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 21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

책이름 :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지은이 : 신경림그린이 : 송영방펴낸곳 : 문학의문학 『못난 놈들은 서로 얼굴만 봐도 흥겹다』는 민중시인 신경림(申庚林, 1935-2024)의 에세이다. 1부 ‘일제강점기에 살았던 어린 시절 이야기’ 12편은 일제강점 말기와 해방정국의 어린 시인의 자화상이었다. 2부 ‘삶의 뒤안길에서’ 18편은 6ㆍ70년대 어려웠던 시절, 이 땅 글쟁이들의 기행, 헤프닝, 애환이 빚은 문단 풍속도와 시국사건이 만들어낸 안타까운 뒷얘기들이었다. 동양화가 송영방(宋榮邦, 1936~2021)의 그림 24점이 실려 읽는이의 눈길을 밝게 했다.1부, 나를 비롯한 우리반 아이들 몇몇이 우리말을 쓰다가 교장한테 걸려 입에 분필을 잔뜩 문 채 복도에 꿇어앉아 벌을 섰다. 해방이 되자 동네..

허난설헌許蘭雪軒 시집詩集

책이름 : 허난설헌 시집옮긴이 : 허경진펴낸곳 : 평민사 『허난설헌許蘭雪軒 시집詩集』은 연민학회淵民學會 편집위원장 허경진의 〈韓國의 漢詩〉 시리즈에서 두 번째로 잡은 책이었다. 시리즈 열한 번째 『석주 권필 시선』을 먼저 잡았다. 군립도서관에 비치된 유일한 시리즈였다. 내가 잡은 책은 개정ㆍ증보판으로 시詩 201수, 부賦 1편, 산문 2편이 실렸다. 우리나라 최고의 여류시인은 스스로 난설헌蘭雪軒이라 아호를 지었다. 본명은 초희楚姬였다. 허난설헌(1563-1589) 집안은 조선시대를 통틀어 으뜸가는 집안이었다. 아버지는 초당 허엽(1517-1580), 삼남삼녀 중 셋째 딸이었다. 큰 오빠는 약록 허성(1548-1612), 작은 오빠는 하곡 허봉(1551-1558), 아우는 『홍길동전』을 지은 교산 허균(1..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

책이름 : 죽음이 물었다, 어떻게 살 거냐고지은이 : 한스 할터옮긴이 : 한윤진펴낸곳 : 포레스트북스 수십 년간 의사로 일하면서 환자들의 생生과 사死를 지켜 본 한스 할터Hans Halter는 인류사의 역사적 인물들의 생애와 유언과 관련 자료를 몇 십년간 추적했다. 4대 성인, 혁명가, 철학자, 작가, 시인, 예술가, 정치인, 국왕, 교황, 사상가, 발명가, 작곡가, 생물학자, 비평가, 신학자, 수학자, 무용가, 교육가, 영화배우, 화가, 종교 개혁가, 의학자·····. 84인의 삶과 죽음을 모았다. 1장: 당신의 장례식을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부처(buddha, B.C. 560-B.C. 480) 세계 4대 성인ㆍ불교의 창시자. “태어나는 모든 사물은 덧없으며 언젠가는 죽음에 이른다.”부터, 마리 앙투..

시간의 기원

책이름 : 시간의 기원지은이 : 토마스 헤르토흐옮긴이 : 박병철펴낸곳 : RHK 천체물리학자 故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1942-2018)의 평생 화두는 “우주는 왜 생명체에 우호적인 곳이 되었는가?”였다. 우주론학자 토마스 헤르토흐(Thomas Hertog)는 호킹의 마지막 20년 제자이자 공동연구자였다. 『시간의 기원』의 부제는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론’이었다. 우리시대 최고 지성이 세상을 떠난 지 5년, 제자는 스승이 우주에 남긴 마지막 유산을 세상에 공개했다. 책은 서문과 본문 여덟 개의 장으로 구성되었고, 도판 11점이 눈길을 끌었다.‖서문‖ 러시아계 미국인 우주론학자 안드레이 린데는 1980년대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급팽..

언니에게

책이름 : 언니에게지은이 : 이영주펴낸곳 : 민음사 우리는 원하지도 않는 깊이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 땅으로 내려갈 수가 없네요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싸우는 중입니다 지붕이 없는 골조물 위에서 비가 오면 구름처럼 부어올랐습니다 살 냄새, 땀 냄새, 피 냄새 // 가족들은 밑에서 희미하게 손을 내밀고 있습니다 그 덩어리를 핥고 싶어서 우리는 침을 흘립니다 // 이 악취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공중을 떠도는 망령을 향하여 조금씩 옮겨갑니다 냄새들이 뼈처럼 단단해집니다 // 상실감에 집중하면서 실패를 가장 실감나게 느끼면서 비가 올 때마다 노래를 불렀습니다 집이란 지붕도 벽도 있어야 할 텐데요 오로지 서로의 안쪽만 들여다보며 처음 느끼는 감촉에 살이 떨립니다 어쩌면 「공중에서 사는 사람」, 이 詩였다. 10연으..

