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金洙映 全集 2 - 散文
지은이 : 김수영
펴낸곳 : 민음사
80년대 후반 나의 학창시절, 문학도의 옆구리에 김수영의 시선집 「巨大한 뿌리」와 산문선집 「詩여, 침을 뱉어라」가 끼워져 있었다. 하지만 문학을 낭만적 감성의 찌꺼기로 제멋대로 재단한 나는 연일 술독에 빠져 흐릿한 눈빛으로 불운을 세상 탓으로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무슨 연유인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유명한 김수영과 이어령의 ‘불온시’ 논쟁을 접했다. 젊은 객기로 충만한 나의 눈에 이어령은 비겁해 보였다. 국시가 반공인 나라에서 국가보안법을 방패막이로 가난한 시인을 윽박지르는 모습으로 비쳤기 때문이다. 30여 년 전 시인의 참여시 옹호에 관한 글들이 2부에 실렸다. ‘知識人의 社會參與’, ‘實驗的인 문학과 정치적 자유’, ‘<不穩>성에 대한 비과학적인 억측’. 그 시절 아무튼 생애 최초로 시집을 손에 넣었다. 예의 「巨大한 뿌리」였다. 하숙방에 엎드려 시집을 펼쳤으나 그 뿐이었다. 열정의 분출은 문학보다 아스팔트 거리의 화염병 투척과 가투가 어울리는 시대 상황이었다.
1권처럼 2권 산문전집의 표지그림도 육필원고에 시인의 얼굴이 그려졌다. 그린이는 정복생의 사실적인 인물화다. 책은 1부에 34편, 2부에 12편, 3부에 21편으로 수필, 시사 에세이, 문학과 시론이, 4부는 시작노우트 17편과 서한집, 일기 그리고 5부는 시월평, 6부는 미완성 소설 ‘의용군’으로 시인의 모든 산문이 망라되었다. 표지를 열면 시인과 가족, 동료들의 사진 27장이 실렸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찢어진 흔적이 완연했다. 분명 누군가가 시인의 사진을 절취했다. 사진 부분의 맨 앞장으로 미루어 시인의 상반신이 크게 담긴 사진일 것이다.
한 잔의 술을 마시며 /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유명한 박인환의 ‘목마와 숙녀’의 일부분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시를 암기하는 것이 나의 세대의 통과의례중 하나였다. 이 책에 박인환에 대해 언급한 글이 ‘朴寅煥’, ‘茉莉書舍’, ‘演劇하다가 詩로 전향’ 3편이 실렸다. 시인은 박인환을 제 멋에 취해 예술을 오도하는 문화양아치로 취급했다. 김수영은 평소 동료시인이나 지인들에게 대중할 수 없는 무책임한 글이나 거짓말이나 흐리터분한 말을 일절 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김수영은 박인환에게서 현란한 기교만 난무할 뿐 절박함과 진실함을 발견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4부 日記抄를 읽어나가다 이 부분에서 무릎을 쳤다. 10월 6일자 - * 이 작품의 최초 제목은 「○○○○○」 / 10월 18일자 - 시 「잠꼬대」를, 본문의 「×××××」를, 한국의 언론자유? God damn이다! / 10월 29일자 - 「잠꼬대」는 발표할 길이 없다. 지금 같아서는 시집에 넣을 가망도 없다고 한다. 여기서 「잠꼬대」, 「○○○○○」, 「×××××」는 1960년 10월 6일에 언론과 사상의 자유에 대한 고발을 쓴 시 '김일성만세'다. 이 시는 50여 년이나 지나 200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발표되었다.
‘김일성만세’/한국의 언론자유의 출발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언론의 자유라고 조지훈이란/시인이 우겨대니/나는 잠이 올 수밖에// ‘김일성만세’/韓國의 言論自由의 出發은 이것을/인정하는 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정치의 자유라고 장면이란/관리가 우겨대니/나는 잠이 깰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