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불온한 응시

대빈창 2015. 4. 23. 07:00

 

 

책이름 : 불온한 응시

지은이 : 이재웅

펴낸곳 : 실천문학사

 

제1회 : 누가 말을 죽였을까 - 이시백(2010년, 삶이 보이는 창)

제2회 : 똥 찾아가세요 - 권오삼(2011년, 문학동네)

제3회 : 천재토끼 차상문 - 김남일(2012년, 문학동네)

제4회 : 부슬비 내리던 장날 - 안학수(2013년, 문학동네)

제5회 : 불온한 응시 - 이재웅(2014년, 실천문학사)

 

권정생어린이문화재단에서 선정한 권정생창작기금 수혜작들이다. 일반문학과 아동문학이 격년제로 수여되었다. 돌아오는 5월의 제6회 수상작은 아동문학이 선정될 것이다. 표지 그림이 눈길을 끈다. 응시하는 눈동자가 카메라 렌즈다. 건설현장 노동자로 보이는 헬멧을 쓴 두 인물이 삽으로 구덩이를 팠다. 출판사 로고가 구덩이에 세워졌다. 우측 상단 모서리에 안전모를 쓴 노동자가 한 명 더 있다. 문학평론가 이명원은 소설의 외피를 두른 르포르타주로 “우리 시대의 남루한 비극성을 응시하기를 회피하는 집단적 경향에 대한 이재웅식의 작가적 저항”으로 이 책을 평했다.

이 책은 9개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인간의 감각」은 피시방과 인력시장을 오가는 도시빈민인 진균(글로벌 신자유주의시대 진짜 세균으로 읽힌다)이 어머니가 암으로 죽은 원룸에서 아무런 감정 없이 혼자 밥을 차려 먹고, 「월드 피플」은 지역 재개발로 인한 낙후된 주변부의 외국인노동자(중동, 우크라이나, 필리핀, 네팔)들이 술이 취해 방범 카메라를 조롱한다. 「안내자」는 필리핀계 한국인 동갑내기 사촌인 권우와 순호가 젊은 시절 진보주의자였던 이 노인의 도움으로 임금 체불과 해고를 시킨 사장이 아끼는 개를 죽이는 복수를 감행하고, 「어느 날」은 월가 시위가 연상되는 한국 아나키스트들이 건물을 점거하는 테러가 들불처럼 번져간다. 「1,210원」은 대학시절 이념학술동아리가 마지막 공장노동자 연대집회를 마친 기념으로 5명이 같은 책을 사서 나눠가진 ‘공산당선언’이 폐지로 팔리고, 「전태일 동상」은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친구의 유작을 분해하여 각자 나눠 가졌다. 약속대로 10년 만에 만나 무덤 앞에서 재조립했으나 모조품의 조형물은 흉물스럽고 조악했다. 이 밖에 「절규」는 액자소설로 술자리를 파하고 헤어지면서 어색한 사이인 L이 어린 시절 겪었던 묘정에서의 독고몰 양반과 만동이의 대화이고, 「지휘」는 시골의 지주이면서 이장인 이종남이 협회의 권유로 강사를 초빙하여 노인회관에서 FTA 비준이 농촌에 미치는 악영향을 강의하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다루었다. 표제작 「불온한 응시」는 공사장에 딸린 실비집(함바)의 다양한 막노동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하나같이 불평, 불만, 험담, 증오, 냉소, 허무에 휩싸였다.

소설 속의 인물들은 대부분 쇠락한 농촌, 소도시 변두리의 원룸, 노가다 판의 막노동꾼, 이주노동자등 호모 사케르, 서발턴(하위주체), 마이너리티, 루저, 투명인간, 부품인간 등 주변부 자본주의의 경제난민들로 모리오카 마사히로가 말한 ‘무통적 인간’들이다. 이 소설집이 반가운 것은 불합리한 사회체제와 정면으로 맞서는 우직한 젊은 작가를 만나게 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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