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이 43

뒷집 새끼 고양이 - 11

어머니가 발린 생선가시나 밥물에 찐 말린 망둥이 반찬 찌꺼기를 던져 주기를 바라며 오매불망 재순이와 노순이가 부엌 샛문이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습니다. 봉구산을 넘어 온 아침 햇살이 벽에 어렸습니다. 녀석들의 청각은 기가 막힙니다. 세끼 식사 때마다 어김없이 녀석들은 문 앞에 다가와 나 여기 있다고 야 ~ ~ 옹 소리를 냅니다. 부엌 식탁에 앉아 밥을 먹다 우리 모자(母子)가 움직이면 재순이는 인기척을 감지하고 투정 섞인 울음소리를 내지릅니다. 추석 명절을 맞아 주인집도 기름진 음식이 가득하겠지만 녀석들은 평소의 습관대로 움직였습니다. 덩치가 작고 겁이 많은 검돌이만 가끔 넘석거렸습니다. 재순이는 늘상 문 앞에서 낮잠에 취해 하루 종일 우리집에서 살고, 약아빠진 노순이가 혼자 얼쩡거리며 먹을거리를 독차지할..

뒷집 새끼 고양이 - 10

위 이미지는 두 번째 얻었습니다. 노순이와 새끼들이 광에 보금자리를 마련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대빈창 아침 산책을 다녀오면서 뒷집에 들렀습니다. 봉구산에 가린 햇살로 광은 어두웠습니다. 구석 자리에 놓인 종이박스에 새끼 두 마리만 있었습니다. 집 뒤울안을 돌아 부엌 샛문으로 다가서자 여지없이 노순이가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며 반깁니다. 노순이를 안고 뒷집으로 향했습니다. 녀석이 내려달라고 버르적거립니다. 구석자리 박스에 녀석을 내려놓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미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배경이 어두워 새끼들 모습을 식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다시 뒷집 광문을 열었습니다. 노순이가 안채와 연결된 열려진 샛문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녀석은 뒷집 울안에서 나의 발소리를 듣고 부리나케 달려 ..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2

살인진드기에 물려 사망한 사람이 올 들어 벌써 18명입니다.(7월말 기준) 지난해 전체 사망자 19명에 근접했습니다. 사람들을 공포에 빠트린 살인마의 학명은 작은소참진드기입니다. 진드기에 물려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치사율이 30%에 달합니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습니다. 진드기가 매개하는 감염병은 이름도 어려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라고 합니다. 진드기의 약 0.5%가 들쥐 등에서 옮겨온 바이러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놈들이 사람의 피를 빨면서 바이러스를 옮깁니다. 동네 뒷산이나 등산로, 아파트 단지의 공원이나 잔디밭까지 녀석들은 출몰합니다. 저의 삶터인 외딴섬 주문도는 생태계가 온전합니다. 이 말은 작은소참진드기도 온전하다는 뜻입니다. 제 블로그의 단골손님인 토진이가 사는 대빈창 해변의 풀..

뒷집 새끼 고양이 - 9

주인집인 뒷집에서 아침저녁 두 끼 요기만 채우고 낮 시간을 매일 우리집에서 소일하는 고양이들입니다. 시계방향으로 수놈 재순이, 암놈 검돌이와 노순이입니다. 재순이는 슬라브 옥상을 오르는 계단 입구에 길게 누워 낮잠을 즐깁니다. 검돌이는 석축 위 감나무 그늘아래 몸을 사렸습니다. 노순이는 빨래건조대 고정용으로 흙이 담긴 스티로폼 박스에 들어앉았습니다. 재순이는 고집이 세지만 넉살이 좋습니다. 어머니가 장난으로 아무리 못살게 굴어도 이래도 그만 저래도 그만입니다. 사발 지팡이로 짓궂게 몸을 내리 눌러도 야 ~ ~ 옹! 귀찮다는 시늉만 할 뿐 몸을 빼지 않습니다. 재순이는 식탐이 강합니다. 어머니가 부엌 샛문을 통해 먹을 것을 내놓기 전에는 자리를 옮기지 않습니다. 녀석 때문에 날이 더워도 부엌 샛문을 닫은 ..

뒷집 새끼 고양이 - 8

저녁 산책을 마치고 현관문을 밀쳤습니다. 어머니와 뒷집 형수가 마루턱에서 완두콩을 까고 계셨습니다. 형수가 뒷춤에서 간난 고양이를 꺼내 내밀었습니다. 마루가 미끄러운지 새끼는 자꾸 비틀거렸습니다. 이미지의 간난 고양이는 노순이 새끼입니다. 노순이는 달포 전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몸이 허약한 어미 때문인지 두 마리의 새끼는 눈도 못 뜬 채 죽었습니다. 새끼는 아빠 재순이를 닮았습니다. 검돌이도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뒷집 고양이는 이제 다섯 마리가 되었습니다.노순이는 뒷집 보일러실 종이박스에 새끼를 낳았습니다. 뒷집 형수는 재순이가 해꼬지를 할까, 노순이가 밖에 나오면 재빨리 미닫이를 닫았습니다. 우리집에 놀러 온 노순이가 어머니께 조릅니다. 어머니는 보행보조기를 끌고 나섭니다. 노순이가 ..

