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작은도서관 8

길상작은도서관

강화도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큰 섬이다. 뭍에서 섬에 들어오려면 당연히 다리를 건너야한다. 두 대교가 놓였다. 북부권역의 중심지 강화읍으로 들어오는 강화대교, 남부권역의 중심지 길상면과 통하는 초지대교이다. 나의 삶터 주문도에서 뭍에 나오는 포구는 화도면 선수항으로 남부권역이다. 서울과 인천, 고양과 김포로 향하려면 초지대교를 건너 김포시 대곶에서 김포―인천간 고속도로를 이용했다. 나의 일상에서 강화대교를 건너는 일은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 강화읍에서 도서관, 병원, 마트, 은행…… 일을 보고 섬으로 돌아왔다.강화군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가면에 《내가도서관》, 그리고 《작은도서관》이 길상·교동·하점·화도면 네 곳에 있다. 강화도의 중심을 횡단하는 중앙로를 기준으..

일미식당의 생선구이

강화대교를 이용하는 북부권역의 중심지는 강화읍이었다. 초지대교를 건너는 길상면은 예나 지금이나 강화도 남부권역의 중심지였다. 강화읍에 인접한 선원면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길상면 온수리의 구시가지는 쇠약해져갔다. 그만큼 상권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작은형과 점심을 같이 했다. 삼사년 전 어머니가 천식으로 대학병원에서 퇴원하실 때 세모자가 섬으로 들어가는 포구부근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김을 큰 박스 택배로 작은형 앞으로 주문했다. 섬은 택배운송비가 너무 비쌌다. 작은형과 〈길상작은도서관〉이 자리 잡은 공용주차장에서 만났다. 형제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온수리 삼거리 방향으로 20m쯤 걸으면 인도에 접한 식당이 나..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

책이름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지은이 : 신경림펴낸곳 : 우리교육 김지하(1941-2022) 전남 목포 출생, 「타는 목마름으로」은 급박한 호흡과 화려한 이미지로 우리 저항시의 한 전범. 특권층의 부정과 부패를 판소리 가락을 통해 통렬하게 풍자한 담시 『오적』. 1970년대 전 기간 동안 신화․전설이었던 시인. 정회성(1945- ) 경남 창원 출생, 「저문 강에 삽을 씻고」는 한국시의 기교가 도달한 가장 높은 수준의 모범시. 열 편 쓸 것을 한 편으로 압축하고, 열마디 할 소리를 한마디로 줄이는 자세가 시를 쓰는 시인의 태도.김종길(1926-2017) 경북 안동 출생, 등단작 「성탄제」는 상고주의尙古主義로 고향을 밑바닥에 깐 유가적 전통의 시적 승화. 우리 현대 시사에서 가장 뛰어난 이미지스트. 김..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

책이름 :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1지은이 : 신경림펴낸곳 : 우리교육 뇌리에 입력된 책은 언젠가는 손에 펼치기 마련이었다. 내가 잡은 책은 초판본으로 1쇄가 나온 지 26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지. 《길상작은도서관》에 오래 묵은 책이 있었다. 책은 시인이 한국 현대 시사를 빛낸 22명 시인의 행적을 찾은 기행 글이었다. 생가와 시비, 그리고 시인의 삶의 흔적이 남은 곳을 돌아보았다. ‖여는글‖에서 “시인이 어떤 환경에서 자랐고, 어떤 조건 아래서 살았으며, 그 시를 쓸 당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현장을 찾아다녔다고 한다.정지용(1902-1950) 충북 옥천 출생. 「향수鄕愁」. 근대시의 아버지, 일본 도오시샤(同志社) 대학을 졸업하고, 16년간 휘문고보에..