일미식당의 생선구이

강화대교를 이용하는 북부권역의 중심지는 강화읍이었다. 초지대교를 건너는 길상면은 예나 지금이나 강화도 남부권역의 중심지였다. 강화읍에 인접한 선원면에 대단위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길상면 온수리의 구시가지는 쇠약해져갔다. 그만큼 상권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작은형과 점심을 같이 했다. 삼사년 전 어머니가 천식으로 대학병원에서 퇴원하실 때 세모자가 섬으로 들어가는 포구부근 식당에서 순두부찌개로 늦은 점심을 때웠다.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김을 큰 박스 택배로 작은형 앞으로 주문했다. 섬은 택배운송비가 너무 비쌌다. 작은형과 〈길상작은도서관〉이 자리 잡은 공용주차장에서 만났다. 형제는 곧장 식당으로 향했다. 도서관에서 온수리 삼거리 방향으로 20m쯤 걸으면 인도에 접한 식당이 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책이름 : 삶을 바꾸는 책읽기지은이 : 정혜윤펴낸곳 : 민음사 바빠서, 능력이 없어서, 삶이 불안해서, 위로가 되는지, 쓸모가 있는지, 진짜 쓸모가 뭔지, 오래 기억하려면, 어떤 책부터 읽어야. 『삶을 바꾸는 책읽기』의 부제는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이었다. 책은 독서에 대한 흔한 여덟 가지 질문으로 시작했다. 저자는 그동안 읽어온 수많은 책을 통해(프롤로그부터 ‘마지막, 비밀 질문’까지 소개ㆍ인용된 책은 100종) 독서법, 독서론, 인생론을 이야기했다.프롤로그―사랑하는 자의 모습으로. 책과 인생에 대한 익숙한 여덟 가지 질문과 새로운 삶에 대한 창조적 해답. 우리의 충동, 능력, 게으름, 타성, 우정, 불안, 고통, 회한, 슬픔, 욕망, 상상력, 기억, 위로, 정체성, 공감, 재탄생, ..

건축을 묻다

책이름 : 건축을 묻다지은이 : 서현펴낸곳 : 효형출판 내가 잡은 건축가 서현(徐顯, 1963- )의 네 번째 책 『건축을 묻다』의 부제는 ‘예술, 건축을 의심하고 건축, 예술을 의심하다’였다. 25년 만에 다시 잡은 건축가의 첫 책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는 미망에 작은 균열을 가져왔고, 나는 건축가의 저서를 연이어 잡고있다. 건축가는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물음 앞에 마주섰다. 건축의 주요 사건, 인물, 역사 속의 건축 현장에 다가가 질문을 던지며 건축의 본질에 한걸음 씩 다가섰다.건축, 의미를 묻다. 건축은 무엇인가는 연관 개념들의 관계성 파악―예술, 기술, 기능, 공간, 사회, 역사, 도시.예술, 건축을 의심하다. 예술의 개념과 가치를 규정하는 중요한 단서들이 제공된 시기 르..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

책이름 :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지은이 : 허연펴낸곳 : 문학과지성사 “『불온한 검은 피』는 소주병을 깨서 세상의 옆구리를 한번 찌르는 심정으로, 『나쁜 소년이 서 있다』는 돌아온 탕자처럼 다시 시로 돌아왔다는 선언, 『내가 원하는 천사』는 시와 대결하지 않고 시를 끌어안겠다는 화해, 『오십 미터』는 시 속에서 살았구나 하는 포기,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는 내가 만든 게 아니라 세상에 그냥 있었던 것”(151쪽) 시인 박형준은 발문 『이곳에선 모든 미래가 푸른빛으로 행진하길』에 들어가기 전에 시인에게 몇 가지 질문을 보냈고, 시인은 꾸밈없이 진솔한 답변을 보내왔다. 『당신은 언제 노래가 되지』는 시력 30년을 맞은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이었다. 시인은 1991년 『현대시세계』에 「권진규의 장..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

책이름 :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지리지은이 : 조철기펴낸곳 : 따비 지리교육학자 조철기(1970- )의 『기호와 탐닉의 음식으로 본 지리』의 부제는 ‘축복받은 자연은 어떻게 저주의 역사가 되었는가’였다. 차나무와 홍차, 사탕수수와 설탕, 카카오와 초콜릿, 기름야자와 팜유, 바나나, 새우, 포도와 와인 등 일곱 가지 식재료와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전 세계적 식품사슬commodity chain'을 파헤쳤다. 전 세계 소비자가 탐닉하는 열대 및 아열대 작물들의 지리와 역사를 기호식품, 상품작물, 제국주의, 플랜테이션, 자유무역 키워드로 살폈다.1장 차나무와 홍차. 차나무의 학명은 카멜리아 시넨시스Camellia sinensis로 중국 윈난성과 티베트 일대가 원산지. 1560년 유럽에 처음 소개된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