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빈창을 아시는가

버섯도 잠을 잔다.

대빈창 2015. 4. 2. 07:00

 

 

 

위 이미지는 3월 19일 아침 9시 주문도의 큰 동네 진말의 버섯접종 모습입니다. 비닐하우스에 차광막을 씌운 작업장입니다. 뉘인 통나무는 미루나무입니다. 원목은 3개월 전에 준비합니다. 버섯은 느타리버섯입니다. 드릴로 원목에 구멍을 뚫는 데 날이 스톱퍼(종균의 크기만큼 깊이를 맞춘 드릴 날) 처리되어 작업이 아주 편리합니다. 표준목은 크기가 1m20㎝로 지름은 15 ~ 20㎝입니다. 성형종균 1판(530구)이면 표준목 7 ~ 8개를 접종합니다. 원목이 굵거나 가늘 경우 종균 접종량을 적당하게 조절합니다. 1판의 가격은 작년 3,500원이었는데, 올해 4,000원으로 올랐습니다. 느타리버섯 성형종균은 작년부터 농가에 보급되었습니다. 전에 느타리버섯은 병종균만 가능했습니다. 느타리버섯의 원목은 미루나무, 은사시나무, 버드나무를 이용합니다.

표고버섯은 참나무를 씁니다. 이미지의 하우스 안쪽에 세운 통나무가 두 해전에 표고버섯을 접종한 참나무 원목입니다. 이태 전 접종한 표고버섯이 아무 소식이 없습니다. 버섯이 아무리 곰팡이의 일종이라지만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는 생물(?)입니다. 버섯이 깊이 잠든 것이 틀림없습니다. 생육조건이 맞지 않으면 버섯은 몇 해고 잠에 빠져듭니다. 특히 주인이 게으르면 버섯은 나몰라라 잠만 잡니다. 그러면 잠을 깨워야 합니다. 원목을 나무망치로 두드리면 포자가 퍼져 버섯이 잘 올라온다고 합니다. 

벌써 10여년이 다 되었습니다. 섬에 정착한 다음해 봄이 찾아오는 길목인 3월 말이었습니다. 섬으로 들어가는 오후 여객선을 오르는 어르신네들의 손마다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판이 한 두 개씩 들렸습니다. 표고버섯 성형종균판이었습니다. 한겨울 섬마다 지천인 참나무를 베어 넘겼다가 이른 봄 표고버섯을 접종해 가족들의 식용으로, 주위 친척에게 선물용으로 키웁니다. 문제는 어르신네들께서 성형종균 한두 판을 구하려, 새벽밥을 해 드시고 하루를 파는 현실이었습니다. 제가 나섰습니다. 새해가 되면 버섯접종을 하는 분들에게 전화를 넣습니다. 해마다 150판 안팎의 물량이 접수됩니다. 산림조합에 성형종균을 신청합니다. 물론 대금은 선불입니다.

“버섯 종균 도착했어요.”

산림조합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산림조합중앙회 산림버섯연구센터의 공정은 정확히 두 달 걸립니다. 그런데 200년만의 가뭄으로 농부들의 가슴을 태우던 하늘이 비 소식을 전합니다. 버섯종균 배달을 하루 뒤로 미룰까 망설였으나 버섯도 생명입니다. 버섯이 잠들지 못하게 하루라도 빨리 제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 도리입니다. 빗방울이 돋기 시작합니다. 볼음도·아차도·주문도 선창에 여객선이 닿을 때마다 저의 손길은 분주합니다. 성형종균을 받아 든 어르신네들이 입가에 웃음을 환하게 지으며 손을 흔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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