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순이 43

뒷집 새끼 고양이 - 20

위 이미지는 노순이가 네 배 째 새끼를 품고 젖을 먹이고 있습니다. 다섯 마리 모두 엄마를 꼭 빼닮았습니다. 세 배 째까지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새끼를 잃은 노순이의 노심초사는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힘겹게 우리집 뒤울안에 놀러 온 노순이가 젖꼭지가 도드라진 부른 배를 드러내고 뒹굴 거렸습니다. 뒤쫓아 온 뒷집 형수가 노순이에게 낮은 소리로 말했습니다.  “노순아, 새끼는 집에 나아. 잘 보살펴 줄께” 노순이는 두 배 째 새끼를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젖을 먹였습니다. 형수는 보일러실 광에 종이박스로 고양이 분만실을 마련했습니다. 이틀 동안 보이지 않던 노순이가 배가 홀쭉해 돌아왔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운 노순이의 뒤를 뒷집 형수와 어머니가 쫓았습니다. 노순이는 저온저장고가 앉은 창고..

뒷집 새끼 고양이 - 19

현관문을 열자 노순이가 펄쩍 앞발을 발턱에 올려놓았습니다. 노순이는 요즘 치킨에 몸이 바짝 달았습니다. 봄맞이 집 도색과 방수를 한달 전에 마쳤습니다. 일꾼들이 페인트를 강화읍에서 조달하며 오일장표 통닭 튀김을 한 마리 사왔습니다. 반만 먹고 이리저리 체이던 닭튀김을 어머니가 가스 렌지에 찜을 했습니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 좋다고. 튀김옷이 꺼멓게 변색되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때 마실 온 노순이가 닭다리 한 점을 얻어먹었습니다. 맛이 들린 노순이가 집에 갈 생각을 잊고 하루 종일 어머니를 강아지처럼 쫒아 다녔습니다. 녀석은 유모차를 밀고 산책에 나서는 어머니를 앞뒤로 빙빙 돌며 종아리에 얼굴을 비벼댔습니다. “노란 놈은 여우 짓만 골라 하는구나.”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닭다리 한 점을 얻으려는 노..

뒷집 새끼 고양이 - 18

이미지에서 위는 겁 많은 검돌이가 인기척에 뒤을 돌아보고, 아래는 노순이와 재순이가 폭풍흡입에 여념이 없습니다. 먹이는 진돗개 새끼 ‘느리’의 개사료입니다. 녀석들이 블로그에 어린 새끼로 얼굴을 내민 지 2년 반이 흘렀습니다. 재순이는 먹을 것을 달라고 조르느라 인상을 써서 그런 지 늙은 티가 역력합니다. 노순이와 검돌이는 두 배 새끼를 본 어미입니다. 세 놈은 뒷집 형네 부부가 뭍에 외출하면 아예 우리집에 눌러 붙습니다. 먼동이 터오기 전 아침배가 출항하면 녀석들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우리집에 내려 옵니다. 재순이는 아침부터 빨리 사료를 내 놓으라고 땡깡질입니다. 어머니 말씀에 의하면 녀석은 지독한 찌릉소입니다. 매를 맞아도 그뿐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은 채 야 ~ 옹! 야 ~ 옹! 끈질기게 조릅니다. ..

뒷집 새끼 고양이 - 17

위 이미지는 열흘 전 텃밭 정경입니다. 어머니가 텃밭으로 내려서는 경사면의 폭염에 늘어진 호박덩굴을 돌보고 있습니다. 노순이가 들깨 몇 포기뿐인 맨 땅이 드러난 두둑 한가운데서 혼자 장난을 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하루 종일 강아지처럼 어머니를 그림자처럼 쫓아다녔습니다. 맨 땅이 드러난 텃밭 네 두둑은 지금 부직포가 하얗게 씌어졌습니다. 엊그제 먼동이 터오기 전 잠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텃밭에 내려섰습니다. 친환경 거름을 한 두둑에 두 포대씩 뿌렸습니다. 동력용 농기계가 없어 삽으로 네 두둑을 일렀습니다. 십여 년 넘게 가족끼리 해오던 일이었습니다. 해가 갈수록 어머니의 몸이 무거워지셨습니다. 누이는 이른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은 형은 살인적인 폭염 속에서 고된 도금작..

뒷집 새끼 고양이 - 16

뒷집 고양이 수놈 재순이와 암놈 노순이, 검돌이의 성장기가 어느덧 햇수로 삼년이 지나고 열여섯 번 째 글을 맞았습니다. 녀석들은 어른이 되었고, 암놈 노순이는 세배 째, 검돌이는 두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노순이는 네 마리를 낳았는데, 어미를 닮은 노란 줄무늬 새끼 두 마리는 혼자 사시는 마을 할머니께 분양되었습니다. 검돌이는 검정고양이 세 마리를 낳았습니다. 조심성 많은 녀석이라 해가 떨어져야 새끼들을 바깥나들이 시켜 주인도 보기 어렵다고 합니다. 이미지는 우리집 출입문 앞입니다. 아직 어미 곁을 떠나지 않은 흰 바탕에 노란 얼룩무늬 새끼 고양이 한 마리와 노순이가 보입니다. 노순이가 새끼 한 마리를 우리집으로 데려와 개사료를 먹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와 저는 마루에서 인기척을 내지 않고 고양이 모자..

