려 폭력서클 ‘사자클럽 4기’로 손도끼를 휘두르는 싸움꾼으로 중·고교를 마친다. 대학에 들어갔지만 돈이 없어 휴학과 복학을 거듭했다. 학생운동과 거리를 둔 영탁의 대학생활은 우연히 사자클럽 6기 출신의 운동권 의현과 조우한다. 고문에 못이긴 영탁의 밀고로 공장 뒷방에 몸을 숨겼던 의현이 여수 바닷가에서 의문사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영탁은 군대와 복학한 대학에서 프락치로 포섭되어 동료를 밀고한다. 시인으로 출판사에 근무하는 영탁은 모교의 개교 100주년을 맞아 ‘사자클럽 40년사’를 집필하는 일을 맡게 된다.

소설은 1968년 김신조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락의 7·4남북공동성명, 10월 유신, 비상계엄과 긴급조치, 12·12사태, 80년 광주민중항쟁, 여의도 ‘국풍 81’까지.  2011년 이후 현재까지 2개의 시간층으로 진행된다.

 

비틀스 / 클리프 리처드 / 제임스 브라운 / 자니 호턴 / 닐 다이아몬드 / 재니스 조플린 / 지미 헨드릭스 / 도어스 / CCR / 엘비스 프레슬리 / 딥 퍼플 / 밥 딜런 / 스팀 / 주디 콜린스 / 레드 제플린 / 블랙 사바스 / 로보 / 카펜터스 / 아이언 버터플라이 / 핑크 플로이드 / 퀸 / 비지스 / 레너드 코헨 / 닐 영 / 스콧 매킨지 / 톰 존스 / 롤링 스톤즈 / 스콜피언.

 

소설에 등장하는 팝 아티스트다. 7080세대는 문화적으로 팝송을 즐긴 세대이기도 하다. 음악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소설에 자주 등장한다. 음악은 절망적인 현실로부터 도피처 역할을 했다. 하긴 내가 가장 먼저 정기구독한 잡지가 고교시절 「월간 팝송」이었다. 그 시절은 시골 면소재지 다방에도 뮤직박스와 디제이가 없으면 장사가 안 되어 파리를 날릴 지경이었다. 군사독재가 온 나라를 얼어붙게 만들었던 동토의 왕국은 김추자가 <거짓말이야>를 부르며 손을 까불렀던 제스처도 간첩과의 교신이라는 유언비어가 나돌았다. 하긴 내가 중학교 시절 스낵 ‘뽀빠이’를 만든 회사의 사장이 간첩이라는 소문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과자봉지에 새겨진 뽀빠이의 옷차림새가 윗도리는 빨강이었고, 아랫도리는 파랑이었다. 결정적인 근거로 뽀빠이의 목에 두른 넥타이가 남침을 암시한다고 했다. 믿거나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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