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이 43

뒷집 새끼 고양이 - 30

모녀가 우리집에 동행했다. 노순이는 새끼 노랑이를 가르치고 있었다. 녀석은 어머니가 삶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자, 끈질기게 나타나 아양을 떨었다. 어머니가 보행보조기를 끌고 언덕 위 장대한 소나무에 다다르면 노순이는 어느새 쫒아와 땅바닥을 뒹굴었다. 흙투성이 몸을 어머니 발잔등에 비벼댔다. 끈질긴 녀석의 아양에 어머니가 두 손 들었다. 김치찌개에 숨은 돼지고기 한 점을 던져주었다.들어오지마! 큰소리치면 노순이는 현관문 앞에서 얌전히 기다렸었다. 이제 녀석은 막무가내로 현관에 들어와 마루문 앞 댓돌에 깔아놓은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다. 새끼 노랑이는 부엌 쪽문 앞에서 먹을 것을 내놓으라고 앙알거렸다. 뒷집 모녀 고양이가 식탐에 걸걸 대었다. 어머니가 만두 속을 발라내어 던져 주었다. 위 이미지는 먹을거리..

뒷집 새끼 고양이 - 29

노랑이가 내 방 책장 앞에서 뒹굴뒹굴 혼자 놀고 있다. 녀석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다. 노랑이는 어미 노순이를 빼닮았다. 노순이를 이뻐하는 뒷집 형수가 그래서 노랑이를 더 챙기는지 모르겠다. 노랑이를 꽃동네에 분양하지 않고 뒷집에서 키우기로 했다. 내가 짓고 혼자서 불렀던 이름을 녀석에게 붙였다. 나는 노랑이를 보러 하루 두세 번 발걸음을 했다. 녀석은 하는 짓이 순해 정이 갔다. 노랑이가 보이지 않아 서운한 마음으로 발길을 돌렸다. 어디선가 새끼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현관 로비에서 노랑이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구라탕에 굴을 쪼러 나가는 형수를 데려다주고 온 뒷집 형이 노랑이를 우리집에 데려다놓았다. 새끼 고양이와 반시간을 놀았다. 앙칼진 얼룩이는 강화도의 미꾸지고개 방앗간에 분양되었다. 정미소는..

뒷집 새끼 고양이 - 28

“옛날 할머니들이, 고양이는 열흘이 지나야 눈도 뜨고 배도 뜬다고 했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위 이미지는 열흘 전에 잡았습니다. 스마트폰의 초점을 맞추는 나를 새끼가 올려다 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일곱 배 째 새끼를 해산한 지 이십일이 지났습니다. 여섯 배 째 얼룩이와 같이 달랑 한 마리입니다. 아직 새끼의 이름을 짓지 않았습니다. 작명은 새 주인의 몫이 되겠지요. 마음속으로 나는 어미를 빼닮은 새끼를 노랑이라고 불렀습니다. 노랑이는 주문도저수지 아랫마을 꽃동네로 분양될 예정입니다. 여섯 배 째 새끼 얼룩이를 낳은 지 넉 달 만에 노순이는 일곱 배 째 새끼를 순산했습니다. 벼베기하랴, 김장채소 다듬으랴, 끝물고추 수확하랴 정신없는 뒷집 형수는 노순이가 새끼를 농기계창고에 낳은 것을 알면서도 어미와 새끼를..

뒷집 새끼 고양이 - 27

외동딸 얼룩이가 태어난 지 달포가 지나, 두 달이 가까워졌습니다. 젓을 혼자 먹으면서, 뒷집 형수의 유별난 애정으로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랐습니다. 놈은 사람도 먹기 힘든 영양제를 상시 복용했습니다. 얼룩이는 아빠가 누군지 모르나, 부모의 유전자를 고루 받은 털색으로 이름을 얻었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서며 모녀의 안식처에 들렀습니다. 동녘 창으로 아침 해가 환하게 비쳤습니다. 살을 알뜰하게 발라먹은 뼈다귀가 가지런히 놓였습니다. 어미 노순이의 결벽증인지 모르겠습니다. 위 이미지는 부쩍 큰 얼룩이가 어미젓을 빨고 있습니다. 만사가 귀찮은지 노순이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나를 올려다보며 힘없이 야 ~ ~ 옹! 아는 체를 했습니다.뒷집 형수가 뭍에 출타하면 노순이는 우리집에서 끼니를 해결했습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 26

노순이가 여섯 배 새끼를 낳은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노순이는 부속건물 창고의 바닥에서 한턱 높게 마련해 준 골판지 박스 분만실을 여지없이 마다했습니다. 노순이가 집을 나간 지 3일 만에 돌아왔습니다. 녀석은 혼자 새끼를 낳고 돌보다 배가 고파 할 수 없이 집을 찾았습니다. 형수가 노순이의 뒤를 밟았습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곳에 노순이는 분만실을 마련했습니다.뒷집 형수는 느리 선창가는 길의 집주인에게 열쇠를 빌렸습니다. 다랑구지 논과 봉구산 등산로 사이 경사지 밭에 고구마와 고추가 심겼습니다. 산책로  봉구산자락 옛길과 외떨어져 농기계창고가 앉았습니다. 창고 마당 한켠에 허리를 굽혀야 드나들 수 있는 옛 오두막이 한 채 남았습니다. 작년 가을 태풍에 함석지붕이 날아가 서까래가 훤히 드러난 채 방..

