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숭어 이마에 붙어사는 따개비야 / 나는 친구들처럼 바위나 말뚝에 붙어살지 않아 / 나는 움직이지 않아도 움직일 수 있어 / 숭어가 내 자가용이야 / 나는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야 / 그물을 피해 숭어가 내달릴 때 / 내 이마에서 물줄기 하나가 달려 나가지 / 멋있지? / 물고기들도 그림자를 볼 수 있다고 / 숭어가 물 위로 뛰어오를 때 / 쏴 하고 비명도 지르지만 / 나는 물 위 세상도 실컷 구경하는 따개비야
함민복의 시 「따개비」(46쪽)의 전문입니다. 대빈창 해변에서 돌아와 책장의 동시집 『바닷물 에고 ,짜다』를 꺼냈습니다. 동시집의 구성은 시인의 동시와 화가 염혜원의 그림이 서로 마주보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이마에 붙은 따개비가 귀찮은지 숭어가 눈을 흘겼습니다. 제방 아래까지 밀려 온 부표에 다닥다닥 붙은 따개비와 굴 껍질을 보며 떠 올린 시입니다.
따개비와 굴은 조간대(潮間帶)에 사는 바다생물입니다. 조간대는 해안에서 해수면이 가장 높아졌을 때(만조선)와 해수면이 가장 낮아졌을 때(간조선) 사이의 지형을 말합니다. 밀물이면 물속에 잠기고 썰물에 대기 중에 드러나는 하루 4번 물 흐름에 맡기는 생활사입니다. 따개비는 몸길이 10 ~ 15㎜로 석회질의 딱딱한 껍데기로 덮였습니다. 입을 움직여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습니다. 여섯 번 탈피한 후에 시프리스 유생이 되어 바위에 정착하여 따개비가 됩니다. 굴은 바위에 붙어살기 때문에 석화(石花)라고 합니다. 수온이 2 ~ 5℃ 되는 5 ~ 8월이 산란기입니다. 수중을 부유하던 굴의 유생은 0.4㎜ 정도로 자라 바위에 부착합니다.
따개비와 굴의 유생이 물 밖과 물속을 수시로 왕래하는 물체를 발견하고 몸을 의탁했습니다. 간조대 바위에 붙어사는 동료들은 하루 두 번 밤낮으로 바뀌는 조류를 기다리느라 여간 고역이 아니었습니다. 뙤약볕아래 온몸을 갑옷으로 덮고 먼 바닷물이 들기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따개비와 굴의 운명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보금자리는 가볍고 부드러운 재질로 물을 흡수하지 않는 부표였습니다. 선박 입출항시 충격완화용이나 해변의 안전구역 수면 경계표시용으로 쓰입니다. 살랑거리는 바람에도 출렁거리며 작은 물 흐름에 부표는 하루 수 백 번 바닷물에 몸을 담갔습니다. 갈증의 고통에서 우리는 해방되었습니다. 따개비와 굴은 수시로 물에 잠겼다 뜨는 집에 세들어 마냥 행복하였습니다. 어느 날 먼 바다에서 큰 바람이 불어왔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뒤집어질 듯 까무라쳤습니다. 로프가 끊어지고 서로 기대고 있던 부표들은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물이 가장 많이 미는 지점까지 부표는 떠밀려왔습니다. 대빈창 해변 제방 밑입니다. 하루가 저물어가도 뙤약볕에 달아오른 부표는 바닷물에 식을 줄 몰랐습니다. 바다는 먼 곳에서 손짓만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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