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담그기 6

갑진년甲辰年, 김장을 담그다.

4(月)일 작은형이 저녁배로 섬에 들어왔다. 내가 몸에 탈이 나 예정보다 하루빨리 입도入島했다. 차에 빈 김치통이 가득했다. 어머니를 모시고 주문도에 삶터를 꾸린 이래 김장담그기는 우리 형제의 중요 연례행사가 되었다. 5(火)일 나는 아침배로 섬을 나서 읍내의원을 찾았다. 다행스럽게 기우였다. 의사는 4일치 처방을 내렸다. 11월부터 동절기 배편으로 바뀌었다. 오후배를 타고 들어와 집에 도착하니 4시반이 되었다. 작은형이 홀로 많은 일을 해치웠다. 알타리무를 수확하고 쪽파를 다듬어놓았다.거의 한두둑을 파종한 게 결과적으로 다행이었다. 엄지손가락 굵기의 알맞은 총각무를 반정도 수확할 수 있었다. 형제는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6(水)일 작은형은 알타리무를 다듬고 세척하고 버무려 총각무를 김치통에 담았다..

텃밭을 부치다 2024.11.11

계묘년癸卯年, 김장을 담그다.

계묘년癸卯年 입동 다음날, 작은형이 첫배로 섬에 들어왔다. 어머니의 김장 담그기 75년 노하우가 빛을 발할 것이다. 뒷집 고양이 어린 흰순이도 한 몫 하겠다고 얼굴을 내밀었다. 어머니 지시대로 텃밭의 쪽파를 큰 플라스틱 대야와 작은 함지박에 가득 차게 뽑았다. 그때 작은 형 차가 집 마당으로 들어섰다. 어머니는 열린 봉당에서 쪽파를 다듬었다. 작은형은 꼼꼼한 성미대로 알타리무를 손질했다. 나는 배추 밑동을 도려냈고, 무를 간단없이 머리와 꼬리를 잘라 마당으로 날랐다. 올해 김장채소 무, 배추, 알타리, 쪽파 모두 밑동이 굵고, 포기가 차서 탐스러웠다. 텃밭농사는 보기 드물게 풍년이었다. 하늘이 어두워졌다. 무를 수세미로 닦아 광주리에 담아 물기를 말렸다. 점심을 먹고 오수에 빠졌다. 빗소리에 눈을 떴다...

텃밭을 부치다 2023.11.13

계묘년癸卯年, 입동立冬으로 가는 텃밭

위 이미지는 십일월 첫날 오후 두 시의 텃밭이다. 작은 형이 오랜만에 섬에 들어오셨다. 이른 점심을 먹고 형제는 텃밭으로 나섰다. 한 두둑에 가축퇴비 두 포를 넣고 세 두둑을 삽으로 일렀다. 토양살충제를 뿌리고 고무래로 평탄작업을 했다. 다음날 나는 뭍에 나갔다. 3주 만에 군립도서관에 발걸음을 했고, 보건지소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들렀다. 오던 길에 농약사에서 양파 두 판을 샀다. 170공 짜리 한 판이 만원이었다. 섬에 돌아와 어머니께 양파묘 값이 많이 올랐다고 말씀드렸더니, 차라리 사먹는 것이 낫겠다고 우스개를 하셨다. 동절기로 배시간이 바뀌면서 오후 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빈 시간이 많았다. 석모도 어류정항 앞마다가 마주 보이는 언덕에 올랐다. 일기예보를 검색하니 내일 새벽부터 비소식이 있었다..

텃밭을 부치다 2023.11.06

임인년壬寅年 김장을 담그다.

임인년壬寅年 김장을 마친 텃밭이다. 어머니가 퇴원하시고 올 마지막 농사는 김장 담그기와 마늘・양파 파종만 남았다. 다행스럽게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운신할 수 있는 기력을 회복하셨다. 이제부터 살림살이는 온전히 나의 몫이 되었다. 작은 형은 공장 사정으로 시간을 낼 수 없어 주말의 김장 날짜를 확정짓지 못해 불안해했다. 나는 우리끼리 김장을 하자고 용기를 내었다. 지난 주말은 온 섬의 집집마다 김장을 담그느라 자식들이 고향을 찾았다. 나는 김장 준비로 삼일을 잡았다. 왕초보의 막무가내 김장담그기 도전이었다. 어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이것저것 천둥벌거숭이 막내아들을 이끌었다. 우선 쪽파 반 두둑을 뽑고, 짠지를 담갔다. 올해 배추가 보잘 것 없는 반면 무 농사는 섬에 정착한 이래 가장 대풍이었다. 어머니가 ..

텃밭을 부치다 2022.11.15

경자년庚子年 입동立冬의 텃밭

입동(立冬)은 24절기 중 열아홉 번째 절기로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담그는 시기입니다.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들어가는 때입니다. 이날 추우면 그해 겨울은 몹시 춥다고 합니다. 2019년(己亥年)은 입동 추위가 있었지만 한 겨우내 눈다운 눈 없이 따뜻한 겨울이었습니다. 2020년(庚子年) 입동은 포근한 하루였습니다. 위 이미지는 아침 산책을 다녀와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 전경입니다. 사나흘 전 작은형이 섬에 들어왔습니다. 반듯하게 새로 일군 두둑은 작은형의 꼼꼼한 성격을 잘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오른편 가장자리 두 두둑은 마늘을 심었습니다. 동력기계가 없는 우리집은 순전히 사람 힘으로 매년 두둑을 삽과 쇠스랑으로 새로 만듭니다. 살균제를 푼 물에 마늘 종구를 한 시간여 담..

텃밭을 부치다 2020.11.09

늦은 김장을 담그다.

절기가 소설을 지나 대설로 향하고 있습니다. 위 이미지는 소설 아침 슬라브 옥상에서 잡은 텃밭입니다. 순무와 돌산갓과 무가 심겨진 두둑은 수확을 마쳐 맨 땅을 드러냈습니다. 추위에 약한 무 한 두둑은 가빠를 덮고 비닐을 씌웠습니다. 무는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얼어 터집니다. 부직포가 덮힌 두 두둑에 마늘이 심겼습니다. 배추도 한 두둑은 뽑혔고, 부직포를 씌운 한 두둑이 영하의 날씨에 방치되었습니다. 배추는 영하 8도까지 버틸 수 있습니다. 고춧대가 밤새 얼었다가 아침 햇살을 받아 물에 데친 것처럼 볼품이 없습니다. 검정비닐이 깔린 두둑은 양파가 심겼습니다. 김장은 입동전후가 안성맞춤입니다. 김장 담그는 날을 입동이 낀 주말로 잡았습니다. 작은형이 다니는 인천 도금공장의 이사와 큰 조카 결혼이 연이어 주..

텃밭을 부치다 2017.1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