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돌이 13

뒷집 새끼 고양이 - 24

위 이미지는 오랜만에 우리집 현관문 앞에 나타난 재순이와 노순이입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려 문을 밀치자 두 녀석이 반갑게 뛰어왔습니다. 포대의 개사료를 한 움큼 집어 문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별명이 ‘미련한 놈’ 인 재순이는 응 ~ 응 고맙다는 뜻인지 웅얼거리면서 바로 코를 박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노순이는 멈칫멈칫하다 마당에 세워진 차밑으로 들어가 앞다리를 포개고 앉아 재순이가 먹는 것을 쳐다봅니다. 근 보름을 앓고 난 노순이는 예전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고 머뭇거립니다. 녀석은 현관의 문턱에 올라서 부엌에서 식사하는 우리 모자를 쳐다보며 맛있는 것을 달라고 냐 ~ ~ 옹! 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머리를 종아리에 부비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분명 녀석의 심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재순이..

까마귀와 고양이

열흘 전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봉구산자락 옛길 오르막에 오르자 부푼 바다가 보였습니다. 아침 해가 떠오르기 전의 대기는 희부염했습니다. 바다건너 석모도가 흐릿했습니다. 뒷집은 봉구산 등산로 초입 밭을 내놓았습니다. 대처 사는 외아들의 아파트 입주로 목돈이 필요했습니다. 서울 사람이 땅을 샀습니다. 뒷집 부부는 농사를 계속 지었습니다. 비닐피복을 씌운 두둑에 옥수수가 심겼습니다. 맨 땅은 참깨 모를 낼 예정입니다. 그때 밭 가운데 서로 노려보는 짐승이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분명 검돌이였습니다. 구박덩어리 검돌이도 새끼를 뱄습니다. 노순이와 새끼들을 끔찍이 아끼는 뒷집 형수지만 검돌이는 눈 밖에 났습니다. 형수가 거름으로 던진 수박껍질에 녀석은 불쌍하게 코를 박고 있었습니다. 까마귀도 허기가 졌는..

뒷집 새끼 고양이 - 19

현관문을 열자 노순이가 펄쩍 앞발을 발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노순이는 요즘 치킨에 몸이 바짝 달았습니다. 봄맞이 집 도색과 방수를 한달 전에 마쳤습니다. 일꾼들이 페인트를 강화읍에서 조달하며 오일장표 통닭 튀김을 한 마리 사왔습니다. 반만 먹고 이리저리 체이던 닭튀김을 어머니가 가스 렌지에 찜을 했습니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 좋다고. 튀김옷이 꺼멓게 변색되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마실 온 노순이가 닭다리 한 점을 얻어먹었습니다. 맛이 들린 노순이가 집에 갈 생각을 잊고 하루 종일 어머니를 강아지처럼 쫒아 다녔습니다. 녀석은 유모차를 밀고 산책에 나서는 어머니를 앞뒤로 빙빙 돌며 종아리에 얼굴을 비벼댔습니다. “노란 놈은 여우 짓만 골라 하는구나.”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닭다리 한 점을 얻으려는 노..

뒷집 새끼 고양이 - 18

이미지에서 위는 겁 많은 검돌이가 인기척에 뒤을 돌아보고, 아래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폭풍흡입에 여념이 없습니다. 먹이는 진돗개 새끼 ‘느리’의 개사료입니다. 녀석들이 블로그에 어린 새끼로 얼굴을 내민 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재순이는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느라 인상을 써서 그런 지 늙은 티가 역력합니다. 노순이와 검돌이는 두 배 새끼를 본 어미입니다. 세 놈은 뒷집 형네 부부가 뭍에 외출하면 아예 우리집에 눌러 붙습니다. 먼동이 터오기 전 아침배가 출항하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집에 내려 옵니다. 재순이는 아침부터 빨리 사료를 내 놓으라고 땡깡질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녀석은 지독한 찌릉소입니다. 매를 맞아도 그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야 ~ 옹! 야 ~ 옹! 끈질기게 조릅니다. ..

뒷집 새끼 고양이 - 16

뒷집 고양이 수놈 재순이와 암놈 노순이, 검돌이의 성장기가 어느덧 햇수로 삼년이 지나고 열여섯 번 째 글을 맞았습니다. 녀석들은 어른이 되었고, 암놈 노순이는 세배 째, 검돌이는 두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순이는 네 마리를 낳았는데, 어미를 닮은 노란 줄무늬 새끼 두 마리는 혼자 사시는 마을 할머니께 분양되었습니다. 검돌이는 검정고양이 세 마리를 낳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녀석이라 해가 떨어져야 새끼들을 바깥나들이 시켜 주인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지는 우리집 출입문 앞입니다. 아직 어미 곁을 떠나지 않은 흰 바탕에 노란 얼룩무늬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노순이가 보입니다. 노순이가 새끼 한 마리를 우리집으로 데려와 개사료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마루에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고양이 모자..

