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름 : 꿈속의 꿈
지은이 : 강형철 외
펴낸곳 : 걷는사람
시인 박영근(朴永根, 1958-2006)은 전북 부안에서 태어났다. 1974년 전주고를 중퇴하고 서울로 상경했다. 서울 구로, 인천 부평에서 공장노동자로 살아가며 시를 썼다. 1981년 시문학지 『반시反詩』에 「수유리에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 첫 노동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뒤를 이어 박노해, 백무산를 비롯한 노동자시인들이 등장하며 80년대의 ‘노동문학’을 꽃피웠다.
첫 시집 『취업 공고판 앞에서』(청사, 1984), 『대열』(풀빛, 1987), 『김미순傳』(실천문학사, 1993), 『지금도 그 별은 눈뜨는가』(창작과비평사, 1997), 『저 꽃이 불편하다』(창작과비평사, 2002)를 냈다. 2006년 시인은 48세로 세상을 떠났다. 나는 타계 1주기에 간행된 유고시집 『별자리에 누워 흘러가다』(창비, 2007)로 시인을 만났다. 뒤늦게 시평집 『오늘, 나는 시의 숲길을 걷는다』(실천문학사, 2004)를 잡았다.
2014년 ‘박영근시인기념사업회’가 발족되었다. 2012년 문우들은 인천 부평 신트리공원에 박영근 시비詩碑를 건립했다. 시인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백제6」 육필원고를 새겼다. 2023년 박영근 시인의 17주기에 즈음하여 44명 시인의 54편이 실린 추모시집 『꿈속의 꿈』이 발간되었다. 서문은 시인 서홍관의 「시인 박영근을 기억하는 아름다운 우정의 시집」, 문학평론가 박수연은 해설 「박영근은 박영근이다」에서 “시집은 부재를 계기화하여 다른 세계를 상상하려는 시인들의 노래이다. 박영근은 그 부재를 먼저 직접 실현함으로써 시인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은다.”(114쪽)라고 말했다.
표제시는 고인의 아내로 노동미술화가 성효숙의 詩였다. 80년대 노동시의 지평을 열었던 숭고한 노동과 민중의 삶을 누구보다 사랑한 시인의 자취를 더듬는 시집이었다. 시인 김정환은 말했다. “살았을 적 박영근의 문학은 간절하고 고달픈 ‘삶의’ 노동문학이었다. 이제 그가 세상을 떠나며 남긴 시들을 읽자니 그의 문학은 벌써 ‘죽음 속’ 노동문학 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마지막은 박철의 「박영근 생각」(53쪽)의 전문이다.
동네 분식집에서 혼자 김치칼국수를 먹는데 / 갑자기 붉은 국물 위로 박영근 시인 생각이 나는 거라 / 그는 지금쯤 어딜 가고 있을까 / 술 깬 아침이면 작은 손으로 야무지게 밥그릇을 비우던 그 / 국수 가락 텁텁하여 고개 숙인 아래로 / 자꾸 그가 떠오르는 거라 / 붉은 국수 남기고 나오는데 주인은 없고 / 거기 박영근이 담배 연기 날리며 서 있는 거라 / 공짜 칼국수 먹은 셈 치고 서둘러 나오니 / 그가 문 열고 나와 손짓하며 / 빨리빨리 뛰어가라 하는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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