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무딘 이라도 한반도를 물구렁텅이로 만든 계묘년癸卯年 장마를 견디며 기후 재난을 떠올렸을 것이다. 아니 한반도 기후는 이제 온대가 아닌 아열대가 분명해졌다. 장마가 아닌 우기라고 불러야 마땅했다. 비가 귀한 서해의 작은 외딴 섬 주문도를 물폭탄이 공습했다. 비가 주춤거리는 틈에 저녁 산책에 나섰다. 섬 중앙에 솟은 해발 146m의 봉구산은 해변까지 자락을 드리웠다. 짧은 골짜기를 치내려온 빗물이 시멘트 구조물 노깡으로 세차게 쏟아졌다. 갯벌이 크게 파여 쓸려나갔다. 빗물을 머금은 산은 몇날며칠 담수를 바다로 흘려보낼 것이다. 갈매기 수십 마리가 담수에서 목을 축이고 깃을 다듬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었다. 새들은 인간보다 지구가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먼저 알았을 것이다. 하지만 무슨 대책을 강구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