내가도서관

인천광역시 강화군 내가면內可面 고천2리 면소재지의 〈내가도서관〉가는 길은 두 가지로 모두 고비고개를 타는 길이었다. 내가면 외포항에서 고개를 오르면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 제8호 〈곶창굿당〉과 드라마 ‘백년의유산’ 촬영지로, 강화돈대를 모티프로 새롭게 건축ㆍ구성한 〈LOY 카페〉를 지나 고개를 내려서면 면소재지다.반대편 길은 강화읍에서 서문과 국화저수지를 지나 구절양장의 험한 고비고개를 넘으면, 강화도에서 가장 큰 고려저수지의 호안을 따라 내가면소재지로 들어서는 길이다. 두 길 모두 사행蛇行으로 눈은 풍광을 쫓지만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길이다. 면사무소, 보건지소, 도서관이 한 구역에 몰려 있다.강화군의 행정구역은 1읍12개면으로 구성되었다. 공공도서관은 강화읍에 《강화도서관》, 선원면에 《지혜의숲》, 내..

강화도서관

30여 년을 넘어선 나의 독서 이력은 도서관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산화되기 이전 대출카드라 불렀던 북카드(book card) 시절 리포트 참고도서를 구하려 강화도서관을 두서너 번 찾은 것이 고작이었다. 그 시절 군립도서관은 한옥교회 성공회聖公會 강화성당 뒤 오솔길을 따라 들어가야 만날 수 있었다. 자칭 활자중독자인 내가 군립도서관을 찾게 된 것은 내 방에 더 이상 책을 들여놓을 공간이 부족해서였다. 이후 나는 부피가 얇은 시집을 온라인 서적을 통해 구매했고, 나머지 책들은 도서관에서 대여했다.새삼 《강화군립도서관》에서 발행한 〈책이음 전국 공공도서관 이용증〉을 들여다보니 발행일자는 없고 회원번호만 적혀있다. 첫 대출일자가 2019년 6월 13일이었다. 이날 회원증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뒤 나는 3주 간..

동양기행 1

책이름 : 동양기행 1 지은이 : 후지와라 신야 옮긴이 : 김욱 펴낸곳 : 청어람미디어 『인도 방랑』을 책씻이하고, 관내 도서관의 후지와라 신야의 책들을 검색했다. 《길상작은도서관》에 『동양 기행 1·2』가 소장되어 있었다. 독서목록의 다른 책들을 뒤로 물렸다. 주민자치센터 2층의 도서관은 협소했으나 책은 가득했다. 고전인문학자 정민의 『아버지의 편지』와 함께 세 권을 대여했다. 출간된 지 5년 미만이라는 제한에 묶여, 후지와라 신야의 다른 책들을 희망도서로 신청할 수 없었다. 일단 두 권의 책으로 만족해야겠다. 후지와라 신야가 스물네 살에 미술학도를 작파하고 인도 여행을 떠난 것이 1969년이었다. 그의 여행은 단속적으로 20년 넘게 이어졌다. 『동양기행』은 1980년 겨울 터키 이스탄불을 시작점으로 ..

인도 방랑

책이름 : 인도 방랑 지은이 : 후지와라 신야 옮긴이 : 이윤정 펴낸곳 : 작가정신 데칸고원으로 떠나는 뭄바이 역의 혼란은 끔찍했다. 카시미르주의 주도 스리나가르에서 사기를 당해 개천 위의 고물 배에서 하루를 묵었다. 여행 경비 부족으로 파힐감 마을에서 야반도주했다. 숙박비를 절약하려 남인도 첸나이 역에서 오스트레일리아 여행자를 만나 사흘을 동숙했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손님을 받지 않는 히말라야 산기슭 데라준의 히말라야 로지 호텔에서 사흘을 묵었다.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콜카타와 하우라 도시를 흐르는 갠지스 강의 지류 후글리 강에서 강물에 떠내려오는 여자 시체를 쪼는 까마귀를 보았다. 타르 사막의 모래폭풍을 만나 휘장을 내린 고물 버스에 갇혀 상황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갠지스 강 하구 칠카레이크 호수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