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6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

책이름 :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지은이 : 정민펴낸곳 : 김영사 나의 독서이력에서 가장 빈번하게 접한 파워라이터는 고전인문학자 정민(鄭珉, 1961 - )이었다. 그의 한문학 문헌에 담긴 전통의 가치와 멋을 현대의 언어로 되살린 책들에 나는 깊이 빨려 들어갔다. 『서학, 조선을 관통하다』는 900쪽 분량의 양장본으로 제법 두꺼웠다. 군립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고 책씻이를 하고 모니터 앞에 앉았다. 책은 1770년대 중반 서학西學의 태동기부터 천주교 신자 수백 명이 처형당하고 유배를 떠난 1801년 신유박해까지 30년 기간을 다루었다. 탄압과 순교의 역사 위에 가려진 절체절명의 시간을 주요 인물과 조직,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했다. 18세기 조선을 관통한 초기 교회사 연구서였다. 각 부마다 8편씩 12부로..

삶을 바꾼 만남

책이름 : 삶을 바꾼 만남 지은이 : 정민 펴낸곳 : 문학동네 오랜 기간 다산의 발자취를 더듬어 온 고전인문학자 정민(鄭珉, 1961년 - )은 그동안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어록청상』, 『새로 쓰는 조선의 차 문화』, 『다산의 재발견』을 내놓았다. 그는 다산 정약용의 삶과 학문적 업적, 문화사적 의미를 다각도로 밝혀냈다. 『삶을 바꾼 만남』은 스승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년)과 제자 치원 황상(巵園 黃裳, 1788-1870년)의 도탑고 신실한 사제지간의 정情을 그렸다. 1801년 다산은 신유박해로 전남 강진으로 유배를 당했다. 주막집 봉놋방 좁은 서당의 이름은 〈사의재四宜齋〉였다. 네가지 ‘마땅함(宜)’을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담백한 생각, 장중한 외모, 과묵한 말, ..

한밤중에 잠깨어

책이름 : 한밤중에 잠깨어 지은이 : 정약용·정민 펴낸곳 : 문학동네 2012년은 다산 탄생 250주년이 되는 해였다. 다산의 탄생일은 유네스코 관련 기념일로 제정되어 전 세계가 함께 기리는 날이었다. 한자가 생긴 이래 가장 많은 500여 권의 책을 서술한 최고의 석학 다산 정약용(1762 1836). 그는 스물두 살에 과거에 급제하고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승승장구했다. 신유박해로 다산의 운명은 급전직하했다. 1801년 3월 경상 포항 장기로 유배되었다가 10월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해 다시 전남 강진으로 정배되었다. 40세에서 57세에 이르는 유배기간 18년 동안 다산은 조선 최고의 지적 성취에 빛나는 수많은 저작을 쏟아냈다. 『한밤중에 잠깨어』의 부제는 ‘한시로 읽는 다산의 유배일기’였다. 다산이 유..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책이름 : 강진 백운동 별서정원 지은이 : 정민 찍은이 : 김춘호 펴낸곳 : 글항아리 고전 인문학자 정민은 2006년 가을, 다산의 친필 편지를 보려 강진의 백운동 별서를 찾았다. 이곳을 찾을 당시 정원은 잡초가 우거졌고 황량했다. 이때 세상을 놀라게 한 『동다기東茶記』가 처음 빛을 보았다. 표제 『강심江心』의 책자에 실린 「기다記茶」란 제목의 글이 그의 눈길을 잡았다. 초의 선사가 『동다송東茶訟』에서 한 단락을 인용한 이덕리(李德履, 1728 - ?)의 『동다기東茶記』가 원본이었다. 『동다기』는 그동안 다산의 저술로 잘못 알려졌다. 이 인연으로 고전학자의 발걸음은 강진을 향할 때마다 백운동 별서에 들렀다. 별서別墅는 살림집인 본체本第에서 떨어져 인접한 경승에 은거를 목적으로 조성한 제2의 주거를 일컫는..

어미닭과 병아리

고양이 그려서 세상에 유명하니 / 변씨는 이로써 ‘변고양이’라 불렸는데 // 이번에 또다시 병아리 그려내니 / 가는 털 하나하나 살아 있는 듯 // 어미닭은 까닭 없이 잔뜩 노해서 / 안색이 사납게 험악한 표정 // 목털은 곤두서서 고슴도치 닮았고 / 건드리면 꼬꼬댁 야단맞는다 // 쓰레기통 방앗간 돌아다니며 / 땅바닥을 샅샅이 후벼파다가 // 낟알을 찾아내면 쪼는 척만 하고서 / 새끼 위한 마음으로 배고픔 참아내네 // 아무것도 없는데 놀라서 허둥허둥 / 올빼미 그림자 숲 끝을 지나가네 // 참으로 장하도다 자애로운 그 마음 / 하늘이 내린 사랑 그 누가 빼앗으랴 // 병아리들 어미 곁을 둘러싸고 다니는데 / 황갈색 연한 털이 예쁘기도 하여라 // 밀랍 같은 연한 부리 이제 막 여물었고 / 닭벼슬은 씻..

다산시선茶山詩選

책이름 : 다산시선 지은이 : 정약용 엮은이 : 송재소 펴낸곳 : 창비 갈밭마을 젊은 여인 울음도 서러워라 / 현문縣門 향해 울부짖다 하늘 보고 호소하네 // 군인 남편 못 돌아옴은 있을 법도 한 일이나 / 예부터 남절양男絶陽은 들어보지 못했노라 // 시아버지 죽어서 이미 상복 입었고 / 갓난아인 배냇물도 안 말랐는데 / 삼대三代의 이름이 군적에 실리다니 // 달려가서 호소하나 동헌 문엔 호랑이요 / 이정里正이 호통하여 단벌 소만 끌려갔네 // 칼을 갈아 방에 들자 자리에 피가 가득 / 스스로 한탄하네, 아이 낳아 다친 곤액 // 잠실음형蠶室陰刑 그 어찌 죄가 있어서리오 / 민閩 땅 자식 거세함도 가엾은 일이거늘 // 자식 낳고 사는 건 하늘이 정한 이치 / 건도乾道는 아들 되고 곤도坤道는 딸 되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