뒷집 새끼 고양이 - 15

노순이가 세 배 째 새끼를 낳았습니다. 첫 배는 뒷집 광의 종이박스에 낳았지만, 도둑고양이한테 해코지를 당해 모두 잃었습니다. 두 배 새끼는 감나무집 고구마 밭에 몰래 낳아 젓을 먹였습니다. 첫 배와 두 배 모두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습니다. 세 배 째는 자기를 닮은 새끼 네 마리를 낳았습니다. 두 마리는 흰 바탕에 노란 무늬가 얼룩졌고, 두 마리는 어미를 꼭 빼 닮았습니다. 노순이의 근심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첫 배와 두 배 새끼를 제대로 건사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새끼를 낳고 두문불출하던 노순이가 우리집에 마실을 왔습니다.야 ~ ~ 옹! 소리에 텃밭에서 김을 매던 어머니가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노순이가 어머니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반가움에 개사료를 플라스틱 그릇에..

뒷집 새끼 고양이 - 14

우리집은 주문도 선창에서 대빈창 해변으로 넘어가는 고갯길 정상에 자리 잡았습니다. 제법 다리품을 파는 경사로 밭은 석축 위아래 이층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블로그 〈daebinchang〉의 카테고리 「텃밭을 부치다」에 등장하는 어머니의 손길이 미치는 석축아래 텃밭과 석축 위 마당 진입로 양켠에 폭이 좁고 길다란 밭이 붙었습니다. 현관에서 볼 때 왼쪽 밭은 뒤울안과 연결되었고, 땅콩과 쪽파가 심겼습니다. 오른쪽 밭은 대파와 둥글레를 심었습니다. 대파와 둥글레의 경계로 시금치 몇 포기가 자리 잡았습니다.재순이와 검돌이가 웅크리고 앉은 둥글레 밭은 푸른 기운을 볼 수 없습니다. 봄비도 내렸고 며칠 지나 둥글레 촉이 땅바닥을 밀고 올라오겠지요. 주문도에 삶터를 꾸리고 아침저녁으로 봉구산에 올랐다가 둥글레 군락을 발..

뒷집 새끼 고양이 - 13

노순아 ~ ~ ! 하고 부르면 녀석은 영락없이 야 ~ ~ 옹! 반응을 보입니다. 어머니는 노란 놈이 한결같이 대적한다고 말씀하십니다. 노순이는 영리합니다. 어머니는 약다고 말씀하십니다. 미닫이 현관문을 혼자 열수 없는 녀석은 어머니 방 창문 밑에서 야 ~ 옹 하고 말을 건넵니다. 문을 열어 달라는 녀석의 신호입니다. 뒷집 새끼 고양이 세 마리는 개 사료에 중독되었습니다. 사료를 포식한 녀석들이 날이 추워 집에 갈 생각이 없습니다. 마루에 올라서는 발판에 깔린 수건 위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나는 녀석을 하루 재워주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루 재워주면 노란 놈은 계속 잘라고 할 거고, 그러면 형수가 싫어할 거야.” 어머니 말씀이 옳으십니다. 영리한 노순이가 귀엽지만 녀석에 대한 사랑에 한..

뒷집 새끼 고양이 - 12

노순이가 디딤돌에 올라 앉아 마루로 올라설까 눈치를 살핍니다. 재순이와 검돌이는 밥그릇에 코를 박고 정신없이 폭풍흡입을 하고 있습니다. 녀석들의 먹을거리는 포대가 보이듯 개사료입니다. 고양이 세 마리는 개사료에 중독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덩치가 투실한 재순이가 발판에 깔린 수건에 웅크리고 앉았습니다. 노순이는 어쩔 수 없이 찬 장판에 웅크렸습니다. 검돌이가 개사료를 다 먹었는지 재순이를 향해 걸어옵니다. 미닫이 현관문이 조금 열려 있습니다. 검돌이를 위한 배려입니다. 검돌이는 겁이 많아 인기척만 느껴도 줄행랑을 놓습니다. 사람 그림자만 보여도 멀찍이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녀석입니다. 지금도 한껏 겁먹은 눈길로 마루를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찬바람이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부엌 샛문 틈새를 방풍테이프로 ..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 3

“지 살 궁리는 다 한다” 닫힌 부엌 샛문 앞에서 야 ~ 옹하는 노순이의 울음이 들려옵니다. 대빈창 해변 산책에서 돌아와 사진에 찍힌 토진이를 보여 드립니다. 어머니 말씀이십니다. 노순이는 맛난 것을 혼자 먹으려고 항상 혼자 다닙니다. 녀석이 인기척을 알아채고 부리나케 현관문으로 달려왔습니다. 가냘픈 노순이의 조르는 소리에 할 수없이 빈 그릇에 모아 두었던 생선가시와 찐 망둥어 찌끄레기를 내놓았습니다. 녀석은 거리낌 없이 현관문을 넘어와 간식을 먹습니다. 고양이도 주인 앞에서 유세를 부립니다. 뒷집 형수가 마실와 어머니와 말을 나눕니다. 노순이와 재순이가 거칠 것 없이 현관을 통해 마루에 올라섰습니다. 녀석들은 열려진 어머니방과 나의 서재와 부엌까지 거침없이 드나듭니다. 어머니가 아무리 고함을 쳐도 놈들..