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뜨는 시각이 많이 늦어졌습니다. 어느덧 동짓달 입니다. 그렇지만 저의 봉구산 산행길은 건너 뜀없이 다행스럽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아침 7시에 기상해서 졸린 눈을 부비며 억지로 아침밥을 우겨넣고, 낡은 등산화을 꿰고 산길로 들어섭니다. 푸른 새벽이 점차 엷어지면서 찬 기운속으로 여명이 밝아 옵니다. 산정에 다다른 저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바다로 눈길을 돌립니다. 어이없게 서녘 하늘에 황달걸린 해가 누런 쟁반처럼 허공에 걸려 있었습니다. 순간적으로 저는 당황했습니다. 낮달이었습니다. 봉구산 자락의 섬마을 느리는 바다를 앞마당으로 터를 잡아 어쩔수없이 북향입니다. 그러니깐 해가 산을 넘어와야 마을의 아침이 밝아 옵니다. 산정에서 바라본 동녘의 아침해는 붉은 기운만 얼비추는데, 서녘의 낮달이 아침해처럼 허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