뒷집 새끼 고양이 - 14

우리집은 주문도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법 다리품을 파는 경사로 밭은 석축 위아래 이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블로그 〈daebinchang〉의 카테고리 「텃밭을 부치다」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는 석축아래 텃밭과 석축 위 마당 진입로 양켠에 폭이 좁고 길다란 밭이 붙었습니다. 현관에서 볼 때 왼쪽 밭은 뒤울안과 연결되었고, 땅콩과 쪽파가 심겼습니다. 오른쪽 밭은 대파와 둥글레를 심었습니다. 대파와 둥글레의 경계로 시금치 몇 포기가 자리 잡았습니다.재순이와 검돌이가 웅크리고 앉은 둥글레 밭은 푸른 기운을 볼 수 없습니다. 봄비도 내렸고 며칠 지나 둥글레 촉이 땅바닥을 밀고 올라오겠지요.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아침저녁으로 봉구산에 올랐다가 둥글레 군락을 발..

뒷집 새끼 고양이 - 12

노순이가 디딤돌에 올라 앉아 마루로 올라설까 눈치를 살핍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폭풍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먹을거리는 포대가 보이듯 개사료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개사료에 중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투실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노순이는 어쩔 수 없이 찬 장판에 웅크렸습니다. 검돌이가 개사료를 다 먹었는지 재순이를 향해 걸어옵니다. 미닫이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인기척만 느껴도 줄행랑을 놓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녀석입니다. 지금도 한껏 겁먹은 눈길로 마루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부엌 샛문 틈새를 방풍테이프로 ..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3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닫힌 부엌 샛문 앞에서 야 ~ 옹하는 노순이의 울음이 들려옵니다.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와 사진에 찍힌 토진이를 보여 드립니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노순이는 맛난 것을 혼자 먹으려고 항상 혼자 다닙니다. 녀석이 인기척을 알아채고 부리나케 현관문으로 달려왔습니다. 가냘픈 노순이의 조르는 소리에 할 수없이 빈 그릇에 모아 두었던 생선가시와 찐 망둥어 찌끄레기를 내놓았습니다. 녀석은 거리낌 없이 현관문을 넘어와 간식을 먹습니다. 고양이도 주인 앞에서 유세를 부립니다. 뒷집 형수가 마실와 어머니와 말을 나눕니다. 노순이와 재순이가 거칠 것 없이 현관을 통해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녀석들은 열려진 어머니방과 나의 서재와 부엌까지 거침없이 드나듭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고함을 쳐도 놈들..

뒷집 새끼 고양이 - 11

어머니가 발린 생선가시나 밥물에 찐 말린 망둥이 반찬 찌꺼기를 던져 주기를 바라며 오매불망 재순이와 노순이가 부엌 샛문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벽에 어렸습니다. 녀석들의 청각은 기가 막힙니다. 세끼 식사 때마다 어김없이 녀석들은 문 앞에 다가와 나 여기 있다고 야 ~ ~ 옹 소리를 냅니다. 부엌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우리 모자(母子)가 움직이면 재순이는 인기척을 감지하고 투정 섞인 울음소리를 내지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주인집도 기름진 음식이 가득하겠지만 녀석들은 평소의 습관대로 움직였습니다. 덩치가 작고 겁이 많은 검돌이만 가끔 넘석거렸습니다. 재순이는 늘상 문 앞에서 낮잠에 취해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살고, 약아빠진 노순이가 혼자 얼쩡거리며 먹을거리를 독차지할..

뒷집 새끼 고양이 - 9

주인집인 뒷집에서 아침저녁 두 끼 요기만 채우고 낮 시간을 매일 우리집에서 소일하는 고양이들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수놈 재순이, 암놈 검돌이와 노순이입니다. 재순이는 슬라브 옥상을 오르는 계단 입구에 길게 누워 낮잠을 즐깁니다. 검돌이는 석축 위 감나무 그늘아래 몸을 사렸습니다. 노순이는 빨래건조대 고정용으로 흙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앉았습니다. 재순이는 고집이 세지만 넉살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장난으로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입니다. 사발 지팡이로 짓궂게 몸을 내리 눌러도 야 ~ ~ 옹! 귀찮다는 시늉만 할 뿐 몸을 빼지 않습니다. 재순이는 식탐이 강합니다. 어머니가 부엌 샛문을 통해 먹을 것을 내놓기 전에는 자리를 옮기지 않습니다. 녀석 때문에 날이 더워도 부엌 샛문을 닫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