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되새김질하다

고맙다 잡초야

대빈창 2015. 5. 20. 07:00

 

 

책이름 : 고맙다 잡초야

지은이 : 황대권

펴낸곳 : 도솔

 

한밤 산중에서 맞닥뜨린 야행성 짐승, 자연일치는 나체가 효과적, 현미잡곡밥 100번 씹어 넘기기, 산중개울 설거지, 모닥불 지피기, 자연 속 똥 누기, 장작패기·고속도로 야간주행 명상법, 인류의 미래는 추위 이기기, 반짇고리의 기능성, 절은 존경심을 표현하는 최상의 예의, 생태와 영성, 농장의 노거수 떡갈나무, 자연농법, 땡볕아래 논김매기, 신명나는 재래식 탈곡, 야성강한 아끼다 견, 닭장의 왕초 헤게모니 투쟁, 대체식품(야생식물, 플랑크톤, 녹조류, 곤충 등), 문명이 만든 병적증상인 건강보조식품, 채취농업, 족대 천렵, 위선적 환경지킴이 벌목업자, 댐 반대 운동가 데이비드 블레이크, 인류 파멸의 도구인 원자력, 단순 반복운동의 귀농, 흙일, 생태뒷간 세우기, 트라우마를 겪는 모든 생명체, 생태주의자는 제너널리스트, 어설픈 타조 사육, 공동체 식구의 모닥불 소통,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비닐하우스·빈집 재활용자재 철거, 작은 소리의 큰 울림, 식민지 근대성, 공동체 의사결정은 공감.

 

이 책은 1부 하늘 天 - 14편, 2부 땅 地 - 15편, 3부 사람 人 - 12 편으로 모두 41꼭지로 이루어졌다. 표제 글 ‘고맙다, 잡초야’(121 ~ 125쪽)는 지은이가 10여년전 돌투성이 산록을 개간하여 만든 농장 조성에서 발군의 실력으로 농장 흙을 경운해 준 억센 잡초들에 대한 고마움을 나타낸 글이다. 공사장 절개지 흙으로 산록을 덮었으나, 작물이 제대로 자라주질 못했다. 할 수없이 자연농법으로 10여년을 버티는 동안 억센 잡초들이 땅속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흙을 부드럽게 바꾸었다. “고맙다 얘들아. 땅을 그만큼 갈아주었으면 됐다. 이제 너희들의 에너지는 다른 형태로 거듭날 것이니 기쁘게 호미날을 맞아주었으면 한다.” 밭에 가득한 풀을 뽑으며 지은이가 감사하는 마음이다. 산중일기는 자연회귀의 통찰과 역설로 가득했다.

야생초편지(2002년, 도솔) /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2006년, 열림원) / 빠꾸와 오라이(2007년, 도솔 오두막) / 바우 올림(2007년, 시골생활). 무려 8년 만에 저자의 책을 다시 잡았다. 반가웠다. 2012년 연말에 책을 손에 넣고도 2년이 지나서야 펼쳤다. 나는 그만큼 책을 아꼈다. 전두환 군홧발 정권은 구미유학생간첩단사건을 조작하여 저자는 무기수로 영어의 몸이 되었다. 서른 살부터 마흔 네 살까지 13년2개월의 감옥생활을 하고 출소한 그는 전남 영광에서 농사일을 시작했다. 그리고 2년여 영국에서 생태농업을 공부하고, 유럽의 대안공동체를 돌아보며 생명평화운동가가 되었다.

저자는 영광 태청산에 컨테이너를 놓고 홀로 보금자리를 꾸렸다. 「야생초 편지」가 교도소에서 야생초를 키우며 생태와 영성, 자연 회귀를 편지 형식으로 썼다면, 이 책은 출소 후 10년 동안 자급자족 인간을 꿈꾸며 산속에서 자연과 더불어 공동체 식구들과 일군 자연생태적응기다. 그러기에 책의 부제가 ‘야생초 편지 두 번째 이야기’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자연과 생태가 유행을 타면서 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오히려 생태적 감각이 무디어지는 느낌”이라고. 그렇다. 요즘 세태에서 이 책은 더욱 소중하다. ‘생태’가 유행처럼 유통되고 있는데, 오히려 반생태적 행태들이 무감각하게 자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시대의 진정한 혁명은 귀농이고, 나약한 지식인에게 농촌과 흙은 온 몸으로 감당해야 할 현장이다.’(217쪽) 도시인의 행복지수는 끝없는 물질소비를 풍요로운 삶으로 착각하고 있다. 생태와 평화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무주상보시(無住相布施 - 어떤 대가를 기대하면 실망한다는 말로 내가 했지만 내가 했다는 의식이 없음을 이름)의 지혜를 배워야만 한다.

마지막은 귀농희망자들에게 주는 중국 속담이다. “말로 밥을 지을 수는 없다.”(Talk doesn't cook r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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