뒷집 새끼 고양이 - 7

봉구산을 넘어 온 햇살이 뒷울안을 비추었습니다. 이른 아침을 드신 어머니가 평상에 앉아 모닝커피를 드시며 고양이들에게 말을 걸으십니다. 녀석들은 한결같이 야 ~ ~ 옹, 야 ~ ~ 옹 말대꾸를 합니다. 재순이는 깔방석에 막 올라서고, 노순이는 무거운 몸을 웅크렸습니다. 계절 감각이 무딘 감나무는 새잎을 막 틔어냈고, 사철나무 잎은 코팅한 것처럼 윤기가 반들반들 합니다. 명자나무의 붉은 꽃잎은 바람결에 이리저리 휩쓸렸습니다.녀석들이 개명을 원치 않는 지, 아니면 녀석들이 자신의 이름에 개의치 않는 지, 그도 아니면 새로운 이름을 알아듣지 못할까 우려 때문인지, 아무튼 예전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성별에 맞는 이름을 가진 녀석은 노순이 뿐입니다. 재순이는 수놈이고, 검돌이는 암놈이었습니다. 노순이..

뒷집 새끼 고양이 - 6

뒷집 새끼고양이 여섯 번째 글의 주인공은 검돌이입니다. 검돌이는 어른이지만 덩치는 여전히 새끼만합니다. 이제 녀석들은 한 주먹 크기의 새끼 고양이를 벗어나 쥐를 사냥하는 어엿한 어른이 되었습니다. 녀석들은 한 배 형제입니다. 제가 성별 구분에 착각을 일으킨 것이 틀림없습니다. 가장 덩치가 큰 재순이를 어릴 적 뒷집 형수 말만 믿고 암놈으로 알았습니다. 녀석은 거대한 덩치에 걸맞게 수놈이었습니다. 비만 고양이로 전락한 녀석은 쥐 사냥은 뒷전이고 먹는 데에 온 정신을 쏟습니다. 오죽하면 뒷집 형이 이런 말을 다했겠습니까. “쥐는 안 잡고 쳐 먹기만 해.” 덩치 작은 암놈 노순이가 쥐 사냥의 일등 공신입니다. 녀석은 쥐를 잡으면 전리품을 주인에게 대놓고 자랑합니다. 우리 집 쥐는 우리 현관 문 앞에, 뒷집 쥐..

뒷집 새끼 고양이 - 5

위 이미지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현관문 앞에 세워 둔 보행보조기에 올라앉아 어머니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광경입니다. 녀석들은 이제 뒷집 새끼 고양이가 아니라 우리집 어른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두 놈은 밤낮을 우리집 뒤울안과 현관문 앞에서 식구를 기다리거나 평상에 앉아 해짧은 겨울 해바라기를 합니다. 하루 중 두 번 자기 집으로 향합니다. 뒷집 형수가 녀석들의 끼니를 챙기는 아침저녁입니다. 노순이와 재순이는 자기집에서 요기를 하고 부리나케 우리집으로 내달립니다. 끼니때가 돌아오면 뒷집 형수가 녀석들을 부르거나, 어머니가 보행보조기를 밀면 녀석들이 알아서 따라 다닙니다. 겨울이라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으신 어머니가 바깥에 나서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어머니를 졸졸 따라 나섭니다. "아니, 이 녀석들이 할머..

뒷집 새끼 고양이 - 4

위 이미지는 요즘 아침밥상머리에서 반복되는 풍경입니다. 절기는 소설을 지나 대설로 향하고 있습니다. 6시 알람소리에 눈을 부비며 이부자리에서 몸을 일으킵니다. 쌀을 씻어 압력밥솥에 앉히고 현관을 나섭니다. 짙게 드리운 검은 장막 점점이 가로등 불빛이 졸고 있습니다. 언덕 위 집에서 대빈창 해변 가는 길과 느리마을로 향하는 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대빈창 해변을 돌아오는 아침 산책은 보름 전까지 이어졌습니다. 염려하시는 어머니 말씀을 따라 추운 계절 산책을 런닝머신으로 대신합니다. 마을 가운데 건강관리실로 향합니다. 벽면 TV에 눈길을 주며 십리(4km)를 걷고 집에 돌아오면 7시가 됩니다. 녀석들의 귀는 아주 예민합니다. 식탁에 밥상을 차리는 덜그럭거리는 소리에 녀석들이 조르기 시작합니다. 발린 생선..

뒷집 새끼 고양이 - 3

방에 누워 천장을 우두커니 바라보는데, 드르륵. 드르륵. 무엇을 가는 소리가 들립니다. 어머니가 맷돌로 도토리 껍질을 부비는 소리입니다. 산책마다 호주머니에 한 움큼씩 주워 물 담긴 양동이에 던져 넣은 도토리가 한 말이나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슬라브 옥상에 그물을 펴고 도토리를 말렸습니다. 껍질을 벗긴 도토리 알맹이를 물에 불려 믹서로 갈아 함지박에 물을 붓고 앙금을 가라앉혔습니다. 전분을 한지에 얇게 펴 햇빛과 보일러 배관이 통과하는 마루의 따뜻한 곳에 말렸습니다. 도토리 녹말가루가 하얗게 부풀어 오릅니다. 찬바람이 이는 계절 도토리묵이 식탁에 오르겠지요. “니네 집에 가” 도토리 껍질을 벗기는 어머니를 찾아 재순이가 슬라브 옥상까지 올랐습니다. 머리를 부비며 귀찮게 들러붙자 어머니가 재순이를 떠밀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