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평론 28

詩와 공화국

책이름 : 詩와 공화국 지은이 : 변홍철 펴낸곳 : 한티재 저자 변홍철은 4·13 총선의 녹색당 후보로 다가왔다. 대구 달서구갑에서 새누리당 후보와 양자 대결을 벌여 30.11%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극우의 안방 대구에서 얻은 놀라운 결과였다. 나는 비례대표 정당투표는 녹색당에 표를 던졌다. 녹색당은 고작 0. 76%의 지지를 얻었다. 극우 보수가 활개 치는 이 땅의 ‘인간의 얼굴을 한’ 신생정당의 한계였다. 한국의 핵발전소 개수는 세계 5위이고, 밀집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1위다. 그런데 1% 지지도 못 얻었다. 이런 현상을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는 『장기비상시대』에서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로막는 집단심리적인 전파 방해와 문화적 관성의..

小農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책이름 : 小農 - 누가 지구를 지켜왔는가 지은이 : 쓰노 유킨도 옮긴이 : 성삼경 펴낸곳 : 녹색평론사 10여년 만에 문고판 크기의 작은 책을 다시 펴들었다. 재생용지를 사용한 책은 초판본이 2003년에 출간되었다. 흰색의 책술은 표지처럼 단풍 든 나뭇잎 색을 띠고 있었다. 글은 지은이의 소년시절에 겪은 체험담으로 시작된다. 때는 태평양전쟁 말기였다. 소년은 국가 이데올로기에 의해 전쟁에서 조국이 승리한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소농인 할아버지는 일본은 반드시 패전한다고 얘기한다. 그것은 20년 전에 선물로 받은 미국산 전정(剪定) 가위가 아직도 새것이나 다름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땅의 사람인 할아버지는 오랜 경험과 지혜로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저자는 22살 때까지 후쿠온지(福音寺)라는 약 30호 정도..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

책이름 : 어린 왕자, 후쿠시마 이후 지은이 : 변홍철 펴낸곳 : 한티재 가끔 짬나면 들르는 생태모임의 한 웹진에 소개된 시집을 바로 구입했다. 한티재는 경북 의성에서 안동으로 넘어가는 고개 이름이다. 내게는 권정생 선생의 장편소설 ‘한티재 하늘’로 친근하다. 두 권의 소설은 책장에서 하염없이 나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출판사 이름이 반가웠다. 도서출판 한티재는 2010년 4월에 대구에서 문을 연 지역 출판사다. 일인 출판사의 직원이면서 대표인 오은지 씨는 첫 직장에서 편집 일을 했다. 한동안 전업주부로 살다가 귀농하면서 “지역 출판사 하나 뿌리 내릴 수 있어야, 지역문화가 꽃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시 출판 일을 시작했다. 홍성의 그물코, 부산의 산지니, 대구의 한티재. 기억에 담아두어야 할 지역..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책이름 :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지은이 : C. 더글러스 러미스·쓰지 신이치 펴낸곳 : 녹색평론사 20세기 1백년동안 국가에 의해 살해된 2억 명은 대부분 비전투원인 민간인이었다. 민간인 학살이 1억 6천명이 넘었다. 그리고 살해된 사람도 외국인보다 자국민이 1억 3천명으로 더 많았다. 평화운동가이며 정치사상가인 C. 더글러스 러미스의 명저『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를 잡은 후 나의 뇌리에 가장 강렬하게 남은 구절이었다. 나는 여기서 한국전쟁의 국민방위군 사건을 떠올렸다. 이승만 정권은 예비군인 국민방위군 50여 만명을 징집했다. 예산 착복으로 후방에서 굶어죽고 얼어 죽고 맞아죽은 이가 5만 명이었다. 전체 인원의 80%가 폐인이 되었다. 그렇다. 코스타리카가 평화헌법을 만들고 ..

슬픈 미나마타

책이름 : 슬픈 미나마타 지은이 : 이시무레 미치코 옮긴이 : 김경인 펴낸곳 : 달팽이 책장의 녹색평론을 모두 끄집어냈다. 어! 그런데 없다. 30권의 서평에 실린 글들을 하나하나 뒤적여도 없다. 도대체 어디서 보았을까. 분명 녹색평론에 실린 책에 대한 소개를 읽고 구입했는데. 문학비평에도, 연재 글에도 보이지 않았다. 어렵게 찾았다. 통권 114호. 녹색평론 2010년 9 - 10월호를 여는 글 김종철의 ‘대지(大地)로 회귀하는 문학’이었다. ‘사람이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나 좌절을 경험하면 의식이 굉장히 날카로워집니다. 괴로움이 깊을수록 의식은 극한적인 한계까지 가닿기 마련이에요. 그런데 그 극한에서 오히려 사람은 굉장히 풍요로운 생명감각에 도달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이 생명감각, 생의 근원적인 행복..

