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방독면
지은이 : 조인호
펴낸곳 : 문학동네
1부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 - 14편
2부 제국에서 보낸 한 철(鐵) - 3편
3부 악(惡)의 축 - 17편
4부 총(銃)과 장미 - 20편
해설 신동옥(시인) - 우주 빨치산 조인호 원정기
일반 시집의 시편수지만, 부피가 엄청났다. 46배판으로 보통 시집의 두 배 크기의 판형에 해설까지 무려 200여 쪽에 가깝다. 거기다 활자도 빼곡하여 족히 소설 한 권 분량에 버금갔다. 뭍에 나갈 때나 짬이 날 때마다 들썩이던 여느 시집과 달리 이번은 정색하고 책상에 앉아 「방독면」을 펼쳤다. 옛 서책처럼 사람 손으로 꿰맨 사철방식의 시집은 아래에서 위로 넘겨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문학동네시인선 005. 특별판으로 최승호의 「아메바」에 이어 두 번째로 잡았다.
「방독면」은 시인의 첫 시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시적 상상력으로 독자를 깊게 끌어들였다. 방독면을 쓴 소년이 시적 화자로 제1부 시편 괴뢰희(傀儡戱)의 제사(題詞)다.
너희들은 어렸을 때부터
영웅들의 가면을 쓰고 놀았고
나만 홀로,
이상한 방독면을 쓰고 있었지
철가면, 오함마, 불발탄, 우라늄, 다이너마이트, 총과 같은 철(鐵)의 이미지가 난무하는 시집은 내용에 걸맞게 형식도 파격적이다. 2부 전체는 세로쓰기이며, 굵은 고딕체와 지도가 등장하고, 영어·한자 심지어 히브리어까지 끌어들였다. 1부의 마지막 시편 ‘존재의 세 가지 거짓군(群)’은 3개의 지도와 특별하게 쥐색의 종이에 인쇄했다. 시인은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했다. 2부 마지막 시편 ‘최종병기시인훈련소(最終兵器詩人訓鍊所)’에 해병대 훈련병 시절의 사진과 ‘나는 한번 시인이면 영원한 시인이다.’라는 해병대 패러디 구호가 등장한다. 마지막으로 겉표지의 말풍선은 ‘유령담배주식회사(幽靈煙草株式會社)'의 한 구절을 연상시켰다.
그 뜬구름 잡는 소리를 말풍선 같은
연기 뭉치 속에 그려보는 것인데
유령담배는 지구 반대편까지 이어진 어느 사제 폭탄의 도화선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