뒷집 새끼 고양이 - 25

“노란 놈이 웬 종일 쫓아다니며 알랑거리는구나” 어머니의 말씀이십니다. 뒷집 형네 부부가 출타하면 고양이 남매 오빠 재순이와 누이동생 노순이는 그날부터 스스로 우리 집에 입양됩니다. 이번 외출은 5일간입니다. 아침 첫배가 출항하는 시간 어김없이 두 녀석이 우리 집에 나타났습니다. 허기진 속을 채우러 나타난 것입니다. 누이 노순이는 아주 착한 고양이입니다. 녀석은 절대 먹이를 달라고 보채지 않습니다.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문이 열리기를 하염없이 기다립니다. 우리 모자가 현관문을 밀치면 쏙! 집안으로 들어섭니다. 동작이 얼마나 날랜 지 녀석이 집에 들어 온 것을 눈치 못 챌 때마저 있습니다. 녀석의 행동은 그림자처럼 조용합니다.개사료를 그릇에 담아 바닥에 내려놓으면 노순이는 얌전하게 먹을 만큼 입에 댑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 24

위 이미지는 오랜만에 우리집 현관문 앞에 나타난 재순이와 노순이입니다. 이른 아침 산책을 나서려 문을 밀치자 두 녀석이 반갑게 뛰어왔습니다. 포대의 개사료를 한 움큼 집어 문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별명이 ‘미련한 놈’ 인 재순이는 응 ~ 응 고맙다는 뜻인지 웅얼거리면서 바로 코를 박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노순이는 멈칫멈칫하다 마당에 세워진 차밑으로 들어가 앞다리를 포개고 앉아 재순이가 먹는 것을 쳐다봅니다. 근 보름을 앓고 난 노순이는 예전처럼 사람을 따르지 않고 머뭇거립니다. 녀석은 현관의 문턱에 올라서 부엌에서 식사하는 우리 모자를 쳐다보며 맛있는 것을 달라고 냐 ~ ~ 옹! 조르기가 일쑤였습니다. 사람이 지나가면 머리를 종아리에 부비며 아양을 떨었습니다. 분명 녀석의 심리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재순이..

뒷집 새끼 고양이 - 23

노순이가 다섯 배 새끼를 낳은 지 열흘이 되었습니다. 다른 때보다 배가 많이 불렀습니다. 노순이는 뒷집 형이 창고 바닥에서 한턱 높게 골판지 박스로 마련한 분만실을 본체만체 하였습니다. 녀석은 분만 장소로 우리 집을 점찍어 두었습니다. 우리 집은 미닫이 출입문을 밀면 작은 현관을 지나 마루로 올라서게 됩니다. 마루와 바람벽 통유리 사이의 길쭉한 공간이 아파트 베란다 역할을 합니다. 노순이는 잡동사니가 쌓인 베란다 안쪽의 틈새를 염두에 두고 있었습니다. 이틀동안 좁은 틈새에 웅크리고 앉아 자기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안했습니다. 어머니의 꾸중을 듣고, 지팡이에 억지로 끌려 나왔습니다. 배가 부른 채 미적거리는 걸음으로 자기집으로 향하는 노순이가 안쓰러웠습니다. 몸이 불편한 어머니가 노순이의 해산 뒷바라지를 ..

뒷집 새끼 고양이 - 22

녀석들이 우리 집으로 이주한 지 보름이 되었다. 봉구산 능선아래 묵정밭의 잡풀이 키를 늘였다. 아침해가 막 봉구산을 넘어섰다. 두 마리는 감나무 줄기를 기어오르고, 두 마리는 밑둥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새끼 고양이들이 세상 빛을 본지 70여일이 지났다. 노순이와 새끼 고양이 네 마리는 식사를 할 때면 어김없이 부엌 샛문에 진을 쳤다. 노순이가 가냘프게 야 ~~ 옹! 먹을 것을 달라고 졸랐다. 김치냉장고의 마른 망둥어 두 마리를 꺼내 던져주었다. 노순이가 단단한 마른 망둥어를 잘근잘근 씹어 새끼 앞에 놓았다. 두 마리는 망둥어에 매달렸고, 두 마리는 형제들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어미가 느긋하게 자리를 지켰다. 고양이는 야행성 동물이었다. 새끼들은 낮 시간 대부분을 잠으로 소일했다. 자정이었다. 노순이의 날..

뒷집 새끼 고양이 - 21

닷새 전 노순이가 새끼를 이끌고 우리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새끼를 낳은 지 40여일이 지났습니다. 찬바람이 난다는 입추였습니다. 저녁 6시 무렵 마당에 들어서니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뒤울안으로 돌아서자 노순이가 앞장을 서고 새끼 네 마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뒷집에서 가장 빠른 지름길인 화계(花階)를 질러 왔습니다. 오리 어미를 뒤따르는 새끼들처럼 새끼 고양이들은 뒹굴고 자빠지고 뛰어 내려 뒤울안 평상 밑으로 스며들었습니다. 저녁 찬으로 어머니가 말린 망둥어 찜을 내놓았습니다. 뒷집 형수가 건네 준 밑반찬입니다. 해가 묵어 그런지 맛이 없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노순이가 부엌샛문 방충망 너머에서 야 ~ ~ 옹 ! 졸라댔습니다. 나는 찐 망둥어 두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