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부치다 37

텃밭을 일구다.

오전 10시 50분. 물이 빠져 아래 선창입니다. 9시 10분 외포리발 삼보12호가 들어섭니다. 날 풀린 주말이라 그런지 차량과 승객이 제법 많습니다. 한 떼의 배낭족들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물량장으로 내딛습니다. 그들은 대빈창 해변 솔밭에서 야영을 하고 내일 섬을 떠날 것입니다. 설을 새고 작은 형이, 김장을 담근 후 누이동생이 오랜만에 섬을 찾았습니다. 휴일은 절기로 춘분입니다. 이른 점심을 먹고 11시 반에 텃밭을 일구기 시작하여, 새로 2시 반에 일을 마쳤습니다. 안 쓰던 근육을 놀렸는지 허리가 뻐근합니다. 네 두둑과 쪽파가 심긴 두둑의 3/4를 삽으로 일렀습니다. 쇠스랑으로 흙덩이를 부수고, 고랑을 삽으로 쳐올려 두둑을 말끔하게 단장합니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검은 비닐을 피복한 두둑은 청양고추 ..

텃밭을 부치다 2016.03.21

부직포를 벗기다.

지난 15일 마늘·양파 두둑의 부직포를 벗겼습니다. 부직포를 씌운 지 두 달 보름만입니다. 이미지에서 보듯 결과는 대성공입니다. 섬에 삶터를 꾸린 지 7년 만에 양파 두둑에 한겨울 부직포를 피복했습니다. 작년 양파농사는 추위와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했습니다. 할 수없이 읍내 종묘상에서 묶음 양파를 사다 양파 두둑에 새로 이식했습니다. 한여름 양파를 수확하자 구근이 턱없이 작았습니다. 저장성이 떨어져 쉽게 썩어 문드러집니다. 저도 살길을 찾아 애쓰는 지 싹이 빨리 나와 자랐습니다. 늦가을 월동작물 파종 시기입니다. 마늘은 여적 하던대로 종구를 소독하여 묻고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양파도 포트묘를 이식하고 처음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감나무집 형수는 새 부직포를 안까워하며 양파의 겨우내 성장을 우..

텃밭을 부치다 2016.03.18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우다.

절기는 소설에서 대설로 향합니다. 농부들의 원망을 샀던 하늘이 때 아닌 요즘 물기를 자주 내 보입니다. 눈이 와야 할 시기에 찬 겨울비만 연일 줄금 거렸습니다. 영하로 떨어진다는 예보에 양파 두둑에 부직포를 씌웠습니다. 영락없이 싸라기눈이 내렸습니다. 텃밭의 월동채소가 네 두둑을 차지했습니다. 썬 짚을 깔고 부직포를 씌운 마늘 두 두둑과 쪽파 반 두둑. 그리고 올해 처음 부직포를 씌운 양파 한 두둑입니다. 어머니가 섬으로 들어오시던 다음해 씨 마늘을 유명한 망월마늘로 구입했습니다. 어머니의 잔손길이 묻은 마늘농사를 7년째 꾸준히 이어왔습니다. 마늘 종구는 진즉 땅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쪽파는 찬 계절을 맨 몸으로 이겨낼 것입니다. 올 대파는 가뭄을 이기지 못하고 작파했습니다. 귀하디귀한 김장에 넣을 중하..

텃밭을 부치다 2015.12.03

김장을 담그다.

뒷울안을 돌아나오는 어머니의 눈가가 물기로 흥건했습니다. 주말 누이가 오후배로 섬을 떠났습니다. 전날 매제가 포터를 끌고 섬에 들어왔습니다. 적재함에 작은형과 누이네 김장김치가 가득 들어찼습니다. 인천 사는 작은형은 휴일 김포 누이 집을 둘러 자기 몫의 김장김치를 찾아 가겠지요. 어머니가 섬에 들어오시고 입동 주간의 연례행사로 올해가 7년째입니다. 8일 입동 다음날부터 누이는 5일간 세 집 김장을 담느라 몸살까지 얻었습니다. 어머니가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하시자, 누이는 올 김장을 50포기로 대폭 줄였습니다. 어머니가 달포 전부터 김장에 들어 갈 마늘과 생강을 미리 손질하셨기에 이마저 가능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김장 첫날의 텃밭 모습입니다. 무와 순무 일부만 걷어 들였습니다. 지금 배추는 반 두둑만 남았고..