몽실 언니

책이름 : 몽실 언니 지은이 : 권정생 그린이 : 이철수 펴낸곳 : 창비 귀밑 단발머리에 하얀 저고리와 검정 통치마를 입었다. 빨간 포대기에 아기를 들러 맸다. 한 다리가 짧아 걸음걸이가 어색하다. 절름발이 몽실 언니다. 등에 업힌 아기는 이복동생인 난남일 것이다. 새어머니 북촌댁은 난남이를 낳고 지병인 폐병으로 죽었다. 어린소녀 몽실이는 아기 난남이를 생쌀을 입으로 씹어 죽을 끊이는 암죽으로 이복동생의 목숨을 살렸다. 몽실 언니의 시대적 배경은 분단과 전쟁으로 어린 소녀 몽실이가 아버지가 다르거나 어머니가 다른 이복동생들인 난남이, 영득이, 영순이를 돌봐주며 꿋꿋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다. 표지 그림은 이철수의 목판화다. 우리 시대 어린이 문학의 고전으로 꼽히는 이 책은 1984년에 처음 출간되었다. 현재..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책이름 :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 지은이 : 마하트마 간디 옮긴이 : 김태언 펴낸곳 : 녹색평론사 오랜만에 녹색평론사가 출간한 문고판을 집어 들었다. 표제가 눈길을 잡아 끈다. 어떻게 마을이 세계를 구한다는 것일까. 마지막 책장을 덮는다. 우선 카디를 걸친 간디가 물레를 돌리는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책장의 김종철의 녹색 에세이집 ‘간디의 물레’를 고개를 돌려 얼핏 바라보았다. 그렇다. 신영복의 서화에세이 ‘처음처럼’을 뒤적인다. 209쪽 ‘간디의 물레’에는 이렇게 적혔다. ‘진보는 단순화입니다.’ 지금 세계는 간디가 우려했던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아니, 극단으로 치달은 물질문명은 브레이크 고장 난 열차처럼 파국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 간디를 단순하게 비폭력, 불복종..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책이름 : 영혼 없는 사회의 교육 지은이 : 이계삼 펴낸곳 : 녹색평론사 이 땅에서 하루에 출간되는 책이 200여권이나 된다. 이 홍수같이 쏟아지는 책들은 하나같이 사람의 영혼을 살찌우는 양서일까. 나는 고개를 가로 저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인간이 호흡하는데 절대 필요한 산소를 공급하는 나무를 해코지하는 쓰레기 같은 책들이 더 많을 것이다. 나는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몇 번이나 먹먹해지는 가슴을 추스르며 깊은 호흡을 내뱉었다. 그리고 독서대에 책을 올려놓고 바른 자세로 정독을 했다. 민들레 교회의 최완택 목사는 표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 책을 읽고 감동하는 이들은 이 젊은 스승을 더욱 아끼고 사랑해주기를 바란다.”고. 나는 이렇게 덧붙이고 싶다. 나의 후배들이 한때나마 이런 훌륭한 선생님을 모시고..

녹색평론선집 3

책이름 : 녹색평론선집 3 엮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15여년 전 저쪽. 나는 덕유산 자락에서 '녹색평론선집1'을 처음 만났다. 노동운동을 하다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어 옥살이를 치른 후배가 덕유산 자락에 삶의 자리를 꾸린 오두막에서였다. 보잘것 없는 산중 텃밭에 둘러싸인 외딴집의 책장에는 세월묵은 시집들이 빼곡했다. 하긴 후배는 학창시절부터 알아주던 문청이었다. 시집들 틈에서 제법 부피가 두터운 책이 눈에 뜨였다. 재생용지를 사용해 쪽수는 별로 안되었는데 부피가 상당했던 책이 바로 '녹색평론선집 1'이었다. 아름드리 노거수가 베어진 그루터기에 새싹이 돋아나는 표지가 인상적이었다. 선채로 대충 들추어 본것이 나와 녹색평론과의 첫 인연이었다. 그리고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집1'과 '오래된..

땅의 옹호

책이름 : 땅의 옹호 지은이 : 김종철 펴낸곳 : 녹색평론사 '땅의 옹호'는 녹색평론의 발행인 겸 편집인인 김종철의 두번재 사회비평집이다. '99년 '간디의 물레 - 에콜로지와 문화에 관한 에세이'이후 9년동안 환경인문 격월간지 녹색평론에 실었던 글을 한데 묶은 것이다. 나의 '되새김글'에서 가장 많이 소개된 출판사가 녹색평론사일 것이다. 지은이는 대구의 영남대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녹색평론을 발간했는데, 4년 전부터 교수직을 버리고 이 땅의 척박한 환경생태 분야의 밭갈이에 골몰하고 있다. 저자는 경제성장과 산업문명이라는 근대화에 누구보다 근본적으로 비판적이지만, 오히려 그의 삶의 태도는 부드럽다. 이 책의 부제를 '공생공락(共生共樂)의 삶을 위하여'로 붙인 이유를 우스개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 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