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시간의 목소리
지은이 :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옮긴이 : 김현균
펴낸곳 : 후마니타스
길에서 만난 사람들(2007년, 하종강)
부동산 계급사회(2008년, 손낙구)
소금꽃나무(2007년, 김진숙)
시간의 목소리(2011년, 에두아르도 갈레아노)
지금까지 내가 잡은 ‘후마니타스’에서 펴낸 책들로 ( )은 초판 발간년도와 저자명이다. 여기서 출판사의 이름은 ‘인간다움’이었다. 2002년에 설립한 후마니타스는 민주주의, 정치, 노동, 법, 보건 등 사회과학, 인문학을 고집한다. 나의 책읽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출판사임에 틀림없다.
149쪽의 ‘ 모자 제조업자’는 1930년 제1회 우루과이월드컵에 대한 에피소드다. 결승에서 우루과이는 아르헨티나를 4:2로 이겼다. 저자는 경기장이 밀짚모자의 물결로 가득했다고 썼는데, 모자 제조업자인 독자는 펠트모자였다고 분개했다. 몬테비데오의 7월 날씨는 아주 춥기 때문이다. 분명 모자 제조업자가 열 받은 글은 저자의 다른 책인 「축구, 그 빛과 그림자」에 담겼을 것이다.
시간 / 진화 / 섹스 / 곤충 / 가축 / 새 / 사랑 / 가족 / 출생 / 우주 / 자연 / 죽음 / 물 / 결혼 / 친척 / 과일 / 술 / 음식 / 역사 / 꽃 / 나무 / 숲 / 산 / 짐승 / 풀 / 화산 / 생태 / 지구오염 / 언어 / 편지 / 축구 / 책 / 이야기꾼 / 신문 / 언론조작 / 모자 / 색깔 / 악기 / 가수 / 노래 / 영화 / 극장 / 배우 / 코미디 / 비행기 / 기차 / 거리 / 이민 / 작별 / 도둑 / 기억 / 회사 / 월드컵 / 기적 / 동물 / 민주주의 / 스페인 내전 / 이라크 침략 / 학교 총격사건 / 팔레스타인 침공
“천을 짜는 과정에서 원작의 형태와 색깔이 바뀌었다.”고 저자는 서문에서 말했다. 갈레아노가 독자에게 내민 천은 아주 치밀하다. 333편의 '시간의 목소리‘로 인생과 세상을 직조織造한 천은 새로운 질감을 만들어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조선후기 천이 귀하던 시절, 자투리 천을 이어 붙여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 낸 조각보를 떠올렸다. 한 쪽의 천은 두 쪽의 분량을 넘지 않았다. 정확히 두 쪽 분량은 여덟 천 조각에 불과했다. 책에 실린 삽화들은 ’카하마르카의 가장 험준한 산들에는 이름 없는 예술가들이 그린 많은 그림‘(351쪽)의 일부이다. 페루의 카하마르카 지역의 미술 이미지들은 알프레도 미레스 오르티스가 오랜 조사와 복구 작업을 통해 수집한 것이다.
“이 공은 아이들이 만든 것이 아님”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축구공을 만드느라 학교에 못가는 파키스탄의 모하메드 아쉬라프(70쪽)와 산악지대 카카오 농장에서 뼈빠지게 일하지만 초콜릿을 맛 본적이 없는 가나의 가난한 아이들(287쪽)에서 아동노동 착취의 처참함을 읽을 수 있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글을 써 온 저자의 책을 더 잡아야겠다. 온라인 서적에서 품절된 「축구, 그 빛과 그림자」와 「갈레아노, 거울 너머의 역사」 두 권의 책을 읍내 서점에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