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기계수리 6

이제, 일 밖에 안 남았네

절기는 날이 풀려 봄기운이 돋고 초목이 싹트는 우수雨水를 지나, 땅 속에서 겨울잠을 자던 개구리와 벌레들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驚蟄이 사나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2023년 계묘년癸卯年에도 여지없이 2박3일의 농기계수리가 지난 주에 있었습니다. 위 이미지는 모퉁이돌 선교원 훈련원의 운동장입니다. 주문도의 옛 서도 초등학교 자리입니다. 트랙터, 경운기, 이앙기, 관리기, 예초기, 분무기, 양수기, 엔진톱, 트레일러, 오토바이까지 나래비를 섰습니다. 영농철이 다가오면서 쇠소(鐵牛)들이 몸을 푸는 현장입니다. 지지난 주에 안타까운 사고가 터졌습니다. 이장의 웅~ ~ 웅 거리는 마을방송 소리에 덧창문을 열었습니다. 방송을 들으시는 주민들은 진화 도구를 가지고 연못골로 급히 나오라는 다급한 상황이었습니다. 산불..

철우왕진기(鐵牛往診記)

기해년(己亥年)의 봄은 성큼 다가왔지만, 한반도의 하늘은 연일 미세먼지 공습으로 사람들은 우울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다고 쇠소(鐵牛)들의 탈 난 몸을 그대로 방치할 수 없는 노릇입니다. 3월초 황금연휴를 맞아 여지없이 수의사들이 섬에 당도하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주문도 모퉁이돌 선교원의 훈련원 운동장입니다. 옛 서도 초등학교 자리였습니다. 섬의 쇠소들이 한 자리에 모여 때 빼고 광내는 하루였습니다. 주인 손에 이끌려 논밭에서 흙먼지를 날리다가 하루 두 번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서는 섬 쇠소의 노동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습니다. ‘짠기에 쩐’ 쇠는 쉽게 녹이 습니다. 섬주민들은 말합니다.  “무쇠도 짠기를 당해낼 수 없다.”  부품을 실은 짐차 3대가 전날 저녁 배로 주문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다음날 아침 ..

NLL의 섬 말도의 벽화

말도에 대해 처음 들은 지가 20여년이 다 되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개념이 희박하여 흘러간 세월의 흐름을 떠올릴 때 애를 먹습니다. 봄이 오기 전 낙도를 방문하여 한해 영농을 준비하는 농민의 농기계수리를 돕는 동료를 통해서였습니다. 그 시절 말도는 자가발전기로 전기를 일으켜 생활했다고 합니다. 동료는 초저녁 두서너 시간 전기의 혜택을 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잠은 오지 않고 밤이 깊어지면 촛불을 켰다고 합니다. 달랑 세 가구 뿐 인 섬은 이장과 새마을지도자, 선장이라는 감투(?)를 모두 썼습니다. 얘기를 들으며 저는 낭만적이고 목가적인 삶을 떠 올렸습니다. 말도는 NLL 선상에 위치하여 강화도와 서도(西島)를 운항하는 카페리호가 접안할 수 없었습니다.제가 말도와 인연을 맺은 지 10여년이..

시간을 거스르는 풍경

한 선교단체의 훈련원으로 쓰이고 있는 폐교 현관 앞에서 내려다 본 운동장 풍경입니다. 트랙터와 경운기가 가득합니다. 운동장에서 교사로 오르는 계단 양옆 측백나무의 가지가 제멋대로 허공에 뻗쳤습니다. 교사의 깨진 유리창으로 매운 찬바람이 들락거립니다. 페인트가 벗겨진지 오래인 허름한 건물이 겨울 싸늘한 대기에 몸을 움츠립니다. 경사면 계단식으로 조성된 화단 윗줄 일렬종대로 띄엄띄엄 늘어선 동상들이 무심한 표정으로 운동장 정경을 내려다봅니다. 주문도의 농기계들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년 중 행사인 농기계수리가 벌어졌습니다. 뭍에서 단체로 건너 온 농기계정비기술자들이 1년 전 손봤던 농기계들을 다시 기름을 먹이고 있습니다. 섬의 농기계는 수륙양용입니다. 버스가 없는 섬에서 경운기와 트랙터는 대중교통 수단입니다..

탈 난 쇠소鐵牛를 왕진往診 가다.

서도(西島) 군도(群島)는 4개의 유인도와 9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사람 사는 섬은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 말도입니다. 하루 두 번 강화도를 오고가는 여객선 삼보 12호가 닿지 못하는 섬이 말도(唜島)입니다. 말도는 일주일에 세 번 면소재지인 주문도와 행정선으로 연결됩니다. 이래저래 사람이 살아가는데 불편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말도도 농사짓는 섬으로 논이 3만평이나 됩니다. 쇠소(鐵牛)가 탈이 나면 수의사가 왕진(往診)을 가야 합니다. 위 이미지는 10월 초순 말도 공터의 농기계수리 모습입니다. 말도는 4월 초순 모내기를 앞두고, 10월 초순 벼베기를 앞두고 1박2일로 두 번 일정을 잡습니다. 올해도 여지없이 수의사(농기계정비기술연구회) 두 분이 말도 쇠소들의 치료를 맡았습니다. 보시다시..

쇠소鐵牛가 잠에서 깨어나다

겨울 한철 잠에 빠져 있던 소들이 섬마다 한 군데로 모여 들었습니다. 우시장이 아닙니다. 일 년에 한번 쇠소들이 얼굴을 마주 대는 날입니다. 서도의 사람 사는 섬 주문도, 볼음도, 아차도의 봄을 맞이하는 연중행사입니다. 위 이미지는 주문도 마을회관 공터입니다. 경운기들이 나래비를 섰습니다. 섬의 철우(鐵牛)들은 뭍의 소보다 일이 더욱 고됩니다. 봄에 사래 긴 비탈밭을 갈다가 물때에 맞추어 갯벌에 나섭니다. 조개잡이 망태를 먼 갯벌에서 날라야 하기 때문입니다. 섬의 쇠소들은 뭍과 바다 수륙양용일 수밖에 없습니다. 밭에서 온갖 곡식을 거두 들이고 거친 숨을 고르며 쉬는 뭍의 쇠소들이 부럽습니다. 그물에서 건져 올린 비린내 나는 물고기들을 밤과 낮 하루 두 번 져 나릅니다. 섬 주민들은 말합니다. ‘무쇠도 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