텃밭을 부치다 2015.11.16

김장밭을 부치다.

새벽기도를 알리는 교회 종소리. 뒤척거리다 이불을 걷어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대기의 푸른빛이 점차 엷어지고 있었습니다. 창고에 쌓여있던 퇴비유기물을 텃밭 두둑마다 두 포씩 져 날랐습니다. 다섯 두둑에 열 포와 토양살충제 한 봉을 고루 뿌렸습니다. 작은 형과 누이도 뒤따라 밭으로 들어섰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는 텃밭이 내려다보이는 창고 지붕에 자리를 잡으셨습니다. 어머니가 봄에 파종한 땅콩 두 두둑과 참깨 한 두둑이 알차게 여물고 있습니다. 작은 형과 나는 다섯 두둑을 삽으로 일렀습니다. 누이는 쇠스랑으로 덩어리 흙을 깼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참깨와 땅콩 사이 빈 두둑의 고랑에 흘러내린 흙을 작은 형이 삽으로 걷어 올리고 있습니다. 누이가 서있는 두둑의 흙살이 곱습니다. 지금은 두둑위에 흰 부직포..

텃밭을 부치다 2015.08.10

신묘년辛卯年 대설大雪의 텃밭

큰 눈이 온다는 대설 아침입니다. 하지만 올 겨울은 눈이 귀합니다. 흔적만 보인 첫눈이 온지가 꽤 오래입니다. 눈다운 눈은 아직 구경도 못 했습니다. 늦은 해는 이제야 봉구지산 정상을 넘어와 느리 마을을 비춥니다. 저희 집이 봉구지산 등산로 초입이라 마을 정경이 렌즈 안에 다 들어왔습니다. 저 멀리 섬의 큰 마을인 진말로 넘어가는 고갯길이 산자락에 걸려 있습니다. 고갯길이 끝나는 허공은 바다입니다. 1년이 채 안된 진순이(진돗개 트기)가 신기한 지 카메라를 들고 나온 저에게 눈길을 주고 있습니다. 앞산 솔숲에서 공포에 찌든 어느 짐승의 울부짖음이 들려옵니다. 저는 올무에 걸린 고라니인 줄 알았습니다. 그때 앞집 형님이 산을 거슬러 올라 닭장으로 향합니다. 매입니다. 닭장 위 높은 가지위에 올라앉은 매를 ..

텃밭을 부치다 2011.12.09

신묘년辛卯年 하지夏至의 텃밭

하지 전날 아침 식전에 찍은 텃밭 전경입니다. 밭에 작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먼저 이랑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랑은 두둑과 고랑으로 형성됩니다. 작물이 심겨지는 두둑과 물을 빼고 대는 고랑 한 조가 이랑인 것 입니다. 심겨 진 작물은 오른편부터 설명 드리겠습니다. 흰 비닐이 깔린 두 두둑을 차지한 것은 땅콩입니다. 땅콩은 모래밭이 제격입니다. 저희 밭은 메마른 진흙이라 수분 보존과 가을걷이를 편하게 하기 위해 땅콩용 비닐을 깔았습니다. 줄기와 잎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면 줄기를 잡아 당깁니다. 땅콩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비닐을 깔지 않으면 땅이 딱딱하게 굳어 흙속의 땅콩을 일일이 삽으로 캘 수밖에 없습니다. 옆 지주대가 꽂힌 두둑은 완두콩입니다. 23일 비가 잠깐 그친 짬에 어머니와 이웃사촌 형수와 아랫..

텃밭을 부치다 2011.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